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05) 퀘벡 주정부와 협동조합운동
협동조합의 힘, 네트워크의 힘
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협동조합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사회적 경제의 다채로운 모습들은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향해가는 고상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사랑을 바탕으로 한 ‘협동’을 통해 인간 공동체만이 창출해낼 수 있는 아름다운 가치를 잘 가꿔나가고 있는 이들을 볼 때면 그들이 이미 하느님 나라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생각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 캐나다의 10개 주 가운데 가장 큰 면적의 퀘벡 주는, 인구가 캐나다 전체의 23%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에 있어서는 늘 그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캐나다는 물론 북미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지금은 캐나다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된 퀘벡이라는 지역은 네트워크와 이 네트워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의 힘을 잘 보여주는 곳이어서 협동조합운동에서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우리로서는 배울 바가 적지 않습니다.
협동조합(운동)의 가능성을 인지한 퀘벡 주정부는 이미 지난 1960년 정부 직제 안에 최초로 협동조합 부서를 설치함으로써 협동조합(운동)을 국가 단위에서 공동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몫으로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합니다.
퀘벡 주정부는 협동조합 부서를 중심으로 협동조합에 필요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 협동조합 설립과 성장을 뒷받침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퀘벡에는 소비자협동조합을 비롯해 생산자협동조합, 근로자협동조합, 연대협동조합, 근로자 소유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들이 태어나 그 어느 곳에서보다 왕성한 생명력을 키워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퀘벡 주에만 2800개 협동조합(비금융권, 금융권 포함 3300여 개)이 활동 중이며, 종사자는 9만2000여 명, 조합원은 무려 120만 명을 헤아립니다. 이처럼 정부와 지역사회가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며 서로 필터링하면서 시너지효과를 거두고 있는 모습은 갑을(甲乙) 문화로 시끄러운 우리 사회로써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퀘벡 주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2005년 11월 세제 개편 등을 통해 협동조합운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협동조합법을 개정하였습니다. 아울러 3개년 협약을 맺고 창업 기술지원, 특화된 창업 가이드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동이 결실을 본 까닭에 최근 3년간 캐나다에서 설립된 협동조합의 60%가 퀘벡에서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 퀘벡 인구가 캐나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퀘벡 협동조합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1999년부터 2009년 10년 동안 캐나다 전체에서 협동조합이 창출한 일자리(37%)의 절반에 해당하는 15.5%를 퀘벡에서 창출하는 성과를 올렸으니 협동조합의 천국이라 불릴 만합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 협동조합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향 설정 ▲ 지역사회 고유의 원칙 존중 ▲ 협동조합운동과 정부 사이의 긴밀한 협력 ▲ 금융조달 등 협동조합에 대한 전문적 지원 ▲ 협동조합 사이의 강력한 네트워킹 등 통합적인 구조를 협동조합의 성공요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퀘벡은 협동조합이 하나의 대안적 제도가 아니라, 그리스도 정신을 바탕으로 인간이 만들어가는 공생적 공동체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3년 8월 18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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