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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리 해설: 나는 믿나이다 - 사도신경 (1)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5 조회수6,102 추천수0

[교리 해설] 나는 믿나이다 - 사도 신경 (1)

 

 

“어떻게 가톨릭 신앙을 가지게 되었습니까?” “애들 다 키워 놓고 나니 뭔가 허전합디다. 젊어서는 살기 위해 아득바득하다가 보니 삶이 뭔가를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이젠 제 갈 길 다 가고 텅 비다시피 한 집에 혼자 남아 있으면 생을 헛살았다는 자책이 무섭게 엄습합니다. 그래 취미 생활도 해보고 이것저것 해봤지만 항상 뒷맛이 허전했습니다. 신앙을 가지고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으며 인간의 근본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니 그 허전함이 채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중년 부인의 신앙 생활 입문담이다. 우리의 창조주 하느님을 찾고, 알고 그리고 믿는 새로운 삶의 시작, 신앙은 이렇게 누군가를 찾고 믿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믿음은 인간 누구에게나 삶의 지표가 된다. 가톨릭 신자는 그 지표가 바로 창조주 하느님이심을 고백한다. 이번 달부터 교리 해설은 믿음의 정수 ‘사도 신경’을 알기 쉽게 풀이해 준다.

 

모든 종교는 믿음의 내용을 간략한 신앙 고백문으로 요약한다. 오늘날 우리가 전례 안에서 사용하는 신경 역시 그리스도교 믿음의 내용을 신앙 고백문 형태로 요약한 것이다. 이 신경의 기본되고 중심되는 내용은 사도들의 가르침에 근거하지만, 꼴을 갖추기 위해서는 오랜 역사를 요했다. 처음에는 세례성사의 전례 때 사용되던 문답 형식의 간략한 신앙 고백문이 사용되다가 5세기 말엽에 성찬의 전례 안에까지 도입되었다.

 

 

신경이 형성된 배경

 

우리는 지난해 “휴거”를 외치면서 이 사회를 불안하게 했던 한 프로테스탄트 교파의 어처구니없던 교리 주장을 잘 기억하고 있다. 옆집 교회에서 가르치는 교리가 자신의 것과는 맞지 않다고 ‘동네 뒷골목 구멍가게 내듯’ 교회 하나 차려 놓고, 내가 가르치는 교리만이 참되다고 주장하면서 너도나도 파를 만들어 가는 우리의 종교적 현실은 무엇이 그리스도교의 참된 진리인지, 또 어느 교회의 가르침이 정통성을 가지는지를 식별하는 데 많은 혼란을 초래시킨다. 성서를 제멋대로 해석하며 교회의 전통을 무시한 이들이 저지른 잘못들을 생각해 본다면, 그리스도교 신경들이 형성되게 된 역사적 배경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을 가져다 줄 것이다.

 

교회사를 통해 살펴보면 초대 교회 때부터 이미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는 역사의 틈바구니에 끼어 숱하게 자신의 정통성을 입증해야만 했다. 다시 말해 우리 교회야말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을 주추삼아 세우신 바로 그 교회라는 정통성을 입증해야만 했다. 사실 사도들의 활동 시기와 그 다음 시대에 이르는 동안 갖은 박해를 받으면서도 그리스도교는 놀랄 만큼 급성장했다. 이러한 교세의 팽창은 역시 많은 문제점들을 초세기 그리스도교에 가져다준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교로 입문하는 이들이 여러 지방과 다양한 문화권, 그리고 다양한 종교권 출신들이었고 따라서 교회도 다양하게 그들을 수용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연스레 여러 이단이 생기고 때로는 그 이단들이 그리스도교의 정통 가르침을 크게 위협하기까지 했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에서 초세기 교회는 자신의 정통 신앙을 이단들로부터 수호하려 했음이 이미 2세기 문헌들에서 역력히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디에다 자기 신앙의 정통성의 기준점을 둘 것인가? 그 기준점을 우리는 “사도적 권위”라고 부른다. 이것은 당시에 이단들에 대처하기 위해 사용했던 각종 방안들, 즉 ‘사도적 계승’, ‘신약 성서 정경’, ‘신앙의 규범’, ‘신경’ 등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사도적 계승’이란 이단을 경계하면서 감독(오늘날의 주교)의 권위를 주장하기 위해 사도와의 연쇄성을 가진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라 사도들은 참된 신앙의 보관자라 여겼고, 사도들의 후계자는 교회의 감독 제도의 참된 계승자라고 주장했으며, 이 사도적 계승자와 동질의 신앙을 고백하지 않으면 그 이론은 이단으로 단죄되었다.

