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03) 캐나다 퀘벡 RDC
신규 협동조합 체계적 설립 돕는다
북미지역에서 협동조합을 가장 먼저 도입한 캐나다 퀘벡 주는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주와 함께 ‘협동조합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협동조합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스도교 정신이 충만한 퀘벡은 협동조합과 관련된 각종 정책과 제도가 잘 정비돼 있는 것은 물론, 협동조합을 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도 풍부해 하느님 나라의 한 자락을 엿보게 해줍니다.
주민의 70%가 1개 이상 협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퀘벡의 협동조합원은 캐나다 전체 조합원의 50%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9000개가 넘는 협동조합에서 15만5000여 명이 일하는 캐나다에서도 퀘벡지역 비금융권 협동조합은 연간 115억 달러(약 14조 원)의 경제 규모를 일궈내며 지역과 국가 발전에 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당기 순이익도 매년 8.5%씩 성장하고 있어 많은 나라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협동조합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퀘벡은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가 이제 막 씨앗을 뿌리고 있는 우리에게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퀘벡에서는 협동조합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주 단위 협동조합연합회를 비롯해 분야별 12개 퀘벡협동조합연합회(CQCM), 11개 지역개발협동조합(Regional Development Cooperatives: RDC), 정부 부처, 협동조합투자공사 등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퀘벡 주정부와 협동조합은 신규 사업 창출, 일자리 창출, 지역개발, 사업의 지속가능성, 주요 지표 개선, 새로운 수요 대응 등 공동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게 지역개발입니다. 조합원 이익 극대화를 넘어 지역개발이란 그림을 함께 그려나가는 것입니다. 지역개발은 신규 협동조합 설립 지원으로 나타납니다. 지방정부에만 맡겨두는 게 아니라 지역개발협동조합(RDC)이 중요한 역할을 나눠 맡습니다.
지난 1985년 신규 협동조합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RDC제도는 퀘벡에만 있는 독특한 협동조합 모델입니다. 퀘벡 주정부가 매년 450만 달러를 퀘벡협동조합연합회(CQCM)에 배정하면 CQCM은 주정부에서 받은 450만 달러에 자체적으로 56만 달러를 출연해 총 500만 달러 규모로 사업을 추진합니다. 실질적인 협동조합 창업 컨설팅 업무는 RDC가 맡아 CQCM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성과에 따라 사후 대금을 정산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합니다.
RDC는 신규 협동조합 설립에 필요한 법 지식, 자금조달, 기술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또 협동조합 부문별 연합회 결성을 장려하고, 다양한 회의를 통해 공동의 필요를 모색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러한 효율적인 지원 체계와 적절한 컨설팅에 따라 신규 협동조합의 생존율은 높아지게 됩니다.
일례로 홈케어서비스가 협동조합들의 관심사였던 1990년대, RDC 주도 아래 은행, 보험, 식품 유통 등 발전된 부문의 협동조합들이 힘을 합해 12개의 신규 홈케어서비스 협동조합 신설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홈케어서비스 협동조합이 생겨남에 따라 노인, 장애인 등 소외된 이들이 보다 손쉽게 전문 서비스 기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같은 RDC의 활약은 협동조합이 사람들의 새로운 필요에 부응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그리스도 정신을 기초로 하여 실천적인 사랑과 나눔의 영토를 넓혀갈 수 있는 힘이 있음을 확인시켜줍니다.
[가톨릭신문, 2013년 7월 28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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