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현 신부의 사회교리] 외국인 노동자의 이주와 이민사회형성 단계 (2)
지난 호에서 지면 관계상 뵈닝이 제시한 이민사회형성과정 4단계 중 제1단계, 이주시작과 제2단계, 이주지속단계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제3단계, 가족재결합단계와 제4단계 영구정착단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3. 제3단계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입국에서 결혼하거나 모국 가족과 재결합이 일어나는 단계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입국에 장기간 생활하게 될 때 이들은 자연스럽게 체류국의 삶에 적응하게 되고 의식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즉 외국인 노동자들은 돈을 모아 귀국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유입국에 정착하여 살겠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한다. 이러한 생각에 따라 모국의 가족을 초청하거나 결혼하여 이입국에 정착하고자 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게 된다. 가족의 재결합은 고연령층 노동자의 지속적인 증가와 동시에 여성과 아동의 이주 비율이 증가하게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모국사회가 더 이상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의 준거집단이 되지 못하고 체재국 사회로 바뀌게 된다. 그러면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은 출신국을 중심으로 민족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한국사회 외국인 노동자들은 아직 가족재결합단계에 완전히 이르지 못하고 있지만 초기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먼저 한국정부가 외국인 노동자 가족들의 입국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외국인 노동자가 자신의 가족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가 가족들을 초청하여 한국에서 살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즉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은 노동을 목적으로 하여 한국에 입국하여 일정의 취업기간(고용허가제로 3년 취업 후 1회에 한해 연장가능)이 끝나면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신의 가족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가족재결합을 이루는 것은 제도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가족재결합을 암시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실상 우리 사회에서 각종 편견과 차별을 경험한 외국인 노동자가 모국의 가족들을 초청하여 한국에 정착하는 데는 특별한 용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비록 우리 사회가 아직 가족재결합단계에 이르지 않았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인과 결혼하여 귀화한 후 자신의 가족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가족재결합을 이루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또 한국인과 재혼을 한 여성 노동자의 경우 자신의 모국에 있던 자녀들을 초청하여 가족재결합을 이루는 경우도 있으며, 결혼한 해외동포가 한국에서 취업하여 정착하는 경우 자신의 가족들을 초청하여 가족재결합을 하고 있다. 특히 2004년 「재외동포법」 개정으로 재중동포들을 비롯하여 해외동포들이 한국에서 취업이 용이하게 되었고 또한 한국 국적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한국에 먼저 와서 정착한 사람이 자신의 가족을 초청하여 가족재결합을 이루고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또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경우가 차츰 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아직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가족재결합단계에 들어서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제4단계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입국에 영구 정착하는 단계이다. 뵈닝에 의하면 3단계를 넘어서면서 이주 노동자들은 유입국에 정착하여 살면서 모국에 있는 가족들을 초청하여 가족재결합을 이루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이입국에 영구 정착하게 된다. 이제 이주 노동자들은 체류국의 구성원으로서 생활하고 또 그에 합당한 필요, 즉 주택, 교육, 사회복지 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게 된다. 3단계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출신국별 민족 공동체는 더욱 활성화되면서 이들이 함께 모여 사는 소수민족집단 주거지가 생겨나면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정착시키게 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 상점, 술집, 서비스업 등 자영업이 발달하며 사회단체와 종교조직도 생겨나게 된다. 이러한 단계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전 세계의 대도시에 있는 차이나타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이주 노동자들이 이입국에서 영구 정착하여 소수민족집단을 형성하면서 유입국에서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직 영구정착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2004년 ‘산업기술연수생’제도가 ‘고용허가제’로 변화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고가 돈을 벌어서 모국으로 돌아가려는 사고에서 차츰 한국에서 터전을 잡고 살려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1991년 소위 현대판 노예제도라 불리던 ‘산업기술연수생제도’는 제도의 문제로 인하여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미등록 노동자로 만들었고, 이들의 사업체 이탈, 임금 체불,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8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 공포하였고 2004년 8월부터 ‘외국인고용허가제’를 통하여 단순 기능인력을 도입하게 되었다. 2007년부터는 산업기술연수제도를 고용허가제로 통합하여 추가적인 산업연수생의 도입을 중단하고 저숙련 외국인력의 고용은 고용허가제로 일원화하였다. 이러한 제도의 개선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고, 한국인들, 특히 청년들의 3D업종과 제조업 기피현상은 단순노동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의 이입을 가중시켰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청년실업은 증가하고 있지만 3D업종과 제조업에서는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이입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들이 3D업종과 제조업체에서 장기간 노동을 하면서 관련분야의 기술을 전수받고 숙련공이 되면서 작업장에서 일정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제 이들은 자신들의 모국으로 돌아가기보다 한국에 정착하여 살기를 바란다. 뿐만 아니라 제조업과 3D업종 사업자들은 숙련공이 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정착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장기간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취약한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출신국별 민족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이들 민족 공동체는 서로에게 취업과 생활정보를 제공해줄 뿐 아니라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와 모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공단 근처에는 외국인 거리, 상점, 음식점, 서비스업과 술집 등이 형성되고, 필리핀인들에 의한 가톨릭 신앙공동체와 모슬렘들에 의해 이슬람 사원이 건립되고 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산업단지 주변에서 이들의 집단 주거지가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하고 있다. 그리고 앞에서 보았듯이 해외동포와 외국인 노동자들 가운데 영구정착을 염두에 두고 생활하는 이가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영구정착이 아니라 일정기간 노동 후에 모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아직 완전히 영구정착단계에 들어서지는 못했지만 영구정착단계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우리 사회는 뵈닝이 제시한 이민사회 형성의 제1단계와 제2단계를 넘어서 제3단계와 제4단계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유입으로 우리 사회 안에 새로운 이민사회가 형성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 사회에 어떤 문화적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다음 호에서 알아보자.
[월간빛, 2013년 9월호, 김명현 디모테오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다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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