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44)
49.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1) 개별 심판
인간이 죽을 때, 육신은 썩어 없어지지만, 영혼은 존속됩니다. 영혼은 불멸(不滅)입니다. 이 영혼은 각자 그 행실대로 하느님으로부터 심판을 받습니다. 그 심판에 따라 영혼의 운명은 천국과 지옥과 연옥으로 결정됩니다. 이것을 개별 심판이라고 합니다.
각 사람은 죽자마자 자신의 삶을 그리스도께 셈 바치는 개별 심판(사심판)으로 그 불멸의 영혼 안에서 영원한 갚음을 받게 된다. 이러한 대가는 정화를 거치거나, 곧바로 하늘의 행복으로 들어가거나, 곧바로 영원한 벌을 받는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1022항).
우리의 일생을 심판받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두렵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자비로우신 아버지 하느님이십니다. 우리의 잘못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분의 더 큰 자비를 믿기에 신자들에게 심판은 곧 용서가 되는 것이고 구원이 됩니다.
① 천국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간직하고 죽은 사람들과 완전히 정화된 사람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살게 된다. 그들은 하느님을 “있는 그대로”(1요한 3,2) “얼굴과 얼굴을 마주”(1코린 13,12) 보기 때문에 영원히 하느님을 닮게 될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1023항).
② 연옥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서 죽었으나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사람들은 영원한 구원이 보장되기는 하지만, 하늘의 기쁨으로 들어가기에 필요한 거룩함을 얻으려면 죽은 다음에 정화를 거쳐야 한다. 교회는 선택된 이들이 거치는 이러한 정화를 연옥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단죄받은 이들이 받는 벌과는 전혀 다르다(가톨릭교회교리서 1030-1031항).
③ 지옥
교회는 지옥의 존재와 그 영원함을 가르친다. 죽을죄의 상태에서 죽는 사람들의 영혼은 죽은 다음 곧바로 지옥으로 내려가며, 그곳에서 지옥의 고통, 곧 “영원한 불”의 고통을 겪는다. 지옥의 주된 고통은, 인간이 창조된 목적이며 인간이 갈망하는 생명과 행복을 주시는 유일한 분이신 하느님과 영원히 단절되는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1035항).
현대에 와서 하느님의 자비하심만을 강조함으로써, 지옥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인간의 영혼을 지옥에 보내시어 영원한 벌을 받게 한다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인간 영혼을 지옥에 보내시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하느님을 외면하고 회개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지옥을 향해 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자유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시기에, 인간의 고집을 억지로 꺽으실 수가 없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죽음과 관련해서 윤회설을 가르칩니다. 사람이 죽으면 그 행실에 따라 어떤 이는 극락(우리 표현으로는 천국)에 가고, 어떤 이는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고, 또 어떤 이는 짐승으로 태어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는 윤회설을 믿지 않습니다. 사람은 죽음으로써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옮겨 갑니다. 죽은 사람의 영혼은 천국·연옥·지옥 중에 하나에 갈뿐이지, 다시 이 세상으로 내려올 수 없습니다. 한번밖에 살 수 없는 세상이기에 참 소중하게 살아야 합니다.
2) 최후의 심판
각자가 죽은 후에 그 영혼이 개별 심판을 받고 천국과 연옥과 지옥으로 운명이 결정되면 모든 것이 끝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난 시간에 “육신의 부활”을 공부했습니다. 우리들의 진정한 부활(=진정한 구원, 완성)은 영혼이 새로운 육신과 결합될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개별 심판을 받고 천국 · 연옥 · 지옥에 간 것은 영혼뿐입니다. 그러므로 개별 심판만으로는 아직 완전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 마지막 때,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에 최후의 심판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로써 하느님의 뜻과 인간의 구원이 완성될 것입니다.
① 육신의 부활
최후의 심판에 앞서 “의로운 이들이나 불의한 자들이나”(사도 24,15) 죽은 모든 이가 부활할 것입니다. “의인들의 육신은 그리스도의 육신과 같이 아름다울 것이요, 악인들의 육신은 추악하고 흉할 것이니라”(천주교요리문답 107항).
② 최후의 심판
살아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미 개별 심판을 받은 사람들까지도 재림하시는 예수님 앞에서 새롭게 심판을 받습니다. 개별 심판 때는 각자가 사사로이 심판을 받았지만, 최후의 심판 때는 만인이 보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그리고 결정적으로 심판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③ 새 하늘과 새 땅
종말에는 하느님 나라가 완전하게 도래할 것이다. 최후의 심판 후에 육체와 영혼이 영광스럽게 된 의인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다스릴 것이며 우주 자체도 새롭게 될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1042항).
언뜻 보면 최후의 심판은 세상의 종말을 뜻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개별 심판을 두려워하듯이 세상이 종말을 고하는 최후의 심판 역시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세상의 종말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믿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죽음 너머에 부활의 삶이 있듯이, 세상의 종말 역시 그것이 끝이 아니라 “새 하늘과 새 땅”(2베드 3,13)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사이비 종교들이 등장해서 세상 종말이 곧 닥칠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겁을 줍니다. 이 사람들에게 속아서 많은 이들이 생업도 포기하고, 가정도 버린 채 그들에게 재산을 다 갖다 바치고 멸망에서 구원해달라고 매달리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기꾼들에게 속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 종말의 때를 알 수 없다고 단언하셨습니다. 우리는 세상 종말이 언제 오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하느님을 뵙기 위해서 오늘 우리에게 맡겨진 사람들과 책임들에 성실해야 합니다.
[2013년 9월 1일 연중 제22주일 의정부주보 5-7면, 강신모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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