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41) 죄
자신은 물론 이웃 죄도 벗게 도와야
죄는 인간을 하느님과 갈라놓고 이웃과 갈라놓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갈라놓습니다. 죄(1846-1876항)에 대해 알아봅니다.
죄의 정의(1849~1851항)
죄란 "이성과 진리와 올바른 양심을 거스르는 잘못"으로, "어떤 것에 대한 비뚤어진 애착 때문에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참다운 사랑을 저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죄는 하느님께 대한 모욕입니다. 죄는 하느님의 사랑을 거슬러 맞서며 우리 마음을 하느님에게서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합니다. 죄는 하느님께 복종하지 않고 반항하는 것입니다. 교만스럽게 자신을 들어높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죄는 하느님을 업신여기고 자기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기 사랑은 참다운 사랑이 아닙니다. 비뚤어진 애착입니다. 이렇게 비뚤어진 애착은 인간 본성에 상처를 입히고 사람들 사이의 참다운 친교를 해칩니다. 이것이 죄입니다.
죄의 다양성(1852~1853항)
이렇게 인간 본성에 상처를 입히고 인간의 연대성을 해치는 죄는 아주 다양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죄를 육정이 빚어내는 것, 곧 육의 행실로 이해하면서 이렇게 열거합니다. "육의 행실은 자명합니다. 그것은 곧 불륜, 더러움, 방탕, 우상숭배, 마술, 적개심, 분쟁, 시기, 격분, 이기심, 분열, 분파, 질투, 만취, 흥청대는 습관,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것들입니다"(갈라 5,19-21).
죄는 그 대상에 따라서, 크고 작음에 따라서, 위반하는 계명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느님께 관련된 것인지, 이웃에게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 관련된 것인지에 따라 나눌 수 있습니다. 또 정신적인 것인지, 육체적인 것인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생각으로, 말로, 행동으로, 또는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음으로써 짓는 죄가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죄의 뿌리는 인간 마음 속에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살인, 간음, 불륜, 도둑질, 거짓 증언, 중상이 나온다. 이러한 것들이 사람을 더럽힌다"(마태 15,19-20).
대죄와 소죄(1854~1864항)
죄는 경중에 따라 평가해야 합니다. 대죄 곧 죽을 죄가 있는가 하면, 소죄 곧 용서받을 죄가 있습니다. 죽을 죄는 하느님을 크게 어기는 것으로 인간 마음에 있는 사랑을 파괴합니다. 반면에 소죄는 사랑을 어기고 해치기는 하지만 파괴해서 사라지게 하지는 않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대죄와 소죄에 대해 이렇게 구분합니다.
"우리의 의지가, 우리를 최종 목적을 향하도록 하는 사랑에 근본적으로 반대되는 것을 향해 나아갈 때…그 죄는 하느님 모독이나 거짓 맹세와 같이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어기는 것이거나, 또는 살인이나 간통같이 이웃에 대한 사랑을 어기는 것이거나 간에, 그 자체를 통해 대죄가 된다.…반면에 우리의 의지가, 쓸데없는 말이라든가 비웃음 따위와 같이 그 자체로 무질서를 내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나 이웃에 대한 사랑에 어긋나지는 않을 때, 그런 죄는 소죄이다"(1856항)
대죄 : 대죄가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 중대한 문제를 대상으로 하고 △ 완전히 의식하고 △ 고의로, 즉 전적으로 동의해서 저지를 때 그 죄는 대죄가 됩니다. 중대한 문제는 십계명에서 구체화돼 있습니다. 그래서 살인하지 마라, 간음하지 마라, 도둑질하지 마라, 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을 완전히 의식하면서 고의로 거스를 때 대죄가 됩니다.
그런데 큰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고의가 아니라 무지에서 저지른 것이라면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이 줄거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감정이 격화돼서 또는 외부의 압력을 받아서 혹은 병적인 장애로 인해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도 죄의 고의적이고 자유로운 성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악의적이고 고의로 짓는 죄가 가장 무겁습니다. 또 같은 폭력을 행사한다고 해도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보다 더 무겁습니다.
대죄는 사랑의 상실뿐 아니라 성화 은총의 박탈, 곧 은총 지위의 상실을 초래합니다. 대죄를 지었을 때는 회개와 하느님의 자비로 속죄하지 않는다면 하느님 나라에서 추방당하고 지옥의 영원한 죽음을 당합니다. 이 속죄는 보통 화해의 성사 곧 고해성사로 이뤄집니다
소죄 : 가벼운 문제에 대해 도덕률이 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또 중대한 문제에 대해 도덕률을 어겼지만 완전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긴 것이라면 소죄가 됩니다.
소죄는 사랑의 파멸까지 이르게 하지는 않지만 사랑을 약화시키고, 세상 재물에 지나친 애착을 드러내며 선행의 실천과 영혼의 진보를 방해하며 잠벌(현세에서 잠시 받는 벌)을 받게 합니다. 소죄는 성화 은총, 곧 하느님과 이루는 친교, 영원한 행복을 박탈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고의로 소죄를 짓고도 계속 뉘우치지 않는다면 점점 더 대죄를 짓는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따라서 가벼운 죄라고 해서 결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죄의 증식(1865~1869항)
죄는 죄로 이끌며, 같은 행위를 되풀이함으로써 악습을 낳게 됩니다. 그 결과 양심이 흐려지게 되고 선악에 대한 판별력을 그르치게 됩니다. 이처럼 죄는 번식하고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악습의 뿌리가 되는 것이 죄종(罪宗)으로,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만ㆍ인색ㆍ질투ㆍ분노ㆍ음욕ㆍ탐욕ㆍ나태 등 일곱 가지를 꼽아 왔습니다. 이 일곱 가지를 죄의 근원 혹은 죄의 뿌리라고 부르는 것은 이것들이 다른 죄와 악습들을 낳기 때문입니다.
죄는 개인적 행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의 죄에 협력할 때 그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 그 죄에 직접, 고의적으로 관여할 때 △ 그 죄를 짓도록 명령하거나 권유하거나 승인하거나 또는 그 죄를 칭찬할 때 △ 그 죄를 알릴 의무가 있을 때 알리지 않거나 또는 막을 의무가 있는데 막지 않았을 때 △ 악행을 저지르는 이들을 보호할 때 우리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평화신문, 2014년 2월 9일, 정리=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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