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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76: 핵무기와 핵발전은 교회의 길이 아니다 (1)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26 조회수1,638 추천수0

[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76) 핵무기와 핵발전은 교회의 길이 아니다 (1)
 
생명, 죽음의 길, 어떤 선택을?



사회의 비민주성과 국가의 폭력은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이 땅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국가의 중앙집중형 전력공급체계에 기댄 탐욕과 불의가 있다. 공의회는 인류가 겪는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사목헌장」 1항)임을 고백했다. 앞으로 수차례에 걸쳐 핵발전 및 핵기술의 문제를 다루려 한다.
 

핵무기, 핵발전소 그리고 우리의 선택은
 
누구도 하느님께서 보시기 좋게 창조한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그 하느님 정원의 모든 생명에 폭력을 가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과학기술을 악용한 핵무기의 폭발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잿더미로 만들고 수십만의 무고한 시민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살아남은 이들과 그 2, 3세에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겼다.

'핵 억제력'(핵무기 보유로 적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는 힘의 논리)을 내세워 경쟁적으로 수천 기의 핵무기(nuclear weapon, 核武器)를 개발하고 보유하여 세상을 '공포의 균형'으로 갈라놓은 강대국들은 마침내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핵발전소(核發電所)에서,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에서 핵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패전의 폐허를 딛고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일본의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은 다시 인류를 충격과 불안으로 몰아넣었다. 불과 60여 년 만에 벌인 이 대형 핵사고들은 인간이 자연과 모든 생명에 가한 폭력이었으며, 미래세대에 고통을 떠넘긴 몹쓸 짓이었다.

다행히 강대국들과 선진국들은 핵무기 감축과 핵발전소 가동 중지 및 폐쇄를 결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거꾸로 이를 핵발전 확대와 수출과 핵주권론(핵무기 개발과 보유) 확보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이는 핵무기와 핵발전이 세상에 참된 평화와 발전의 유산으로 남을지, 회복할 수 없는 고통과 재앙으로 남을지 분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언제나 우리 앞에는 두 길이,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이(신명 30,19 참조) 놓여 있다. 핵발전과 핵무기는 추상적 관념이나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생활 환경', 그것도 인류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 가운데 하나다.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핵무기와 핵발전에 관해 냉정하게 성찰하고 현명하게 판단하며 윤리적으로 선택 실천해야 한다(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사회적 관심」 41항 참조).

신앙인의 이 같은 노력이 인류가 안고 있는 "고뇌에 찬 문제들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고 구원의 힘을 풍부히 제공함으로써 하느님 백성이 들어 있는 이 민족과 사회에 연대와 존경과 사랑을 가장 웅변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사목헌장」 3항).
 

복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핵발전과 관련해서 사제들, 특히 수도권 및 도시 지역에서 사목하는 사제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대부분의 전력은 '힘없는 지방마을'에서 생산되어 수도권과 대형 공장밀집지역으로 송전되어 소비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고 했겠는가. "현대 세계의 상황에서 사제들의 설교는(…) 하느님의 말씀을 일반적으로나 추상적으로 설명할 것이 아니라, 복음의 영원한 진리를 구체적인 생활 환경에 적응시켜 설명하여야 한다"(「사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 4항).

마찬가지 이유로 교우들 역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평신도들은 복음화와 인간 성화에 힘쓰며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켜 그 질서를 완성하도록 노력함으로써 실제로 사도직을 수행"(「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2항)하기 위해서, "인간 구원에 관련되는 문제들은 물론, 자신과 세상의 문제들을 교회 공동체에 들고 와서 함께 논의하고 연구하고 해결하여야"(10항) 하기 때문이다.

참고=핵발전(核發電, nuclear power generation)은 핵을 인위적으로 분열시킬 때 발생하는 고온으로 물을 끓여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핵무기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서 '핵' 대신 '원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원자력발전'이라고 하지만, '핵'과 '원자'는 같지 않다.
 
[평화신문, 2013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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