 

‘신약 성서 정경’은 사도적 저술들을 수집한 것과 적어도 사도들의 동료나 혹은 제자들의 손에 의해서 쓰여졌기 때문에 사도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이단 반박의 이론이다.

 

그렇지만 사도적 계승과 신약 성서 정경의 확립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어떤 교리가 사도적인지 아닌지 결정하기에 미흡했다. 사도적 계승은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는 아주 가치 있는 규범이었지만, 올바른 교리가 무엇인지를 해석하는 것까지는 해결할 수 없었다. 한편 신약 성서는 그리스도교 교리의 내용을 전부 담고는 있지만 너무 광범위하고 비조직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정통 교리가 무엇인지를 신속하면서도 조직적으로 정확하게 구별해 낼 수가 없었다. 따라서 신앙을 조직적으로 요약해 주는 규범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신앙 규범’(Regula fidei)이었다.

 

‘신경’은 ‘신앙 규범’에 따라 간략하게 그리스도교의 신앙 내용의 핵심을 표현한 것으로, 원래는 신도들이 세례를 받을 때에 받아들인 신앙의 표현이었다. 동시에 여러 신경들은 각기 그 시대의 이단으로부터 그리스도교를 보호하려 했기 때문에 이단을 반격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참된 내용을 요약해서 담고 있는 것이 특정이다.

 

 

신경의 발전과 종류


1. 세례 문답 형식의 로마 신경

 

이 신경은 신약 성경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로마 교회가 오늘날 사도 신경의 핵심이 되는 새로운 신앙 요약문을 만들어서 세례 때에 예비자들에게 물었던 일련의 문답 형식으로 이루어진 신경이다. 신경의 골격은 3부로 이루어진 고대 로마 교회의 세례 형식에 맞춰 그 내용이 3부로 이뤄져 있다.

 

“당신은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를 믿습니까? 당신은 그리스도 예수, 하느님의 아들을 믿습니까? 그분은 성령에 의해서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본시오 빌라도 치하에서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죽으시고(묻히셨다가), 사흘 만에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일어나셨고, 하늘에 오르셔서 아버지의 오른편에 앉으셨다가,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실 것을 믿습니까? 당신은 성령과 거룩한 교회와 육신의 부활을 믿습니까?”

 

2. 고대 로마 신경

 

세례 문답 형식의 신경은 점차로 개작되면서 신앙의 확정과 근거로 사용되었고, 감독들은 이 신경(고대 로마 신경)에 따라 예비자들을 가르쳤다. 예비자들은 그 내용을 반드시 암기해야 했으며, 그 내용이 교리 교육을 시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누설되지 않도록 비밀을 지켜야 했는데, 그 이유는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그리스도교의 핵심 신비들을 신경이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로마 신경이 만들어지기는 2세기 말엽인 듯하나, 신앙 고백문 형식으로 확정되어 사용된 것은 4세기 후반과 5세기 초반으로 보고 있다.

 

“나는 전능하신 천주 성부를 믿으며, 그 외아들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를 믿으며, 그분은 성령과 동정 마리아에게서 나셨으며, 본시오 빌라도 치하에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묻히셨으며, 사흘 만에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셨으며, 하늘에 오르시어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며, 그곳으로부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실 것을 믿나이다. 성령과 거룩한 교회와 죄의 사함과 육신의 부활을 믿나이다.”

