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10)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덴마크
협동조합 바탕, 에너지 수입국서 수출국으로
에너지는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필요한 ‘혈액’과 같습니다. 산업화 이후 오늘날까지 인류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쓰는 에너지 소비량은 경제발전에 비례해 급속도로 증가해오고 있습니다.
세계 인구가 1973년 39억 명에서 2010년 68억 명으로 1.74배 늘어나는 동안 에너지 사용량은 61억TOE(Ton of Oil Equivalent·석유 1톤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에서 127억TOE로 2.08배나 증가하였습니다. 이 가운데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과 같은 화석연료는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 가운데 81%에 이를 만큼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60년 넘게 석유와 천연가스 등을 마음대로 사용한 결과, 예전에는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석유와 가스 등을 요즘은 깊은 바다나 퇴적암의 일종인 셰일층 등에서 어렵게 생산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현재의 에너지 자원들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화석연료 고갈, 환경 및 기후 변화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이제 단순히 어느 한 지역이나 국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덴마크가 보여주고 있는 모범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불과 40여 년 전만 해도 덴마크는 해외의 에너지 자원에 의지하던 에너지 수입국이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전 세계적인 1·2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정부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형성되기에 이릅니다. 이에 따라 1976년 국가 에너지 계획과 대안에너지 계획을 마련하면서부터 자연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석유를 대체하기 위한 노력으로 에너지 절약의 효율화와 풍력발전을 중점 육성한 결과 1978년 세계 최초로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정부도 풍력발전기를 구매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풍력발전 차액을 지원하는 등 지원책을 꾸준히 내놓아 풍력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재생 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덴마크는 지난 1991년 처음 해상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게 됩니다. 수도 스톡홀름 근처의 미델그룬덴 단지뿐만 아니라 12곳에 해상 풍력발전단지를 만들어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해오고 있습니다.
덴마크 서안에 있는 혼 해상단지는 미델그룬덴 단지보다 5배가 큽니다. 2003년 코펜하겐 남쪽 뉴스테드 해상풍력단지에는 풍력발전기 72개가 설치돼 14만5000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연간 600기가와트(GW)의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덴마크 전체로는 5200여 개의 풍력발전기가 연간 3752㎿의 전력을 생산해 전체 소비전력의 24%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힘입어 국가 전력 생산량에서 풍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높습니다. 석유가 나지 않는 나라임에도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해 현재 유럽연합에서 유일한 전기 수출국이 된 덴마크의 저력은 바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협동조합운동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지으신 자연을 주님의 뜻에 맞갖게 잘 활용해 후세대에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전해주려는 덴마크 사람들의 노력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느끼게 됩니다.
[가톨릭신문, 2013년 9월 29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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