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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73: 우리의 대중매체, 공동선을 위한 것일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29 조회수1,713 추천수0

[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73) 우리의 대중매체, 공동선을 위한 것일까
 
사회의 '공기' 대중매체 맑고 깨끗하게



필자는 지하철을 하루에 몇 차례 타고 다닌다. 때로는 타자마자 빈자리가 있는지 두리번거리기도 한다. 환승하는 것이 힘들다고 느낄 때도 있다. 출퇴근길 지하철 입구와 환승역의 사람들을 '인파'라고 표현한 것이 정말 절묘하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 급하다고 빨리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갈 수도 없는 그 상황이 때로는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급할수록 천천히, 그렇다고 멈추지도 말고….

 
대중매체가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
 
지하철에서 가장 두드러진 우리의 초상이 하나 있다. 저녁 늦은 시간이 아니면, 대개 지하철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무엇인가 보고 듣고 있는 그 모습 말이다. 게임을 하든, 소통을 하든, 검색을 하든… 모두 휴대전화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다 가끔 종이신문, 그것이 주요 일간지든 무가지든 읽는 이들을 만난다. 그리고 낮 시간 한가한 식당에 들러 늦은 점심을 할 때면 어김없이 텔레비전이 켜져 있는데 때로는 뉴스와 보도이고, 때로는 오락물이거나, 때로는 스포츠 경기다.

저녁 시간 가정에서 가족들은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가 이야기 소재인 걸로 짐작하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다. 한마디로 뉴미디어든 소셜네트워크든 종이신문이든 라디오든 텔레비전이든 도시 대부분의 사람은 '대중매체'와 한순간도 떨어져 있지 못하는 것 같다.

공기가 맑을 수도 있고 오염돼 있을 수도 있다. 맑은 공기가 맑은지를 느끼려면 오염된 공기가 얼마나 독한지를 알고 있어야 하고, 오염된 공기가 얼마나 오염된 것인지는 맑은 공기가 얼마나 신선한지를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대중매체는 공기와 같다. 그러나 그것은 공기와는 달리 우리가 자유의지로 선택한 것이다. 공기가 자연환경이라면 대중매체는 인간 환경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다. 그래서 교회도 "대중매체를 통한 정보 전달은 공동선을 위한 것"(「가톨릭교회교리서」 2494항)이라고 가르친다. 물론 공동선은 '인간 환경의 총체'다.

공기가 맑아야 사람이 건강하듯 대중매체가 깨끗해야 사회가 건강하다. 그 때문에 교회도 "사회는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 의식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가르친다. 이 가르침을 다르게 표현하면 "대중매체는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 의식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쯤 될 것이다.
 

대중매체, 공동선 증진 위해 힘써야
 
우리의 대중매체는 얼마나 진실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까? 대중매체는 혹시 자기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을 진실이라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 아닐까? 자유 대신에 종속을 강요하는 것 아닐까? 정의 대신에 불의를 일상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연대 의식 대신 패거리 집단의 줄서기를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하나하나 예를 들고 싶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진실 대신에 거짓을, 자유 대신에 종속을, 정의 대신에 불의를, 연대 대신에 분열을 일상화하고 강화하는 데 몰두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몇몇 대중매체는 무소불위의 지배력을 확장할 것이다. 교회의 우려가 우리에게는 현실로 다가온다. "대중매체는 그 이용자들에게 일종의 수동성을 길러 주거나, 그들이 시청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력이 부족한 소비자가 되게 할 수도 있다"(「가톨릭교회교리서」 2496항).

우리는 공기 오염에 민감해서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만들어내자며 대중교통, 특히 버스에 '원전 하나 줄이기' 스티커를 붙여 시민들에게 호소하지만 사회의 건강을 위해 대중매체를 깨끗이 하자는 구호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깨끗하지 못한 데다가 "통치 활동과 금융ㆍ정보기관들의 유착까지 더해지면, 이는 전체 민주주의 제도에 위험한 결과를 미친다"(「간추린 사회교리」 414항)는 것을 알면서도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일 게다.

현대사회에서 대중매체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털어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우리 사회에서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제발 공동선을 위해 기여하고 있길 소망한다. 앞의 민주주의의 위기가 쓸데없는, 괜한 우려였으면 좋겠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평화신문, 2013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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