[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63) "교황님, 그런 말씀을 하셔도 됩니까?" "제 의무입니다."
윤리 없는 금융, 인간을 돈의 도구로
교황 프란치스코가 5월 16일 몇몇 신임 대사들에게 한 연설을 번역한 것이다.
인간이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여러 분야에서 성취한 업적을 볼 때, 인류 가족은 지금 중대한 역사의 전환기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건, 교육, 통신 같은 분야에서 참된 인류 복지 증진에 긍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시대 대다수 사람이 비참한 결과를 가져오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살고 있다는 것도 바라봐야 합니다.
두려움과 절망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옥죄고 있습니다. 잘사는 나라에서조차 그렇습니다. 삶의 기쁨은 사라지고, 타락과 폭력은 도를 더해가고, 빈곤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굴욕적인 방법으로라도 살아남으려고 사투를 벌입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가 돈과 맺는 왜곡된 관계에 비롯합니다.
우리는(…) 인간이 가장 먼저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에서 금융위기의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그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우상을 만들어냈습니다. 구약의 황금 송아지 숭배(탈출 32,15-34 참조)가 오늘날 인간적 목표도 갖지 않는 정체불명의 경제 독재 속에서 새롭고 냉혹한 이미지를 갖고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오늘의 금융과 경제는 인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늘의 금융과 경제는 사람을(…) 소비만 하는 존재쯤으로 격하시킵니다. 더 나쁜 것은 인간 자체를 소비재쯤으로 여긴다는 점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보물인 연대성은 반생산적인 것으로, 금융과 경제 논리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소수의 수입이 급증하고 다수의 수입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이런 불균형은 시장과 금융 투기를 절대적 자율에 내맡겨야 한다는 주장에서 비롯합니다. 공동선을 추구해야 할 국가의 통제권을 부정하는 그런 이데올로기에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눈에 띄지 않는 이 독재는(…) 부채와 신용은 국가와 국가의 실물 경제를 분리시키고, 시민을 시민의 실질 구매력과 분리시키고 있습니다. 부패와 이기적 탈세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권력과 소유의 의지는 무한 확장되었습니다.
신앙의 실천 촉구는 교황의 의무입니다
이런 태도 뒤에 숨은 것은 윤리의 거부, 일종의 하느님 부정입니다. 연대성 같은 윤리는 귀찮은 존재로, 윤리는 반생산적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인간을 조종하고 종속시키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윤리가 그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봅니다.
윤리는 하느님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 하느님은 시장 논리의 통제 밖에 있습니다. 금융인, 경제학자, 정치인은 하느님을 경영할 수 없는 존재로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위험한 존재로 여기는데, 하느님은 인간을 완전한 자기완성으로, 어떤 형태의 예속으로부터의 독립으로 부르시기 때문입니다.
윤리는 보다 인간적인 균형 잡힌 사회질서를 창조하게 합니다. 금융 전문가, 정치 지도자들이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의 말을 명심할 것을 촉구합니다. "자신의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는 것은 그들을 강탈하는 것이며 그들에게서 생명을 빼앗는 것이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우리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다."
모든 이에게 유익한 경제개혁을 이끌어 내고, 윤리적 노선을 따르는 금융개혁이 필요합니다. 정치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태도 변화가 요구될 것입니다. 나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자기 나라의 특정 상황을 고려하면서 확신과 장기 전망을 갖고 이 도전에 응하라고 촉구합니다. 돈이 사람을 섬겨야 하지 지배해서는 안 됩니다. 교황은 부자건 가난하건 똑같이 모두를 사랑합니다. 교황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부자들에게 가난한 사람을 도우라고 재촉해야 할 의무, 가난한 사람을 존중해야 할 의무, 가난한 사람을 북돋워야 할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교회는 항상 모든 사람의 전인적 발전을 위해 일합니다. 교회는 공동선이 단순한 여분의 무엇이나 정치 프로그램에 덧붙여진 부수적 관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교회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 시민의 공동선을 위해 진정으로 봉사하라고 격려합니다. 교회는 금융 지도자들이 윤리와 연대성을 고려할 것을 촉구합니다.(…) 윤리와 하느님을 향한다면, 경제와 사회 영역 사이에 벌어진 절대적 이분법을 극복하고, 건강한 공생 상태로 전환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ㆍ경제적 사고체계가 나타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교회의 목자들과 가톨릭 공동체의 교우들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기쁘고 용감하게 형제적 사랑과 신앙을 실천하기를 촉구합니다. 교우들은 성경에서 영감을 받아 주도적인 태도로 자기 나라의 참된 발전에 두려움 없이 기여해야 합니다.
[평화신문, 2013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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