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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권주일 · 사회교리주간 - 사회교리에 대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09 조회수2,062 추천수0

인권주일 · 사회교리주간(8-14일) - 사회교리에 대해

사회에 대한 교회 가르침 정확히 알고 실천해야



8일은 인권주일이고, 이날부터 한주간은 사회교리주간이다. 주교회의는 하느님 모습으로 창조된 존엄한 인간이 그에 맞게 살 수 있게 하려고 1982년 대림 제2주일을 인권주일로 정했고, 2011년부터는 신자들이 '신앙인 사회생활의 지침'인 사회교리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사회교리주간을 제정했다. 적극적으로 교회 가르침을 알고 사회생활에서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회와 사회는 분리된 것인가

"왜 사제들이 정치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냐, 신자들 신앙에나 신경을 써야 하는 거 아니냐."

교회가 국정원 대선개입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밀양송전탑 건설, 해고노동자 문제 등에 관해 목소리를 내면 적지 않은 신자들이 반대의 뜻을 밝힌다. 근래에는 자신들의 의견을 신문 광고를 통해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사례도 늘었다. 한 일간지 9월 24일자에는 "어쩌다가 양들이 목자들을 걱정하는 천주교회가 되었습니까"라는 제목의 광고가 실렸다. 전직 국회의원과 언론인은 물론 교회 내 평신도의 중심이라 불리는 전ㆍ현직 평협 회장단과 임원, 교회 내 단체장 112명이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발기인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뜻을 함께한 것이다. 이들은 개별 사제들 모임인 정의구현사제단은 물론 주교회의 공식 기구인 정의평화위원회에 대해서도 "편향된 사회이념을 신앙교리인 양 퍼뜨리는 현실이 지겹지 않으냐"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자신들 주장은 "평신도의 현세질서 바로 세우기 의무와 국가에 대한 사명을 명시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제2장과 제5장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일부 사제와 수도자들의 반교회적이며 반국가적 행동에 제동을 걸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다면 교회가 정치ㆍ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릇됨을 넘어선 반국가적인 행위일까.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지난해 사회교리주간 세미나에서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라는 성경 구절을 교회는 정치에 참여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해석이 맞다면 신앙인은 정치 참여 수단인 투표도 포기해야 하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사회교리라는 용어가 주는 낯섦과 선입견으로,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이 사회교리를 신앙교리와 무관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십계명에 바탕을 둔 사회교리는 그 자체로 모든 그리스도인이 예외 없이 실천해야 하는 가톨릭교회 교리"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사회교리는 역대 교황의 문헌과 회칙, 교서, 권고 등을 담은 것으로, 교회의 공식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을 통해 정치와 경제ㆍ인권ㆍ노동ㆍ평화ㆍ환경ㆍ생명 등 사회생활의 각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복음적 시각으로 성찰하도록 돕는다.

올해 인권주일과 사회교리주간에 발표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담화 역시 이를 바탕으로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밀양송전탑 건설 등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명했다. 이는 교회가 인간 존엄과 권리를 침해하려는 시도에 맞서 인간 존엄성을 보호ㆍ증진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장동훈 신부는 "국책사업은 사회적 공론화와 해당 지역주민 여론 수렴 과정을 걸쳐야 하는데, 이 과정 없이 불법을 저지르고 현지 주민을 탄압하는 행위는 일방적 폭력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교회가 국책사업에 반대한다"고 해석하고 비난하기 전에, 잘못된 진행 과정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편에 선 교회의 뜻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음의 빛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교회는 교리를 바탕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신자들 역시 교회 가르침을 바탕으로 사제들의 정치ㆍ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반대한다. 교리를 두고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사회교리 가르침을 담은 「살며 배우는 사회교리」를 펴낸 황창희(인천가톨릭대 교수, 윤리신학박사) 신부는 성경을 큰 틀에서 보는 것처럼 사회교리 역시 큰 틀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 신부는 "사회교리 일부만을 골라 특정 상황에 맞춰 해석한다면 그 뜻이 곡해될 수 있다"며 "사회교리 중 정치 참여 부분은 교회가 정치 제도권 안에 들어가 일정 역할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 신부는 "사회교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목소리를 들으면, 단순히 교회가 정치문제에 참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교회 가르침을 정확히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의 정치 참여 문제를 사제와 신자들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우려했다.

사회교리는 세상을 하느님께 인도하는 교회의 대화와 협력의 언어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동호 신부는 "사회교리가 제시하는 공동선 원리, 연대성 원리, 그리고 재화 사용의 보편적 목적의 원리 같은 가르침들은 우리 사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이 땅의 그리스도인은 성전은 물론 세상 한가운데서도 신앙과 성사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복음의 빛에 비춰 성찰하고 행동함으로써 신앙은 생활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1891년 교황 레오 13세는 당시 사회적 논란인 노동 문제에 관한 가르침을 담은 사회 회칙 「새로운 사태」를 반포했다.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이 소수 자본가의 생산수단 독점에 기인한다는 인식 아래 빈부격차와 노동자의 현실 개선을 위한 지침을 담은 첫 사회회칙이었다. 일각에서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인식과 흡사하다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사태」는 사회교리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초석이 됐다.

지금 한국교회는 새로운 사태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잡해지고 급변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도 교회는 교리를 바탕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사회ㆍ정치적 성향을 잠시 뒤로 하고 그리스도의 눈으로 교회 가르침을 바라보고 세상에 빛을 전하는 것은 결국 신자들의 몫이다.
 
[평화신문, 2013년 12월 8일, 
백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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