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53)
58. 성품성사
성품성사는 성직자들을 축성하여 그들이 성무(聖務 미사 집전과 같은 성스러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성사입니다. 성직자들 안에는 주교-사제-부제의 계급(품계)이 있습니다. 성품성사는 어떤 사람을 성직자들의 품계 안에 들게 한다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된 것입니다.
1) 구원 경륜에서 본 성품성사
① 구약의 사제직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선택”하셨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만 편애하시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서 모든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계획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모든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사제로 선택하신 것입니다.
“이제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내 계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나의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나에게 사제들의 나라가 되고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탈출 19,5-6).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 안에서 또 다른 선택을 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열두 지파 중 하나인 레위 지파를 선택하시어 전례에 봉사하도록 따로 세우셨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친히 그들 몫의 유산이 되어 주셨으며, 고유한 예식으로 구약 사제직의 기원을 거룩하게 하셨다. 그 예식을 통해 사제들은 “사람들을 대표하여 하느님을 섬기는 일을 맡은 사람으로서 속죄를 위한 예물과 희생 제물을 바친다”(가톨릭교회교리서 1539항).
②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
그러나 구약의 사제직은 완전한 것이 아닙니다. 구약 사제직의 모든 예표는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유일한 중개자”(1티모 2,5)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되어야 했습니다. 대사제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단 한 번 당신 자신을 바치심으로써”, 곧 유일한 십자가의 제사로 “거룩하게 만드신 사람들을 영원히 완전하게 해 주셨습니다”(히브 10,14).
③ 그리스도의 사제직의 계승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루카 22,19) 하시며 사도들을 사제로 임명하시어 당신의 양들을 돌보며, 가르치고 세례를 베풀게 하시고, 사죄권(마태 18,18)과 구마의 능력(마르 3,15)과 치유의 능력(마르 6,13)을 주셨습니다.
사도들은 예수께서 맡기신 사명을 이어받아 직무를 계승하도록 후 제자(주교)들을 선택하고 축성하였으며(사도 20,28) 주교를 도와 사제직을 수행할 원로(사제)들을 임명하였고(디도 1,6) 보조자(부제)들을 선발하여 안수하였습니다(사도 6,1-6).
2)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하는 두 가지 방식
그리스도의 사제직은 주교와 사제와 부제들에게만 계승된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모든 신자들에게도 주어졌습니다. 그리스도 신자들은 자신의 가정과 직장과 지역에서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고, 거룩한 삶을 증거하고, 봉사함으로써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한 사제의 직분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신자들에게 맡겨진 사제직을 “보편 사제직”이라고 합니다.
대사제이시며 유일한 중개자이신 그리스도께서는 교회가 “한 왕국을 이루게 하시고 또 당신의 하느님 아버지를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셨다. 믿는 이들의 공동체 전체는 그 자체로 사제적인 공동체이다. 신자들은 각자의 소명에 따라 사제이고 예언자이며 왕이신 그리스도의 사명에 참여함으로써 세례로 받은 사제직을 수행한다. 신자들은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로 거룩한 사제직으로 축성되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546항).
그렇지만 교회 안에는 주교와 사제들의 직무 사제직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직무 사제직은 그리스도께서 끊임없이 당신 교회를 건설하고 인도하기 위한 도구의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이 사제직은 특수한 성사인 성품성사를 통하여 전달됩니다. 주교와 사제들의 직무적이고 교계적인 사제직과 모든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은 “정도만이 아니라 본질에서 다르기는 하지만, 서로 밀접히 관련되어 있으며” “각기 특수한 방법으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그러한가?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은 세례의 은총과 믿음·바람·사랑의 삶, 성령에 따른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실현되는 반면, 직무 사제직은 보편 사제직을 위하여 봉사하고, 모든 그리스도인의 세례 은총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1547항).
3) 사제직의 본질
사제는 제사를 지내는 사람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종교들의 핵심은 제사입니다. 제사는 신과 인간을 결합시켜 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면, 제물을 바쳐 제사를 지냄으로써 신의 진노를 풀고자 합니다. 또한 신에게서 얻고자 하는 은혜도 제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제직의 원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제사는 다른 종교들의 제사와 공통점도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점도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제사는 하느님의 진노를 풀기 위해서 또는 하느님의 은혜를 얻기 위해서 거행되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방법이 다릅니다. 다른 제사들과는 달리 그리스도는 당신 자신을 제물로 삼아서 제사를 봉헌하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제사는 철저한 자기 희생의 제사였고, 이것이 그리스도교 사제직의 본질입니다.
죄에 물들은 인간은 하느님과 이웃들을 거부한 채,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 갑니다. 하느님과 인간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과 인간을 화해시키고 중재하기 위한 사명이 사제들에게 주어집니다. 그러므로 사제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자기 자신보다 하느님을 더 사랑하고, 이웃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는 철저한 자기 희생의 삶을 통해, 다시 말해 사랑과 봉사의 삶을 통해 사제직을 수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사제직은 봉사 직무이다. … 성품성사는 ‘거룩한 권한’, 바로 그리스도의 권한을 나누어 준다. 그러므로 이 권위의 행사는, 사랑으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시고 가장 낮은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야 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1551항).
[2013년 11월 17일 연중 제33주일(평신도주일) 의정부주보 5-7면, 강신모 프란치스코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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