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25) 교황주일
보편교회 최고 목자로서 복음 진리 선포
30일은 교황주일입니다. 한국 교회는 해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6월 29일) 가까운 주일을 교황 주일로 지냅니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이 보편교회, 곧 전 세계 교회를 잘 이끌어 가도록 특별히 기도하며 주님 도우심을 청하는 날입니다. 교황주일을 맞아 교황의 임무와 역할, 교황과 주교단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 교황주일은 보편교회의 최고 목자인 교황을 위해 특별히 기도하는 날이다. 사진은 지난 3월 31일 부활대축일에 로마와 전 세계에 부활 축복을 보내는 교황 프란치스코. [CNS자료사진]
◇ 살펴봅시다
그리스도께서는 열두 사도를 뽑아 사도단으로 세우시면서 그들 가운데 베드로를 으뜸으로 삼으셨습니다. 교황은 이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과 함께 주교단을 이룹니다.
㉠ 주교단과 교황(880~887항) : 베드로 사도는 다른 열한 사도들과 함께 사도단을 이루듯이 교황은 다른 모든 주교들과 함께 주교단을 이룹니다. 그래서 교황은 주교단의 단장입니다.
베드로 사도가 교회의 반석으로서 다른 모든 사도들의 으뜸이듯이 로마의 주교인 교황은 다른 모든 주교들 가운데서 으뜸입니다. 주님께서는 요나의 아들 시몬을 베드로 곧 '반석'이라고 부르시면서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베드로에게 맺고 푸는 권한을 주시면서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 16,16-18).
하지만 교회는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주신 매고 푸는 권한이 베드로와 결합돼 있는 사도단에게도 부여돼 있음을 분명히 합니다. 그래서 주교단도 "그 단장인 교황과 더불어 보편교회에 대한 완전한 최고 권한의 주체"(883항)가 됩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주교단의 이 권한은 단장인 교황이 함께 해야 가능하며 교황이 동의하지 않으면 결코 행사될 수 없습니다.
㉡ 교황의 임무(888~896항) : 로마 주교이자 보편 교회의 최고 목자로서 교황은 주님께 받은 복음의 진리를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임무를 지닙니다. 이를 가르치는 직무 즉 교도직 또는 교도권이라고 합니다. "교도권은 하느님의 백성이 빗나가거나 쇠약해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며, 올바른 신앙을 오류 없이 고백할 수 있는 객관적 가능성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890항).
교황은 또 성찬례를 통해 최고 사제직의 직분을 수행하면서 하느님 백성을 거룩하게 하는 임무를 지니며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이자 보편 교회의 최고 목자로서 전 세계 교회에 대해 다스리는 권한을 행사합니다. 이를 통치직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교황은 전 세계 교회에 대해 가르치는 임무와 거룩하게 하는 임무 그리고 다스리는 임무를 완전한 최고 권위로 행사합니다. 주교들은 교황의 지도를 받아 개별 교회에 대해 같은 임무를 수행합니다.
㉢ 교황 수위권 : 예수님께서 교회의 반석이요 기초로 삼으신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은 "그리스도의 대리이며 온 교회의 목자"라는 교황의 고유한 임무의 힘으로 전체 교회에 대해 "완전한 보편 권한을 지니며 이를 언제나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습니다(882항).
교황이 지니는 이 수위권은 "주교들의 일치는 물론 신자 대중이 이루는 일치의 영구적이고 가시적인 근원이며 토대"(882항)가 됩니다.
㉣ 교황 무류성(890~892항) : 앞에서 언급했듯이, 교도권의 역할은 하느님 백성이 올바른 신앙을 오류 없이 고백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교도권은 하느님 백성이 "자유를 주는 진리 안에 머물도록 보살피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 봉사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께서는 목자들에게 신앙과 도덕에 관한 가르침에서 오류가 없도록 하는 특별한 은사를 주셨습니다. 이 은사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첫째, 주교단 단장인 교황이 "모든 그리스도인의 최고 목자이며 스승으로서 신앙과 도덕에 관한 교리를 확정적으로 선언할 때에 교황은 자기 임무에 따라 그 무류성을 지닙니다"(891항). 이것이 교황 무류성입니다. 둘째, 주교단이 교황과 함께 최상의 교도권을 특별히 세계 공의회에서 행사할 때도 드러납니다. 그러나 교황과 함께 하지 않을 때는 무류성을 지니지 못합니다.
이제 신자들은 "교회가 그 최상의 교도권을 통해 어떤 것을 하느님에게서 계시되어 믿어야 할 것으로 제시하거나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제시할 때"(891항), 곧 교황의 무류적 가르침에 대해서는 "신앙의 순종"으로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무류적 결정이 아니라 하더라도 신자들은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이 일반적 교도권의 행사를 통해 신앙과 도덕에 관한 가르침을 제시할 때는 "마음의 종교적 순종으로"(892항) 따라야 합니다. 말하자면 반드시 믿어야 할 교리로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존중하면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 생각해봅시다
교황이 "주교들의 일치는 물론 신자 대중이 이루는 일치의 영구적이고 가시적인 근원이며 토대"(882항)라는 교회 가르침은 교황을 으뜸으로 하는 가톨릭교회의 특성을 잘 보여 줍니다. 가톨릭교회의 이 특성이 아주 잘 드러나는 것이 성찬례입니다. 사제는 성찬례를 거행할 때마다 교황의 이름을 부르며 교황과 결합돼 있는 온 교회가 사랑의 교회를 이루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1369항 참조).
교황주일뿐 아니라 거룩한 미사 성제에 참여할 때마다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인 교황을 기억하며 온 교회가 교황과 일치하여 사랑의 교회를 이루도록 열심히 기도합시다.
[평화신문, 2013년 6월 30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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