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27) 기도 (1)
그리스도 안에서 이뤄지는 하느님과의 만남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택하였다"(루카 10,42). 연중 제16주일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 말씀입니다. 마리아가 택한 좋은 몫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주님께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주님께 귀 기울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 살펴봅시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1873~1897년)는 기도와 관련, 이렇게 썼습니다. "저에게는 기도가 마음의 약동이며, 하늘을 바라보는 단순한 눈길이고, 기쁠 때와 마찬가지로 시련을 겪을 때에도 부르짖는 감사와 사랑의 외침입니다." 우리는 기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 기도란 무엇인가(2259~2565항) : 일찍이 다마스쿠스의 성 요한은 "기도는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들어 높이는 것이며 하느님께 은혜를 청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또한 기도하는 사람의 자세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교만한 사람은 기도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겸손한 사람만이 기도할 수 있습니다. 겸손은 그래서 "기도의 초석"(2259항)입니다. 기도와 관련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은 우리의 심금을 울립니다. "인간은 하느님께 비는 걸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도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도는 무엇보다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교리서의 다음 구절은 깊이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을 만나시려고 우물가로 나오신다. 그리스도께서는 먼저 우리를 찾으시는 분이시고 마실 물을 달라고 우리에게 청하시는 분이시다. 예수님께서 목말라하신다. 예수님의 청은 우리를 갈망하는 하느님의 깊은 목마름에서 나온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기도는 하느님의 목마름과 우리 목마름의 만남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을 목말라하기를 갈망하신다"(2560항).
참다운 기도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입니다. 마음은 숨겨진 중심이고, 결단을 내리는 자리이고, 진리의 자리입니다. 하느님과 만나는 자리, 계약이 체결되는 자리입니다.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계약 관계"(2564항)입니다.
기도는 이처럼, 무한히 선하신 하느님 아버지와 그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그리고 성령과 맺는 생생한 관계입니다. 그래서 기도 생활이란 평소에 하느님 면전에서 지내는 것이며, 하느님과 일치와 친교를 이루는 것입니다.
㉡ 기도의 종류(2626~2643항) : 기도는 그 내용과 표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교리서에 따르면, 첫째는 찬미와 흠숭입니다. 찬미 기도는 하느님의 선물에 대한 인간의 응답입니다. 곧 하느님께서 먼저 강복해주시기에, 인간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모든 축복의 근원이신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는 것입니다. 흠숭은 창조주 앞에서 피조물임을 깨달은 인간이 취하는 기본 자세입니다. 흠숭은 우리를 지어내신 하느님의 위대함과 우리를 악에서 구해내신 구세주의 전능함을 드높이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흠숭은 우리를 겸손하게 합니다.
둘째는 청원입니다. 청원 기도는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피조물인 우리 인간의 한계에 대한 깨달음을 표현합니다. 우리 자신이 부족하고 죄인이기에 우리는 하느님께 돌아서서 청을 올리는 것입니다. 청원 기도는 그래서 "이미 아버지께로 돌아섬을 의미"(2629항)합니다. 청원 기도의 첫 단계는 용서를 청하는 것입니다. 용서를 청하는 것은 올바르고 순수한 기도의 전제 조건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청원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하느님 나라를 바라고 찾는 것에 집중됩니다. 이렇게 먼저 하느님 나라를 청하고, 다음에는 하느님 나라를 맞이하고 그 나라의 도래에 협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청할 때 우리는 또한 다른 모든 것들을 청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전구입니다. 전구는 다른 사람을 위해 청원하는 기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다른 모든 사람들, 특히 죄인들을 위해 청원하시는 전구자이십니다. 전구자이신 예수님처럼 바치는 기도가 바로 전구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전구는 그리스도의 기도에 참여하는 것이며 '성인들의 통공'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전구자는 제 실속만 차리지 않고 남의 이익도 돌보며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을 위해서까지 기도합니다.
넷째는 감사입니다. 감사는 교회 기도의 특징입니다. 교회가 거행하는 성찬례, 곧 미사가 바로 감사의 제사인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테살로니카 신자들과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늘 감사 기도를 바치라고 당부합니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8),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깨어 있으십시오"(콜로 4,2).
다섯째는 찬양입니다. 찬양은 "하느님께서 진정 하느님이심을 한결 더 직접적으로 인정하는 기도의 형태"(2639항)입니다. 찬양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하느님을 기리는 것입니다. 그분이 하시는 일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이시기에 그분께 영광을 드리는 것입니다.
◇ 정리합시다
- 하느님께서는 각 사람을 당신과 신비로운 만남으로 끊임없이 부르십니다. 기도는 하느님과 인간이 서로 부르는 호소입니다(2590항).
-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복을 내려 주셨기에, 인간은 그 보답으로 모든 복의 원천이신 분께 찬미를 드릴 수 있습니다(2645항).
- 청원 기도의 목표는 용서와 하느님 나라에 대한 추구, 그리고 필요한 모든 것을 청하는 것입니다(2646항).
- 전구는 다른 사람을 위하여 청원하는 것입니다. 전구에는 한계가 없으며, 원수들을 위해서도 전구합니다(2647항).
- 모든 기쁨과 모든 슬픔, 모든 사건과 모든 필요가 다 감사를 드리게 하는 동기가 될 수 있으니, 그리스도의 감사 기도에 참여하게 해주는 이 감사 행위는 일생에 걸쳐 해야 할 기도입니다(2648항)
[평화신문, 2013년 7월 21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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