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41)
46. 마리아 - 그리스도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
지난 주에 우리는 “성인들의 통공” 교리를 공부했습니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성인들의 통공을 믿기에, 성인성녀들에게 도우심을 청하고, 그분들의 삶을 닮고자 노력합니다. 개신교 신자들도 성인들의 통공을 믿기에 이런 가톨릭 신자들의 모습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모 마리아 공경에 대해서는 반감을 갖고 있습니다. 성모님을 다른 성인들처럼 공경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성모님께 “그리스도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 “구원의 협력자”라는 칭호를 드리고 특별한 공경을 하는 것을 문제 삼습니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 성모님은 구원의 역사 안에서 다른 성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중요한 위치를 지니시고 있음을 믿습니다.
1) 그리스도의 어머니(또는 하느님의 어머니)
우리는 앞서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이 참으로 필요했음을 공부한 바 있습니다(27, 29과). 나쁜 친구의 꼬임에 빠져 가출을 해서 타락한 생활 속에서 헤매는 아들이 있다면, 언젠가 돌아오겠지 하며 기다릴 부모는 없습니다. 찾아 나설 것입니다. 아들이 있는 곳이 범죄자 소굴이건 감옥이건 부모는 찾아갑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죄와 고통 중에 있는 우리들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사람이 되신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시겠다고 결심하시는 것만으로 우리들의 구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하느님을 받아들이려는 인간의 협력이 없으면 안됩니다. 앞의 예에서 부모가 어렵게 아들을 찾아갔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아들이 처한 고통스런 상황을 함께 겪는다고 하더라도, 아들이 고집을 피우고 부모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구원도 일방통행이 될 수 없습니다.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시기 위해서는 그분을 온전히 받아들여 잉태하시고 낳아주실 여인이 필요합니다. 바로 성모님이십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사건은 날마다 벌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2천년 전 단 한 번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유일무이한 사건으로 말미암아 우리 구원의 길이 결정적으로 열렸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구원자이신 것처럼, 그분을 받아들여 잉태하시고 낳아주신 성모 마리아 역시 우리 구원에 있어서 유일무이한 역할을 하신 분이십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성모님은 다른 성인성녀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위치에 계신 것입니다.
2) 교회의 어머니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활동의 목표는 “하느님 나라”라고 이미 설명한 바 있습니다(31과). 예수께서는 12사도를 뽑으시어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가르치셨고, 그들을 새로운 공동체, 즉 교회로 준비시키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과 성령의 강림으로 말미암아 교회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느님의 강생에 온전히 협력하신 성모 마리아께서는 교회의 탄생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활동을 따르는 충실한 제자이셨고, 십자가 아래까지 따라 가셨습니다. 마침내 십자가에서 운명하시는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성모님을 제자에게 어머니로 주셨습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요한 19,26).
또한 마리아께서는 성령의 강림으로 교회가 탄생하는 순간에 사도들과 함께 하시면서 당신의 기도로 교회의 시작을 도와주셨습니다. “그들은 모두, 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사도 1,12).
동정 마리아께서는 분명히 그리스도의 지체들의 어머니이시다. … 왜냐하면 저 머리의 지체인 신자들이 교회 안에서 태어나도록 사랑으로 협력하셨기 때문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963항).
3) 성모 마리아 공경
구원의 역사에 있어서 성모 마리아의 특별한 역할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교회의 탄생에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닙니다. 2천년 교회의 역사를 통해서, 그리고 세상 종말에 교회가 완성될 때까지, 예수님의 구원 사업에 협력하시는 성모님의 역할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승천하시어 하느님 곁에 계시게 된 성모님께서는 우리 신자들을 위해서 지금도 끊임없이 기도하여 주십니다.
마리아께서는 순종과 믿음과 희망과 불타는 사랑으로 영혼들의 초자연적인 생명을 회복시키시고자 온전히 독특한 방법으로 구세주의 활동에 협력하셨다. 이러한 까닭에 은총의 세계에서 우리의 어머니가 되셨다.
실제로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님께서는 이 구원 임무를 그치지 않고 계속하시어 당신의 수많은 전구로 우리에게 영원한 구원의 은혜를 얻어 주신다. … 그 때문에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교회 안에서 변호자, 원조자, 협조자, 중개자라는 칭호로 불리신다”(가톨릭교회교리서 968-969항).
그래서 신자들은 옛날부터 온갖 위험과 곤경 속에서 성모님의 보호 아래로 달려 들어가 도움을 간청하곤 했습니다.
성모님께 보호를 청하는 기도
거룩하신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지켜주시고 어려울 때 저희가 드리는 간절한 기도를 물리치지 마소서.
또한 온갖 위험에서 언제나 저희를 지켜주소서. 영화롭고 복되신 동정녀시여.
이처럼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구원이 이 세상에 실현되는 데에 있어서 완전한 협력자이시기에, 그분을 특별히 공경함은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성모님께 대한 공경이 너무 지나쳐서 우리의 유일한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우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천주 성모의 독특한 품위를 숙고하는 데에서 어느 모로든 온갖 거짓 과장이나 지나치게 협착한 마음을 애써 삼가도록 간곡히 권고한다. … 그리고 진정한 신심은 쓸모없고 일시적인 감정이나 허황한 맹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참된 신앙에서 나온다는 것을 신자들은 명심하여야 한다. 참된 신앙으로 우리는 천주 성모의 탁월함을 인정할 수 있고, 또 우리 어머니에 대한 자녀다운 사랑을 불러일으키고 그분의 덕행을 본받을 수 있다(교회헌장 67항).
[2013년 8월 11일 연중 제19주일 의정부주보 5-7면, 강신모 신부(선교사목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