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50)
55. 성체성사의 의미
성찬례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이다.” “교회의 모든 직무나 사도직 활동과 마찬가지로 다른 여러 성사들은 성찬례와 연결되어 있고 성찬례를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 안에 교회의 모든 영적 선이 내포되어 있다. 곧 우리의 파스카이신 그리스도께서 그 안에 계신다”(가톨릭교회교리서 1324항).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성체성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신자들의 큰 모임에서는 항상 미사가 봉헌됩니다. 그렇지만 성체성사가 왜 중요한지 그 의미를 되새기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미사을 봉헌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밥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압니다. 그렇지만 밥을 먹을 때 감사와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때때로 성체성사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우리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희생 제사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한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고, 죄인을 용서해 주시고, 병자를 치유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하느님께로 마음을 돌리지 않으셨습니다. 군중들은 현세적인 것에만 관심을 가졌고, 종교지도자들은 반감을 품었으며, 제자들마저 예수님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실망스런 상황에서 예수님께서는 가장 결정적인 구원 행위를 결심하시고 실행에 옮기십니다. 그것은 바로 백성들을 위해 당신을 제물로 바치시고 죽으시는 일이었습니다. 백성들의 완고함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용서하시고 인내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이 예수님의 죽음을 통해서 결정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우리에게는 구원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구원 행위는 십자가 죽음에서 그 절정을 이룹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죽으시기 전날 밤에 제자들을 불러모아 최후의 만찬을 하십니다. 이 자리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죽음의 의미를 설명하시고 당신 죽음의 의미를 기념하도록 명하셨습니다. “너희는 나를 기념하여 이를 행하여라.”(루가 22,19). 이로써 성체성사가 제정된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지극한 사랑이 성체성사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가톨릭 신앙 생활은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세례성사를 받는 것도 미사에 참석해서 영성체를 하기 위한 것이고, 고해성사를 보는 것도 영성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죄를 용서받고 성체를 영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배우게 될 병자성사나 성품성사도 성체성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2) 지속되는 희생 제사
예수님의 구원 업적의 절정인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2천 년 전에 단 한번 이루어진 사건이지만, 그것은 성체성사를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연결되었고, 예수님의 구원 은총을 전달하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오늘도 사제들이 올리는 성체성사 안에 현존하심으로써 구원의 제사를 계속하고 계십니다.
그리스도께서 단 한 번 영원히 십자가 위에서 드리신 희생 제사는 언제나 현재적인 것으로 존속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과월절 양으로서 희생되신’(1고린 5,7) 십자가의 희생 제사가 제단에서 거행될 때마다 우리의 구원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364항).
그런데 개신교에서는 성체성사를 거부합니다. 개신교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말미암아 인간의 구원이 “결정적으로” 성취되었기 때문에, 가톨릭이 성체성사를 통해서 그분의 죽음과 부활, 곧 그분의 희생 제사를 반복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믿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예수님의 희생 제사가 결정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 자동적으로 모든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구원 협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부족한 생각입니다. 예수님은 교회 안에서 거행되는 성체성사를 통해 당신의 희생 제사를 계속하시고, 이 제사에 우리의 참여를 권고하시는 것입니다.
성찬례는 교회의 희생 제사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는 그 머리와 함께 봉헌된다. 교회는 그리스도와 함께 자신을 온전히 바친다. 교회는 성부께 드리는 그분의 전구와 결합된다. 성찬례에서 그리스도의 제사는 그 신비체의 지체들의 제사이기도 하다. 신자들의 삶, 찬미, 고통, 기도, 노동 등은 그리스도의 그것들과 결합되고 그리스도의 온전한 봉헌과 결합되며, 이로써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된다(가톨릭교회교리서 1368항).
3) 그리스도의 현존
성체성사는 2천 년 전 예수님의 희생 제사가 교회를 통하여 지속되는 것이므로, 성체성사 안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십니다. 물론 예수님은 교회의 모든 삶에 현존하고 계시지만, 성체성사 안에서 특별한 모습으로 살아 계십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다양하게 교회에 현존하신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말씀 안에, 교회의 기도 안에,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마태 18,20)에, 가난한 사람들, 병자들, 감옥에 갇힌 사람들 안에, 몸소 세우신 성사들 안에, 미사성제와 사제의 인격 안에 계신다. 그리고 “특히 성체의 형상 안에 현존하신다.”(가톨릭교회교리서 1373항).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바치려고 하셨으므로, 당신의 목숨을 내어 주실 정도로 “끝까지 사랑하신”(요한 13,1) 그 사랑의 기념을 우리가 간직하기를 원하셨습니다. 과연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위해 자신을 내어 주신 분으로서 성체성사 안에 현존하심으로써 우리 가운데 계속 신비롭게 머물러 계십니다.
교회와 세상은 마땅히 성체를 공경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사랑의 성사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흠숭 안에서, 신앙으로 충만하며, 중대한 잘못과 세상의 죄를 속죄하겠다는 열린 마음으로 드리는 묵상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러 가는 시간을 거부하지 맙시다. 우리의 흠숭이 중단되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요한 바오로 2세).
[2013년 10월 27일 연중 제30주일 의정부주보 5-7면, 강신모 프란치스코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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