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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77: 핵무기와 핵발전은 교회의 길이 아니다 (2)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05 조회수1,691 추천수0

[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77) 핵무기와 핵발전은 교회의 길이 아니다 (2)
 
약자의 고통 위에 세워지는 송전탑



"우리를 다 밟고 가그라. 차라리 죽는 게 낫다!" 경남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주민들의 절규다. 성남시는 같은 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을 가로지르는 송전탑 철거를 완료한 것을 기념하는 '구미동 송전전로 지중화 사업 준공 기념 콘서트'를 연다고 밝혔다. '송전탑'이란 것을 두고 한쪽에서는 절규하고, 한쪽에서는 환호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핵발전이 구조적으로 갖고 있는 비윤리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단적인 예다. 핵발전은 교회의 길, 인간의 길이 될 수 없다.


핵발전소, 안전하면 왜 변두리에만 건설할까
 
산업용 전력수요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계획은 세우지 않으면서, 재생에너지 산업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시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그렇게 요란하게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핵발전소만 있으면 그렇게 불편하게 지내지 않아도 된다고 은밀하게 시민의 마음을 조작하는 것 아닌가?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생활한다. 얼마나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있겠는가? 정부와 핵산업 관련 정부 관료와 산업계와 한전, 그리고 일부 지식인과 언론이 주장하는 대로 핵발전소가 그렇게 안전하고, 그렇게 친환경적이고, 그렇게 경제적이라면 수도권에 핵발전소를 건설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 나아가 서울에 핵발전소를 건설하면 어떨까? 천만 인구가 살고 있는 데다가 고층건물이 무수히 들어서 있으니 전력소비가 엄청날 것이다. 게다가 수도 서울에는 한강이 가로지르고 있으니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정전 대란을 떠들썩하게 내세우며 시민의 불편함을 걱정한다면 더욱 그렇다. 1000만, 아니 2000만 시민의 불안함을 일거에 없앨 수 있으니 말이다. 전력소비지에 전력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윤리적인가!

그런데 우리나라건 일본이건 중국이건 핵발전소는 왜 하나같이 거주인구가 적고, 외진 바닷가에 건설할까? 일본의 경우 핵발전소 부지 선정 기준은 가장 낙후되고 인구가 적게 사는 변두리, 저항이 가장 없는 곳이라고 한다. 후쿠시마도 그런 곳이었다. 핵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으로 누리는 안락함
 
그 본질적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안전하지 않고 오히려 절대 위험시설이며, 친환경적이지 않고 오히려 자연환경에 심각한, 그것도 영구적 회복불능의 폐해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경제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가장 비싼 경비가 드는 것이 핵발전 방식이기 때문이다. 대용량의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소비지까지 보내려니 송전선이 필요하고, 그 때문에 송전탑을 세워야 한다.

대량 생산된 핵발전 전력은 전국에 있는 1600여 개의 송전탑을 잇는 고압 송전선을 통해 대도시 소비지와 산업단지로 보내야 한다. 핵발전소 건설과 송전탑 건설에 수십조 원이 필요한데, 관련 산업계에서는 그 얼마나 괜찮은 돈벌이 사업인가.

핵발전 방식은 소비지 거주 주민의 편리함과 산업시설 지역과 관련 산업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생산지와 송전탑 지역 주민의 불편함과 고통을 강요하는 비윤리적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핵발전을 묵인하고 편리함을 내세워 의존하는 한 힘없는 지역의 희생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나의 기쁨을 위해 타인의 고통을 강요하는 것이 어떻게 윤리적일 수 있겠는가?

힘없는 지역의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송전탑 건설을 온몸으로 막으며 절규하는 그 시각, 도시의 시민들은 송전탑을 철거하고 송전선을 땅속에 묻었다고 유명 가수를 불러 축하공연을 계획하는 것, 핵발전 방식을 계속하는 한 이 구조적 비윤리성은 벗어날 수 없다.

더구나 비윤리성은 동시대에 끝나지 않는다. 핵발전을 하고, 그래서 우리가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만끽하면 할수록 미래 세대의 환경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준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직 인류는 핵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치명적인 핵폐기물(엄밀히 말하면 폐기할 수 없는 것이므로, 폐기물이라는 용어도 기만적이다)을 안전하게 끌어안고 살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선진국에서 핵발전을 포기하고 더 이상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핵발전은 사회적 약자, 저발전 지역,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의 희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불의한 구조, 곧 '죄의 구조'를 갖지 않고는 유지될 수 없다.
 
[평화신문, 2013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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