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교리서 해설 Q&A
“덕(德)이란 무엇이며, 윤리적인 덕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질주하는 열차에서 사람이 뛰어내리면 골절상을 입거나 생명이 위험합니다. 이것은 사물의 이치를 모르는 어리석음입니다. 육체를 가진 인간은 물질적인 환경에 대처하고 적응합니다. 잘 적응하기 위해 우리는 물리(物理)라는 규칙이 필요합니다. 또한 인간은 정신적이며 영적인 존재입니다. 인간과 주변 환경 사이에 물리적인 관계가 형성되듯이, 자기 자신과 타인 사이에는 윤리적인 관계가 발생합니다. 윤리(倫理)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원리, 즉 인간관계의 도리이며 예법입니다. 우리는 창조주 하느님으로부터 최고의 선물 가운데 하나인 자유를 부여받았고 양심의 판단에 따라 자유를 올바르게 사용해야 합니다. 자유의 사용은 인간의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우리의 행동이 자신과 이웃에게 선이 되기 위해서는 그 바탕에 덕이 있어야 합니다. “덕은 선을 행하고자 하는 몸에 밴 확고한 마음가짐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803항) 이 단호한 마음가짐은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고 감정을 바로 잡아 선한 행위에 이바지하도록 합니다. 짐승과 다르게 우리가 인간다운 것은 윤리적인 덕을 실천하기 때문입니다. 윤리는 인간 사회를 받쳐 주는 기둥으로서 재물에게 그 자리를 내줘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현명함’, ‘정의’, ‘용기’, ‘절제’ 이렇게 중요한 네 가지를 윤리적인 덕으로 권장합니다. 인간적인 덕 가운데서 현명함은 우리가 주어진 상황에서 참된 선을 식별해내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을 선택하는 으뜸의 덕입니다. 현명한 사람은 양심의 판단에 따라 선을 추구하는 행동을 결정합니다. 성경은 악을 피하고 선을 택하는 덕(德)으로서 “현명함이 너를 보살피고 슬기가 너를 지켜 악의 길에서, … 너를 구해주리라.”(잠언 2,11-12)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선을 향한 습성은 인간이 본래 완전하게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윤리적인 덕은 인간의 노력으로 획득되는 것입니다. 덕의 원천은 선 자체이신 하느님이시므로 그리스도인에게 덕이란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지키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이 가르쳐 주신 길을 따르는 사람은 완전한 사람입니다. 인간은 이 길을 가야만 자신의 인격을 완성시킬 수 있으며 잘 살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은 마음을 다하고 영혼을 다하고 뜻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닙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809항)
오늘날의 세상은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수많은 물건과 호화 브랜드를 앞세운 명품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로 넘쳐나고, 그것들은 우리의 눈과 귀, 심지어 생각까지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정말 고귀한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느님, 영혼, 양심, 겸손, 효도, 배려, 자선, 희생, 예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이 돈에 밀려나고 있습니다. 새 곳간에 가득 쌓인 곡식과 재물이 행복을 보장한다는 생각은 큰 어리석음입니다. 진정한 보물은 하느님 나라 밭에 있으며, 덕은 그 보물을 캐기 위해 우리가 마련해야 할 도구입니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마태 13,44)
※ 참고 : 가톨릭교회교리서 1803-1809항 (사목국 연구실)
[2013년 8월 4일 연중 제19주일 서울주보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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