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11) 덴마크의 에너지 정책
인간 · 자연의 공존공영 가능성 열어
교회는 물론이고 인류의 역사를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시는 무수한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성경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이러한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이들이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마태 24, 30)이라고 말합니다. 특히나 그리스도인들이 시대의 징표를 식별하고 그에 맞갖은 삶을 선택하고 실천에 옮긴다면, 온 인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닮아 세상을 바르고 정의롭게 인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시대를 이끄시는 주님께서는 사랑의 실천이 단순히 하면 좋고 안 해도 괜찮은 것이라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더구나 주님의 사랑은 인류를 넘어 당신이 창조하신 온 피조물을 향해 있습니다. 성경은 사람으로 하여금 하느님께서 손수 만드신 ‘온갖 것을 다스리게’(창세 1, 26) 하신 뜻이 단순히 ‘지배’가 아니라 ‘공존’임을 보여줍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들의 아름다운 정신을 볼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자연과의 조화와 하나됨을 통해 공존공영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덴마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덴마크 곳곳에 세워진 풍력발전단지에서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풍력발전기들은 생태계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유익하고 풍요로운 세상의 환경을 사람들이 향유하도록 가시적 노력과 상징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풍력을 비롯한 자연에너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를 통해 현재 전 세계 풍력발전기의 30%, 특히 해양 풍력발전기는 90%가 덴마크 산이 차지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덴마크에서 네 번째로 큰 기업으로 연매출액이 10조원이 넘는 베스타스(Vestas)는 풍력 분야 세계 1위의 업체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베스타스를 비롯해 지멘스 등 350여 개의 풍력발전산업 관련 기업체에서만 2만5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져 경제에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풍력 관련 기술 수출은 전체 덴마크 수출량의 8.5%에 이를 정도입니다. 덴마크에서 이처럼 풍력발전이 발달한 것은 산지가 없고 평평한 지형과 강한 해풍 등 지형적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입니다.
덴마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구상에 있는 생물체를 열분해시키거나 발효시켜 연료를 얻는 바이오매스(biomass) 에너지 연구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는 등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자세와 지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덴마크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풍력과 바이오매스의 비중을 각각 42%와 20%로 끌어올리고, 38%만 화석 연료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나아가 2035년부터는 화석연료를 전혀 쓰지 않기로 목표를 정하고, 2050년에는 아예 석유나 가스 사용량도 ‘0’으로 떨어뜨린다는 ‘화석 연료 제로(0)화’를 선언했습니다. 에너지 생산 전부를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야심 찬 구상입니다. 에너지 정책이 신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1990년 대비 20% 가까이 줄었습니다.
대체 에너지로 핵발전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신재생 에너지를 선택해 어려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덴마크 사람들의 삶에서 겸손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3년 10월 6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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