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31) 양심
바른 길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목소리, 양심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루카 15,7). 연중 제24주일 복음 말씀입니다. 회개하려면 자신의 행동을 양심에 비춰 성찰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양심과 양심의 판단에 대해 알아봅니다.
◇ 살펴봅시다
교회는 양심을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핵심이라고 가르칩니다. "양심은 인간의 가장 은밀한 핵심이며 지성소이다. 거기에서 인간은 홀로 하느님과 함께 있고 그 깊은 곳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다"(사목헌장 16항). 이 양심의 깊은 곳에서 우리는 법을 발견합니다. 이 법은 언제나 선을 사랑하고 실행하며 악을 피하도록 부릅니다. 그것이 바로 양심에서 나오는 하느님의 목소리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하느님께서 자기 마음속에 새겨 주신 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이 양심, 도덕적 양심입니다(1776항).
㉠ 양심의 판단(1777~1782항) : 인간 마음속에 있는 도덕적 양심은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라고 명령할 뿐 아니라 "구체적 선택들을 판단해 옳은 선택은 승인하고 그릇된 선택은 고발"(1777항) 합니다. 현명한 사람은 도덕적 양심에 귀 기울임으로써 하느님 말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또한 이 도덕적 양심을 통해 자기가 하려는 행위와 하고 있는 행위 그리고 이미 행한 행위의 도덕적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양심의 판단으로 하느님의 법이 명하는 것을 알고 깨닫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 사람이 "자기 양심의 목소리를 듣고 따르기 위해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1779항)입니다. 양심으로 돌아오는 것, 자기 내면으로 돌아오는 것은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인간은 스스로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 양심과 자유에 따라 행동할 권리가 있습니다. 인간은 자기 양심을 거슬러 행동하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교회의 확고한 가르침입니다.
어떤 사람이 악을 저지를 때 자기 양심의 공정한 판단에 따라 자신이 악을 저지르고 있다고 판단하면 그 양심의 판결은 회개와 희망의 보증이 돼줍니다. 이 양심의 판결을 통해 그 사람은 자신이 잘못을 고백해야 한다는 것, 용서를 청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선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 양심의 형성(1783~1785항) : 하지만 양심은 올바로 형성돼야 하고 도덕적 판단도 계발돼야 합니다. 잘 형성된 양심은 바르고 진실합니다. 잘 형성된 양심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참된 선에 맞는 판단을 이성에 따라서 내립니다. 부정적 영향을 받기 쉽고 죄의 유혹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는 양심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 양심 교육은 온 생애에 걸쳐 이뤄져야 합니다. 양심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어린아이에게 도덕적 양심으로 깨닫게 된 내적 법을 인정하고 실천하도록 일깨워줍니다. 또 인간의 약함과 잘못에서 생기는 공포, 이기심, 교만, 죄책감 등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해줍니다. 요컨대 양심 교육은 자유를 보장해 주며 마음의 평화를 줍니다.
양심을 형성함에 있어서 우리는 하느님 말씀을 우리의 길을 비추는 빛으로 삼아야 합니다. 신앙과 기도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삼아 그 말씀을 실천해야 하며, 주님의 십자가 앞에서 우리의 양심을 성찰해야 합니다. 성령의 선물에서 도움을 받고 다른 이들의 증언이나 충고에서 힘을 얻으며 교회의 권위 있는 가르침의 인도를 받아야 합니다.
㉢ 양심에 따른 선택(1786~1789항) : 도덕적 선택을 앞에 두고 양심은 이성과 하느님의 법에 맞는 바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하느님의 법과 이성에서 거리가 먼 그릇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때로는 도덕적으로 명확히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부딪치기도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늘 옳고 선한 것을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신중함의 덕이 필요하고 현명한 사람들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또 성령의 도우심을 청해야 하고, 시대의 징표를 해석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올바른 양심의 판단을 위해 반드시 적용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선한 결과를 얻으려고 악을 행하는 것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 △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 사랑은 항상 이웃과 그의 양심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한다.
㉣ 그릇된 판단(1790~1794항) : 인간은 언제나 양심의 확실한 판단에 따라야 합니다. 고의로 양심의 판단을 거슬러 행동하면, 이는 자신을 단죄하는 행위가 됩니다. 그런데 하고자 하는 행위나 이미 행한 일에 대해서 잘 잘못을 알지도 깨닫지도 못하고 그릇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이를 무지에 의한 판단이라고 합니다. 이런 무지는 많은 경우 자신의 책임입니다. 진리와 선을 추구해야 하는 일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습관적인 죄로 양심이 흐려지면 무지의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합니다.
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무지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양심의 형성이 잘못됐거나 아니면 정신의 이상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도덕적 양심의 판단 능력을 상실한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렇게 극복할 수 없는 무지의 경우라면 개인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그 사람에게 물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행위는 여전히 악이며, 무질서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도덕적 양심을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정리합시다
- 양심은 인간의 가장 은밀한 핵심이며 지성소다. 거기에서 인간은 홀로 하느님과 함께 있고 그 깊은 곳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다(1795항).
- 양심은 창조주의 지혜가 바라는 참된 선에 부합하도록 이성에 따라 판단한다. 누구나 자신의 양심을 형성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1798항).
- 하느님 말씀은 우리 길의 빛이다. 신앙과 기도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 이를 실천해야 한다. 양심은 이처럼 형성되는 것이다(1802항).
[평화신문, 2013년 9월 15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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