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26) 경제정의와 사회 참여
형제애 결여가 사회 문제 야기
근래 들어 그 어느 때보다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높은 현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러한 목소리가 높은 곳 가운데 하나가 경제활동 영역이라는 것은 그만큼 인간이 영위하는 경제 행위가 하느님의 뜻과 뭇 대중의 선익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창조주 하느님께서 불공정과 불의를 싫어하시는 분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의를 저지르는 자는 모두 주 너희 하느님께서 역겨워하신다”(신명 26,16)는 가르침은 경제를 포함한 인간 삶의 모든 부분에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높아진 경제정의와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교회의 사회 참여 문제를 둘러싸고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줍니다. 교황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에서 “교회에게, 가난한 이를 위한 선택은 사회학의 범주 이전에 ‘신학의 범주’ ”라고 강조하고 “노숙인이 거리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건 뉴스가 안 되지만, 주식시장이 단 2포인트라도 떨어지면 뉴스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불의한 현실을 질타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또 배제와 불평등의 사회를 비판하며 “오늘날은 경쟁과 적자생존의 법칙에 지배되고 있으며, 힘 있는 사람이 힘 없는 사람을 착취하고 있다”면서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은 “더 이상 사회의 밑바닥이나 변방에 속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일원도 아니며, 버려진 잉여가 되었다”고 아파합니다.
경제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사회 현실에 대한 교황의 날카로운 분석과 지적은 자본주의의 첨단을 걷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도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많은 성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소득 불평등 문제를 언급하는 가운데 「복음의 기쁨」을 인용해 경제정의 실현을 위한 연대와 공동 노력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또,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폐해를 강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불편하게 받아들여 온 공화당마저도 최근 들어서는 교황의 권고를 적극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폴 라이언 미 하원 예산위원장은 “교황이 빈곤과의 싸움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경제정의를 외치는 교회의 가르침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발표한 「형제애, 평화의 바탕이며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담화에서도 “그리스도인이 영리에 대한 욕망이나 권력에의 갈증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국가는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격차를 좁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듯 경제정의를 둘러싼 교회 안팎의 흐름은 한국교회에도 새로운 모색을 촉구하고 있는 듯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형제애의 결여에서 빈곤을 비롯한 많은 사회 문제의 뿌리를 찾고 형제적 관계의 재발견과 서로를 위한 봉사의 자세를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제시한 것은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왜냐면 실마리를 찾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관심과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이러한 사회적 관심과 관련해 “만약 사회와 국가의 의로운 질서가 정치의 주요 과업이라면, 교회는 정의를 위한 싸움에 변두리에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복음의 기쁨」 183항)며 교회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1월 19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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