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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40: 모든 성인의 통공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14 조회수2,422 추천수0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40)


45. 모든 성인의 통공

성인들의 통공은 무엇입니까?

흔히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통공(通功)이라는 말은 ‘공로가 서로 오가며 통한다’는 뜻이다. 신자들은 세상을 살면서 자선과 절제와 기도로써 공로를 쌓을 수 있다. 그런데 공로를 많이 쌓은 사람들(성인성녀들)은 자기 공로를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고, 현세를 사는 우리들도 우리의 공로를 연옥 영혼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이해는 성인들의 통공 교리의 한 부분만을 강조한 것이므로 조금 부족합니다. 사도신경의 라틴어 원문을 보면 “쌍또룸 꼼무니오넴”(sanctorum communionem)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성인들의 친교(통교)”라고 번역해야 더 적절한 번역이 됩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이 문장을 “성인들의 통공”이라고 번역했기 때문에, 공로를 주고 받는 것을 너무 강조합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구절이기 때문에 번역을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 의미만큼은 올바로 알아들어야 할 것입니다.

사도신경은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를 고백한 다음에 ‘모든 성인의 통공’을 고백한다. 어떤 면에서 이 구절은 앞 구절을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다. “교회란 모든 성도의 공동체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모든 성도의 친교가 바로 교회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946항).

그러므로 ‘모든 성인의 통공’이라는 말은 다음과 같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두 가지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곧 ‘거룩한 것들의 공유’와 ‘거룩한 사람들 사이의 친교’가 그것입니다.

1) 거룩한 것들의 공유

① 신앙의 공유 : 현대인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내 믿음은 내가 결정해서 받아들인 것이고, 내가 성경 많이 읽고 기도 열심히 해서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 믿음은 사도들로부터 전해 받은 교회의 신앙이며, 다른 신자들과 함께 나눔으로써 풍부해지는 공동의 믿음입니다.

② 성사의 공유 : 하느님의 은혜는 7성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혼자 기도하고, 혼자 성경 읽어도 하느님의 은혜를 받을 수는 있지만, 신자 공동체가 함께 성사에 참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③ 은사의 공유 : 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특별 은혜(=은사)도 받게 됩니다. 성직자, 수도자, 특별한 평신도들만 은사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이 아니라 신자 공동체 전체가 은사를 받는 것이고, 각자가 받은 은사는 자기만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④ 공동 소유 : “신자들의 공동체는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사도 4,32). 신자들은 영적 자산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현세적인 재화까지도 공유합니다. 참그리스도인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모든 사람의 공동 소유로 여겨야 하며, 가난한 이와 이웃의 불행을 도와줄 준비와 열의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⑤ 사랑의 공유 :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지체입니다”(1코린 12,26-27). 삼위일체의 친교이시기에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그처럼 교회도 사랑을 통하여 친교의 공동체로 완성됩니다.

2) 거룩한 사람들 사이의 친교

“성인들의 통공”에 있어서 “성인들”이 누구인가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톨릭교리는 3가지 형태의 교회가 있다고 말합니다.

① 승리 교회 : 하느님을 뵈옵는 영광을 누리고 있는 성인성녀들의 교회
② 순례 교회 : 지상에서 나그넷길을 걷고 있는 우리 신자들의 교회
③ 정화 교회 : 이 삶을 마치고 정화를 받고 있는 연옥 영혼들의 교회

“성인들의 통공”에 있어서 “성인들”은 하느님 곁에 계신 성인성녀들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천상, 지상, 연옥의 모든 신자들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인들의 통공”은 이 3가지 형태의 교회가 신비로운 방식으로 서로 결합되어 있고, 서로를 위해 사랑의 통교를 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① 성인들의 전구 : 성인성녀들은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완성된 모습에 이르렀습니다. 그분들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분들은 지상의 교회, 연옥의 교회와 결합되어 있기에, 그들을 위해 끊임없이 하느님 아버지께 전구하십니다. 따라서 그분들의 형제적 배려로 우리의 연약함이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성인들의 전구를 “성인들께 기도해서 도움을 많이 받아야겠다”는 식으로만 이해하면 조금 아쉽습니다. 성인성녀들은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우리의 여행길에 확실한 안내자이고 격려자들로서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성인전을 읽고, 성지순례를 할 때 뜨거운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요즘 신앙 생활이 힘들게 느껴지는데, 나만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었구나! 그리고 성인성녀들은 이 어려움들을 잘 극복해 나가셨구나!” 이런 감동으로 우리는 다시 신앙의 길을 힘차게 걸어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성인성녀들이 우리에게 주시는 근본적인 도움입니다.

② 죽은 이들과 이루는 친교 : 교회는 죽은 이들(연옥 영혼들)에 대한 기억을 커다란 신심으로 소중하게 간직하여 왔으며, 그들을 위해서 정성껏 기도를 바칩니다. 죽은 이들을 위하여 그들이 죄에서 벗어나도록 기도한다는 것은 거룩하고 유익한 것이기 때문입니다(2마카 12,45 참조).

11월 1일은 모든 성인의 날입니다. 이 날 우리는 천상의 성인성녀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11월 2일은 위령의 날입니다. 이 날 우리는 연옥 영혼들을 기억합니다. 이 날만이 아니라, 우리는 항상 “성인들의 통공” 안에서 신앙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그리스도 신자의 친교를 믿습니다. 곧, 지상에서 순례자로 있는 사람들, 남은 정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죽은 이들, 하늘에 있는 복된 분들이 모두 오직 하나의 교회를 이룬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 친교 안에서 자비로우시고 사랑이 많으신 하느님과 그분의 성인들이 우리의 기도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962항).

[2013년 8월 4일 연중 제18주일 의정부주보 5-7면, 강신모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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