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23) 인간적인 모습의 고용과 정의
불완전 고용의 한계와 부정적 영향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다양한 모습의 가난이 존재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가 경험하고 있는 가난의 현실 가운데 하나가 ‘계약직’, ‘비정규직’ 등으로 불리는 기간제 근로자의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 가운데 계약기간 2년이 지나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는 비율은 10명 중 1명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지난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이른바 ‘기간제 보호법’(사용기간 2년 이상을 계속 근로하는 노동자를 정규직 또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노동법)에 의해 무기계약직으로 간주돼 고용이 보호되는 근로자 비율은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2010년 4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기간제 근로자 2만 명을 표본으로 노동이동과 근로조건 변화 등을 파악한 ‘고용형태별 근로자 패널 9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간제 근로자 120만8000명(추정치) 중 명시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했거나 정규직 일자리로 옮긴 사람은 18만3000명(15.1%), 무기계약 간주자는 38만7000명(32%)으로 집계됐습니다. 무기계약 간주자는 같은 사업체에서 2년 이상 일해 기간제법에 따라 정규직에 준하는 고용 보호를 받는 근로자를 말합니다.
같은 사업체에서 2년 이상 근속한 기간제 근로자는 총 53만7000명이었는데, 이 중 명시적 정규직으로 전환한 수는 7만5000명(13.9%)로 나타났습니다. 무기계약 간주자 38만7000명을 제외하면 2년 넘게 한 직장에서 일했는데도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 간주로 신분이 바뀌지 않은 근로자는 7만4000명(13.8%)에 이릅니다.
이러한 기간제 근로자 중에는 정규 교원이 파견이나 연수나 휴가 등으로 1개월 이상 직무에 종사할 수 없어 후임자 보충이 불가피한 경우에 임시적으로 채용하는 기간제 교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간제 교사 수(유치원 포함)는 지난 2009년 1만7429명에서 2010년 2만6590명, 2011년 3만8252명, 2012년 4만1616명 등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중·고등학교 정규 교사는 42%, 기간제교사는 50%가 담임을 맡고 있어 오히려 기간제교사가 정규 교사보다 담임을 맡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사립 중등학교 기간제 교사 비율이 공립보다 무려 3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기간제 교사들이 느끼는 신분상의 불안과 그에 따른 여파가 학교 교육 현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기간제 교사들은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소신 있게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또 퇴직금은 물론 방학 중에는 급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을 뿐 아니라, 교원 연수 등의 혜택에서도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현실은 교사들의 의욕 감퇴로 이어지고 결국 교육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습니다.
교회는 “불완전 고용의 상태 혹은 비인간적인 조건에서 고용되었을 때 이러한 경제조건은 포괄적인 정의의 요구에 못 미치는 것”(미국 주교회의 사목교서 ‘모든 사람에게 경제적 정의를’(1986) 73항)이라고 가르칩니다.
기형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노동 현실을 극복하고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첫걸음은 가난, 그리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일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1월 1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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