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배우며] 교회에서 많이 사용하는 상징들 믿지 않는 사람들은 흔히 천주교회의 예식이 너무 복잡하고 형식적이라고들 합니다. 그래서 교회에 발을 들여놓기가 여간 쉽지 않다고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교회의 전례는 참으로 다양하게 거행됩니다. 사람들이 복잡하고 형식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천주교회의 신앙생활의 중요한 부분이 성사생활에 있고, 이 성사에서는 많은 상징(symbol)들을 사용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은 말과 글, 몸짓으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드러냅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의미를 나타내려고 상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상징이란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의미를 알아듣게 해주는 의사 전달의 한 요소입니다. 우리 교회는 초대교회 때부터 모든 전례와 교리교육, 신앙생활에서 많은 상징을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상징을 사용함으로써 하느님의 신비와 신앙의 내용을 더욱 확실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사용하는 모든 상징은 그 자체로 우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상징 자체에서 어떤 영적인 힘을 찾는 게 아니라 믿음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상징들 가운데 몇 가지만 알아봅시다. 십자가는 그리스도교를 대표하는 상징입니다. 예수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심으로써 구원의 표지가 된 이 십자가는 교회 안에서 사용하는 상징들 가운데 으뜸갑니다. 또한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시어 십자가에서 죽게까지 하신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드러냅니다. 물은 생명을 움트게 하고 생기를 주며 때묻은 것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한편,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휩쓸어가기도 합니다. 때문에 교회는 물을 생명과 죽음, 정화의 상징으로 사용합니다. 예컨대, 성수를 찍어 십자성호를 긋고, 세례성사 때 이마에 물을 부어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이 태어남을 상징적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불은 생명과 통하는 것으로 영혼의 순수함을 드러냅니다. 또한 그 빛으로 모든 것의 중심이 되고 생기를 줍니다. 전례 안에서는 하느님 앞에 마음을 다해 자신을 열어보이겠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초는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신자 개개인의 열렬한 사랑과 거룩한 기쁨을 드러냅니다. 기름은 모든 에너지의 원천으로서 상처난 곳에 바르는 치료제와 녹이나 부패를 방지하는 방부제 구실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는 영적인 치유와 축성의 의미로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빵과 술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밥과 음료수 같은 음식이었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이 음식은 영적 생명을 유지하는 영적 양식의 필요성을 말해줍니다. 십자성호는 온몸이 십자가와 하나 됨을 의미합니다. 모든 일을 시작하고 마칠 때 십자성호를 긋는 것은 신앙고백의 한 방법입니다. 또한 이 성호는 삼위일체와 구원의 신비를 표현하는 것으로 서, 하루를 거룩히 지내고 모든 유혹과 시련을 이겨낼 용기를 얻고자 긋습니다. [경향잡지, 2002년 7월호, 김진복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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