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함 16호] 교회 법원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교회 안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교회 법원에서 재판을 한다고 하는데 교회 법원이 하는 일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교회 법원의 기원과 역사 교회는 하나이고 거룩하고 공번되고 사도 전래적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교회는 판결적이기도 하다. 교회 안의 법정과 소송은 교회의 시초부터 공동체 생활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마태오 복음 18장 15절부터 18절까지를 보면 첫 번째로 소송법 조항을 만든 이는 예수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형제가 당신에게 잘못한 일이 있거든…… 교회에 알리고 교회의 말조차 듣지 않거든 그를 이방인이나 세리처럼 여기시오. 당신들이 땅에서 매어 놓은 것은 무엇이든지 하늘에서도 매인 채로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어 놓은 것은 무엇이든지 하늘에서도 풀린 채로 있을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교회 안의 모든 송사에는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의 증언에 의지해서 입증해야 됨을 밝히고 있으며(2고린 13,1; 1디모 5,19)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 가운데 소송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판정을 내려 주어야 할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그 사람들 가운데 근친 상간을 한 사람을 공동체에서 쫓아내도록 촉구하였다(1고린 5,12-13). 사도 시대 교회는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는 데 사도의 직접 판정 또는 단위 교회 원로 회의의 판정 등의 법정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박해 시대 이후 교회의 재판에 올려지는 소송 사건의 수가 날로 늘어나자 소송 절차의 안정적이며 성대한 형식을 갖추는 소송 절차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가톨릭 교회로 개종한 이후 교회의 소송법은 로마법에서 많은 부분을 취하면서 안정되었고, 성대한 형식의 소송 절차법을 만들어 일반 사회의 법정 체계에 못지않은 법정 체계를 갖추었다. 그레고리오 교황(1314-1341년)은 교회 소송법을 완성시켰다. 트리엔트 공의회(1563년) 이후 교황 베네딕도 14세는 혼인 무효와 거룩한 품에 관한 소송은 더욱 엄격하게 심리하도록 개혁하였고, 1917년에 처음으로 체계적인 교회 법전을 반포함으로써 소송 절차에 훨씬 더 형식을 갖춘 형태가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새 법전은 1983년 1월 25일에 반포되었다. 이 법전은 혼인 소송 사건들을 민사 소송을 위하여 마련된 소송 절차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교회 법원에서 하는 일 그리스도는 교회에 입법 권한을 주시면서 사법 권한과 강제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주셨다. 이러한 권한은 성서와 교회 초기부터 실천해 온 것으로 증명되며(2고린 10,8; 13,2) 세기를 거쳐 오면서 순수 영신적인 문제나 교회적인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교회 역사의 전반기 1000년 동안은 주로 이단을 처단하거나 성직자나 평신도들의 비행(교회법을 거스르는 범죄)을 판결하는 일이 주가 되었다. 그러나 이때는 이혼 문제 같은 것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혼인 소송을 다루는 일은 드물었다. 12세기에 이르러 그리스도인의 혼인이 성사로 확정되면서 성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혼인 소송이 많이 다루어지게 되었다. 