 

3. 니케아 신경

 

325년에 있었던 니케아 공의회에서 채택된 신경이라 하여 ‘니케아 신경’이라 부른다. 이 신경은 세례 때 사용하던 신경의 내용을 보전하면서 당시에 심각하게 교회를 위협하던 ‘아리우스 이단설’(아리우스 이단설은 신경 후반부에 소개되고 단죄되어 있다.)에 반박하는 신앙 내용이 첨가되었다.

 

“나는 믿나이다. 한 분이신 전능 천주 성부, 유형 무형한 만물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오직 한 분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 성부께 나시고 성부의 실체로부터 유일하게 나신, 하느님의 외아들, 천주로부터 나선 천주시요, 창조되지 않고 나시어, 성부와 하나의 실체이시며, 천상과 지상의 만물이 다 이분으로 말미암아 존재하게 되었으며, 우리를 위하여 또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내려오시어 사람이 되시기 위해 육이 되시고, 고난을 받으시고 사흗날에 부활하시고, 하늘에 오르셨고, 산 이와 죽은 이즐 심판하러 오실 것을 믿나이다. 또한 성령을 믿나이다. 그러나 그분이 안 계셨을 때가 있었다거나, 탄생하시기 전에는 안 계셨다거나, 그분은 무에서부터 오셨다고 말하는 이들과, 또 하느님의 아들은 다른 본질 혹은 실체를 가졌다거나, 창조되었다거나, 변화 혹은 변질에 지배된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가톨릭 교회는 단죄를 선언하노라.”

 

4. 콘스탄티노플 신경

 

콘스탄티노플 신경이 나오게 된 배경은, 제1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381년)가 니케아 신경을 전례문 형식으로 수정하고 당시에 제기된 신학 문제(성령의 본질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서 이루어졌다고 본다.

 

“나는 믿나이다. 한 분이신 전능 천주 성부, 하늘과 땅과, 유형 무형한 만물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오직 한 분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 모든 세대에 앞서 성부께 나선 천주의 외아들이시며, 빛으로부터 나신 빛이시요, 참 천주로부터 나선 참 천주로서, 창조되지 않고 나시어 성부와 일체이시며, 만물이 다 이분으로부터 말미암아 존재하게 되었음을 믿으며,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오시어, 성령과 동정녀 마리아께 혈육을 취하시고, 사람이 되심을 믿으며, 본시오 빌라도 치하에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고난을 받으시고, 묻히심을 믿으며, 성경 말씀대로 사흗날에 부활하시고, 하늘에 오르시어 성부 오른편에 앉아 계시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영광 중에 다시 오시리라 믿나니, 그의 나라는 끝이 없으리이다.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나니, 성령은 성부에게서 쫓아나시며,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같은 흠숭과 같은 영광을 받으시며,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나이다. 하나이요, 거룩하고, 공번되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믿나이다. 죄를 사하는 하나의 세례를 믿으며, 죽은 이들의 부활과 후세의 영광을 기다리나이다. 아멘.”

 

5. 사도 신경

 

서방 교회에서는 예비자들을 교육하기 위해 위에서 소개한 ‘고대 로마 신경’을 거의 그대로 사용했었는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사도 신경의 표준문(Textus receptus)이 나오게 된 것은 7세기경으로 보며, 이 신경은 로마를 제외한 다른 서방 교회에서 먼저 사용되었다. 10세기말이나 11세기초까지 로마에선 ‘콘스탄티노플 신경’을 사용하다가 교황 인노첸시오 3세(1216년)께서 바로 이 텍스트의 사도 신경을 서방 교회의 공식 신경으로 공인하셨다(사도 신경의 본문은 앞으로 우리가 해설해 나가야 할 내용이기 때문에 여기에선 생략한다.)

 

[경향잡지, 1993년 9월호, 하성호 요한(주교회의 사무차장 · 본지 주간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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