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교리서 해설 Q&A
“십계명 중에서 첫 번째 계명이 가장 중요한 계명인가요?”
열 개의 손가락 중에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습니다. 그것은 열 개 모두가 소중하다는 말입니다. 각각의 손가락은 고유한 역할을 하면서 손바닥과 하나가 되어 수많은 일을 해냅니다. 하지만 첫 번째인 엄지손가락은 다른 것들에 비하여 아주 중요하며 손의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엄지의 부재는 손의 기능을 근본부터 흔들어 버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 너에게는 나 말고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신명 5,6-7)라는 이 말씀을 첫 번째 계명으로 주셨습니다. 첫 번째 계명은 다른 모든 것들의 근본 바탕이 되는 계명입니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됩니다. 이 첫마디는 이 땅의 5천만 국민들이 삶의 터전을 이루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결정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헌법은 이 나라 질서의 뼈대를 이루고, 국민의 자유로운 삶과 인간적인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이 땅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또 하느님을 알아 우리가 영원히 그분의 생명에 참여하도록 열 개의 계명을 주십니다. 그 가운데서 첫 번째 계명이 갖는 의미는 막중합니다. 그 계명은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을 드러내 줍니다. “하느님의 첫 번째 요청과 정당한 요구는 인간이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흠숭하라는 것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2097항) 흠숭은 성모님께서 노래하셨듯이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해 큰일을 하셨고 그분의 이름이 거룩하심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백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찬미하고 자신을 낮추는 흠숭을 통해서 인간은 죄의 속박에서, 세상의 우상숭배에서 해방됩니다. 죄는 우리에게 죽음을, 우상숭배는 인간의 삶을 허무하게 할 뿐입니다.
오늘날의 사회는 우상들의 박람회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권력, 쾌락, 잡신이나 마귀, 인종, 조상, 국가, 재물 등 인간이 하느님 대신에 어떤 피조물을 숭배하고 공경한다면 그것은 분명한 우상숭배입니다. 우상숭배는 하느님과의 친교와 결코 나란히 갈 수 없습니다. 우상숭배는 단한 번으로 극복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대한 공경을 멈추는 순간 여러 가지 피조물의 노예로 전락합니다. 강한 믿음으로 잠시 물 위를 걸었던 베드로 사도는 바람에 놀라 그리스도에게서 눈을 떼는 순간 피조물인 바다에 빠져들어 생명을 위협받습니다.(마태 14,28-30 참조)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고 한 첫 번째 계명은 확고하고 단호합니다. 그것은 삶과 죽음을 가리키는 이정표입니다. 재물은 오늘날 최고의 우상이 되어 영혼을 침식하며 날마다 세력을 넓혀갑니다. 재물은 참 사랑을 위한 도구이지, 숭배의 대상이 아닙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에 대한 무지가 모든 도덕적 탈선의 시작이고 이유”(「가톨릭교회교리서」 2087항 참조)라고 가르칩니다.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라는 성경의 첫 말씀은 성경을 끝까지 관통하며 비춰 줍니다. 십계명 중에서 첫 번째 계명은 모든 가르침의 초석이며, 인간의 취약점인 우상숭배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는 첫 번째 계명을 다시 선포하십니다. 그 계명은 모든 계명 중에 으뜸이며 최고의 유산입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마태 4,10)
※ 참고 : 「가톨릭교회교리서」 2083-2132항 (사목국 연구실)
[2013년 9월 29일 연중 제26주일 서울주보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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