오늘날 교회 법원은 혼인의 무효를 심사 판정하는 일을 주로 한다. 혼인 소송 이외의 문제들은 거의 법원이 아닌 교구장 주교의 직권에 의해 행정적(사목적)으로 결정된다. 교회 법원의 구성 교회 법원은 여러 단계(심급)와 여러 형태의 법원으로 구성된다(교회법 제 1419-1445조). 교회의 사법 권한에 사건을 제기하는 원고(청구인)는 ‘보통 법원’에서 적어도 3심에 걸친 재판으로 공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두 번의 일치된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어떠한 사건도 돌이킬 수 없도록 확정되지 않는다(제1614조). 어떤 중요한 사건들은 교황의 판결에만 맡겨져 있다. 교황은 최상위의 권한자로서 그의 판결을 취소하거나 변경시킬 수 있는 그보다 상위권자는 없다. 그러나 교황은 일반적으로 몸소 판결을 하지 않는다. 교황의 이름으로 판결을 내리도록 위임하여 수임 재판관이나 법원을 통하여 교황은 사법권을 행사한다. 제1심 법원 : 교황에게 명백하게 유보되지 않은 모든 소송 사건들의 제1심급의 재판관은 교구장 주교이다. 그러나 교구장 주교에 관련되는 사건은 주교 자신이 할 수 없다. 그 외에 모든 사건은 교구장 주교가 몸소 사법권을 행사하지 않고 교구 법원(사법권 대리)을 통하여 판결을 내린다. 각 교구에는 의무적으로(불가능한 경우 예외) 법원을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11개 교구에 법원이 구성되어 있고 이 법원이 자기의 관할권 안의 모든 소송 사건을 제1심으로 다루는 통상적 법원이다. 제1심의 판결 후(판결이 원고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원고의 의사에 따라 제2심 법원에로 상소할 수 있다. 때로는 성사 보호관이나 검찰관이 상소할 수 있다(제 1419-1437조). 제2심 법원 : 제2심급의 통상적 법원은 교구 법원과 같은 선상에서 구성되는 대교구(서울 · 광주 · 대구 관구) 법원이다. 우리 나라에는 3개 대교구에 관구 법원이 구성되어 있다. 이 관구 법원이 제1심으로 다룬 사건의 제2심 법원은 서울대교구를 위하여 대구대교구 관구 법원, 대구대교구를 위하여 광주대교구 관구 법원, 광주대교구를 위하여 서울대교구 관구 법원이다. 제1심급의 판결과 제2심급의 판결이 서로 반대되게 내려졌다면 사건은 마땅히 제3심급 법원으로 상소되어야 한다(제1438-1441조). 사도좌 법원 : 교황은 가톨릭 세계의 최고 재판관이다. 그는 몸소 또는 사도좌의 통상 법원들이나 위임한 재판관들을 통하여 재판한다(제 1442조). 교황이 상소를 받기 위하여 설치한 통상 법원은 로마 공소 법원이다. 이 법원은 가톨릭 세계에서 상소되는 모든 사건을 제3심이나 그 이상의 심급으로 재판한다. 그리고 교황이 위임한 사건은 제1심으로 임무 위탁서에 달리 규정되어 있지 않은 사건들에 대하여 제2심과 그 이상의 심급으로도 재판한다. 그리고 최고 법원인 사도좌 대심 법원이 있다. 이는 우리 나라의 대법원과 같다(제1445조). 서강대학교 총장 박홍 신부의 고해 성사 누설 관련 고발 사건이 있었지만, 필자는 언론 보도만으로 속단하고 싶지 않다. 우선 고해 비밀 직접 누설은 그 행위 자체로 자동 파문을 당하는 처벌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고해 사제는 고백에서 얻은 지식을 참회자에게 해롭게 사용하는 것은 누설의 위험이 전혀 배제되더라도 절대로 금지된다”(교회법 제984조 1항). 옛날 검사성성에서 내린 훈령을 보면 고해 성사에서 얻은 알음알이는 강론에서 쓰는 것도 반대하고 있다. 궁지에 몰려 빠져 나오기 위해 고해성사를 들먹였다면 이것도 사제로서 현명한 처신이 못된다고 여겨진다. 끝으로 우리 나라에 설치되어 있는 교구 법원이나 관구 법원은 모든 사건을 다루는 통상 법원이 아니고 혼인 소송을 다루기 위해서 설치된 특별 법원이기에 혼인 소송 문제 외에는 다루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말해 두고 싶다. 물론 교구장 주교는 법원이 혼인 소송의 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을 다루도록 위임할 수 있다. [경향잡지, 1994년 10월호, 방영구 실베스뜨로(광주 가톨릭 대학 교수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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