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04) 협동조합을 돕는 ‘협동조합’
캐나다 사회경제제도와 사회경제의 힘
누가 봐도 여러 가지 환경이 썩 좋다고 할 수 없는 북미지역에서 캐나다 퀘벡 주를 ‘협동조합의 천국’으로 일궈 누구나 부러워하는 곳으로 만든 배경에는 퀘벡의 독특한 협동조합 모델인 지역개발협동조합(Regional Development Cooperative : RDC)제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역개발협동조합(RDC)은 한 마디로 협동조합 창립을 돕는 협동조합으로, 지난해 12월 1일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협동조합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퀘벡 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RDC들은 네트워크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신규 협동조합 설립에 필요한 창업기술을 지원하고 있어 협동조합운동이 새롭게 불붙고 있는 우리로서는 시사 받을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현재 퀘벡 주 17개 행정구역 가운데 11개가 설립돼 있는 RDC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에서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일자리’ 만들기에서 놀라운 역량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지난 1986년 설립된 몬트리올과 퀘벡 라발지역개발협동조합은 180개 협동조합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습니다. 회원 가입은 의무나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뤄집니다. RDC 운영자금은 주정부 예산과 서비스 수익, 회비 등으로 충당되고 있습니다.
퀘벡 주 전체로는 2800개 협동조합 가운데 1080개 협동조합이 RDC에 가입돼 있습니다. 이들 RDC는 지난 10년간 1만1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또 2004~2006년까지 160개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해 1223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기준으로 최근 3년 동안 327개 협동조합이 RDC를 통해 설립됐으며, 1234개 일자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때문에 RDC는 협동조합 창립을 촉진하기 위한 매개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83%를 경제 사정이 취약한 시 외딴지역 가난한 이들이 많은 곳에서 성과를 내어 협동조합이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12개에 이르는 퀘벡협동조합연합회(CQCM)가 협동조합 정책을 총괄한다면 RDC는 협동조합운동의 최전선에서 협동조합이 지역경제개발 파트너들과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돕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우선순위를 잘 파악해 새로운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고 있는 RDC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는 천사나 다름없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RDC는 협동조합이라는 가치로 연대하고, 협동조합운동을 통해 지역의 사회적 자산을 확충함으로써 ‘일자리’ 문제 해결은 물론 ‘복지’, ‘경제 활성화’ 등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음으로써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해나가는데 역량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RDC의 위상과 역할에 착안해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으로 지난 2월 13일 전북지역에서 지역순환형 자립경제 기반 구축을 목표로 내세운 전북지역개발협동조합(RDC)이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눈길을 먼저 돌림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RDC를 통해 주님께서 바라시는 참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3년 8월 11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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