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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속을 잊어버렸어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21 조회수4,167 추천수1

[살며 배우며] 보속을 잊어버렸어요

 

 

세례 받기 전에 지은 죄는 세례성사로 용서받고, 세례 받은 뒤에 지은 죄는 고해성사로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죄의 벌까지도 모두 용서받는 것은 아니고 지옥 벌만 용서받을 뿐 잠벌은 남아있게 된다. 잠벌이란 영원한 벌에 대하여 일시적인 벌, 또는 연옥에서 받는 벌이라는 뜻이며, 이는 자신이 기워 갚아야 하는 것이므로 보속이 필요하다.

 

보속의 넓은 의미는 손해의 배상을 뜻하며, 지은 죄를 적절한 방법으로 보상하거나 대가를 치르는 것을 말한다. 좁은 의미의 보속은 고해성사의 구성 요소로 고해사제가 부과한 기도나 선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속은 죄의 사함을 받거나 용서를 받은 데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리스도의 귀한 피로 얻어진 결과는 어떤 인간적인 대가로도 갚을 수 없다. 그러므로 보속은 이미 지은 죄 때문에 생긴 잠벌을 기워 갚는 것이요, 영혼의 허약함을 치료하여 다시 죄를 짓지 않도록 하는 약이다.

 

고해신부는 사죄경을 준 고해자에게 보속을 주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보속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보속은 죄의 수와 경중, 고해자의 능력과 조건에 따라 처벌적인 측면과 치료적인 측면이 조화를 이루게끔 주어진다. 고해자는 고해신부가 명한 정당한 보속을 받아들이고 이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고해자가 보속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데 고해신부가 그것을 다르게 바꾸어주지 않을 경우, 사죄경을 받지 않고 다른 고해신부에게 새로이 고백하여 보속을 바꾸어 줄 것을 청할 수 있다. 보속의 변경은 고해신부만이 고해성사 중에 해줄 수 있으며 동일 사제가 아니라도 가능하다.

 

그런데 고해성사를 볼 때 가슴이 두근두근 떨려 가끔 고해사제가 주는 보속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고해사제가 명한 보속을 잊어버렸을 때는 전에 고해성사를 보았을 때 ‘그 죄에 그 보속’을 떠올려 바치면 되고, 왠지 개운치 않으면 본인이 알아서 다른 보속을 더하면 된다. 그래도 개운치 않으면 사제를 찾아가면 된다. 다시 말해 보속을 다시 받으려고 이미 고백하고 용서받은 죄를 다시 고백할 의무는 없다.

 

참된 회개는 죄의 보속, 생활의 개선과 손해의 보상으로 완성된다. 죄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고 나약하게 하며,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관계를 해친다. 용서는 죄를 없애주지만 죄의 결과로 생긴 모든 폐해를 고쳐주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죄를 갚으려면 무엇인가 더 실행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기도, 금식, 자선은 보속 행위의 세 가지 유형이며, 보속 행위는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보속 행위는 그리스도인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것을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께 발원하는 인격적 약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속은 단순히 고해사제가 정해준 몇 가지 기도문을 바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하느님께 대한 경신례, 애덕이나 자비의 실천,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보상 행위,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는 것 등으로 나타나야 한다. 둘째, 보속 행위는 용서받은 죄인이 자발적인 정신적, 육체적 극기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수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셋째, 보속 행위는 죄가 남긴 상처, 통회에 있어서 사랑의 부족 등으로 죄를 용서받은 뒤에도 신자의 마음속에 어두운 부분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환기시켜 준다.

 

[경향잡지, 2000년 1월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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