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36)
41. 교회의 신비
지난 주에 인간을 사랑하셔서 인간과 함께 하시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마음은 성령의 강림으로 실현되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성령의 강림으로 말미암아 교회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인간과 함께 하시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자리입니다.
1) 하느님 계획 안의 교회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사랑으로 창조하셨고, 당신의 생명에 참여하도록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인간을 창조하실 때 “남자와 여자로”(창세 1,27), 즉 공동체로서 창조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인간 상호간에는 형제자매로 살도록, 한 가족으로 창조된 것입니다. 이러한 창조 때의 인간의 모습은 교회의 원형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서로 아무런 연결도 없이 개별적으로 거룩하게 하시거나 구원하시려 하지 않으시고, 오직 사람들이 백성을 이루어 진리 안에서 당신을 알고 당신을 거룩히 섬기도록 하셨다(교회헌장 9항).
그런데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일치는 파괴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파괴된 일치를 복구하시기 위해서 인간들을 당신께로 불러 모으시고자 노력하셨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고, 그 결실은 창조 때의 일치된 모습, 즉 교회의 삶으로의 복귀입니다.
하느님의 백성을 모으는 일은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일치가 죄로 파괴된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말하자면 죄로 야기된 혼돈에 대한 하느님의 반작용이 바로 교회라는 불러 모음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761항).
하느님의 백성을 모으기 위한 먼 준비는 아브라함을 부름으로써 시작된다.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큰 민족의 조상이 될 것이라고 약속하신다. 직접적인 준비는 이스라엘을 하느님의 백성으로 선택함으로써 시작된다. 이 선택으로 이스라엘은 장차 모든 민족을 모으는 징표가 될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762항).
때가 찼을 때 성부의 이러한 구원 계획은 성자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결정적으로 성취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고, 모든 이들, 특히 이제까지 선택된 민족에 들지 못했던 가난한 이들과 병자와 죄인과 이방인들을 하느님 나라에 불러 모으시려 하셨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열두 사도를 뽑으시어, 하느님 나라가 완전히 이룩될 때까지 지속될 조직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심으로써,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할 것을 명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후에 성령께서 내려오심으로써, 교회는 이 세상 안에 완전한 모습으로 드러났습니다. 성령께서는 교회 안에 함께 하시면서 교회를 거룩하게 하시고, 신자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셔서, 교회가 날로 자라나게 하셨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다시 오실 때 “비로소 천상 영광 안에서 완성될 것이다.” 그날까지 “교회는 세상의 박해를 견디고 하느님의 위로를 받으며 자신의 순례 길을 걸어간다.” … 그때 비로소 “‘의인 아벨부터 마지막 뽑힌 사람까지’ 아담 이래의 모든 의인이 보편 교회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 앞에 모이게 될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769항).
2) 교회의 이중 구조(가시적이며 영적인 교회)
이처럼 교회는 천지창조 때부터 하느님이 바라셨던 것이고, 구약 시대를 통해서 준비되었고, 성자와 성령에 의해 드러났고, 마지막 때에 완성될 것입니다. 결국 하느님의 인간 사랑, 하느님의 인간 구원은 오로지 교회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래서 교회는 하느님의 순결한 신부로 묘사되기도 합니다(묵시 19,7 참조).
그렇지만 현실의 교회는 완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종종 이런 이야기들을 듣게 됩니다.
나는 어려서 세례를 받았지만 교회는 다니지 않습니다. 교회 지도자들이나 신자들이 신자 아닌 사람들보다도 못한 행동들을 하는 것을 종종 보았습니다. 교회에 나가면 그런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습니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집에서 기도하고 성경 읽고 하느님 뜻대로 살고자 합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성급한 판단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가시적(可視的)인 모습와 비가시적(非可視的)이고 영적인 모습를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제도로서의 교회는 결점이 많습니다. 실제로 교회는 2천년 역사 동안 잘못된 모습을 많이 보여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교회는 보이지 않는 모습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교회의 영혼인 성령이십니다. 교회의 완전성은 인간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 달려 있습니다. 교회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완전에로의 여행을 하고 있는 하느님 백성입니다. 사도신경에서 말하고 있는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를 믿는 것”은 인간적 제도로서의 교회를 믿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계시는 성령을 믿는 것입니다.
가시적(可視的) 구조와 비가시적(非可視的) 구조의 이중적인 차원은 신앙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적용됩니다. 성체는 눈으로 볼 때 평범한 빵이지만, 그 안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그리스도의 현존이 있습니다. 인간도 과학적으로만 분석한다면 동물에 불과하지만, 인간 안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신비스런 영혼이 존재합니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는 결점을 지닌 인간들의 모임이지만, 더 깊이 이해한다면 그리스도의 몸이며, 성령의 거처입니다. 교회 안에 거처하시는 성령께서는 오늘날에도 교회가 인간적 한계를 넘어서 하느님께로 나아가도록 재촉하시고 이끌어 주십니다.
교회의 특성은 인간적인 동시에 신적이며,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것을 지니고, 열렬히 활동하면서도 관상에 전념하고, 세상 안에 현존하면서도 다만 나그네인 것이다. 이렇게 교회 안에서 인간적인 것은 신적인 것을 지향하고 또 거기에 종속되며,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활동은 관상을, 현존하는 것은 우리가 찾아가는 미래의 도성을 지향한다(전례헌장 2항).
[2013년 7월 7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 의정부주보 5-7면, 강신모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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