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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5: 구원 역사 안에 계시된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2-15 조회수1,827 추천수0

[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 (5) 구원 역사 안에 계시된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 찾고 그 사랑 체험하며 살아야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는다고, 그러한 하느님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될 것이라 고백하며 사제가 된 지도 벌써 십수 년이 지났다. 10년간의 신학생 시절과 짧지 않은 7년간의 유학 생활, 그리고 신학교에서 미래의 사목자를 양성하는 소임을 맡은지도 9년째 접어든다. 돌이켜보니 사목 경험이라곤 본당에서 2년의 짧은 기간이 전부다. 어린 시절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살아가는 본당 사제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현재 내 모습이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들

얼마 전 고3이 되는 예비 신학생 조카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신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조카는 아직도 자신이 왜 신부가 되려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면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나는 조카에게 처음 사제가 되려고 결정했던 때가 언제인지 물어보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신부님이 되고 싶었어요. 매주 어린이 미사 때 성당 맨 앞자리에 앉아 미사 시간 내내 졸곤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미사를 드리는 신부님이 보이는 거예요. 그 모습이 얼마나 멋있던지, 그대로 꽂혀 버리고 말았지요. 그때부터 사제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이런 이유로 신학교에 가려고 하니 왠지 올바른 이유가 아닌 것 같아요!"

조카는 다른 사람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투신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갖거나, 하느님께서 자신을 부르고 계신다는 강한 체험을 했다면 고민 없이 신학교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런 조카를 보면서 "우리 신앙인 대부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적이고 경험주의적인 세계관이 팽배한 오늘날의 상황 안에서 하느님에 대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해서 경험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할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우리들의 노력이 어리석고 황당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 세상에는 과학적이고 경험적인 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연말연시가 되면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는 익명의 천사들이 있으며,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곳에서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수없이 존재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자신의 이익과 영광을 버리고 더 나은 가치를 위해 힘겨운 싸움을 지속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느님 찾는 노력 계속해야

하느님의 인류에 대한 사랑은 당신의 외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주시는 강생구속 사건에서 절정을 이룬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은 직접 하느님을 만나 뵐 수도, 경험할 수도 없었다. 어찌 보면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은 우리와 동떨어져 멀리 천상세계에 계시는 분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하느님은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지극히 사랑하셨고,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주셨다. 하느님께서는 인간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고 우리 인류의 구원을 위한 대속의 삶을 직접 사셨다. 이 구원사건을 통해 우리 인간은 하느님께서 인간의 삶과 무관한 분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직접 관여하시는 분이심을 알게 된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 인간의 삶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며 함께 하시는 분이시다.

인간은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생활을 통해 하느님을 직접적이고 경험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 그분은 왕이요, 구원자로 오셨지만 가장 비천한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오셨다. 더군다나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우리 인간의 역사 안에 함께 하시는 당신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셨다.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이 진정으로 어떤 분이신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구원 역사 안에서 점진적으로 계시되는 하느님의 모습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에서 완전하게 드러난다.…예수님께서는 말씀과 행동으로, 그리고 완전하고 결정적으로는 당신 죽음과 부활로써 인류에게 하느님께서 아버지시고, 우리 모두 성령의 힘으로 은총을 통해 그분의 자녀가 되도록, 따라서 우리 서로 형제자매가 되도록 부름 받았다는 것을 계시하신다"(「간추린 사회교리」 31항).

더 나아가 하느님은 인간 상호 간에도 당신의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요구하신다. 새로운 하느님 백성인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신 것이다. 이 계명은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기준을 마련해 준다. 또한, 인간은 이러한 사랑의 실천을 통해 인간 상호 간의 관계성을 정화하고 더 높은 차원으로 오를 수 있다. 결국,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구속 사건을 통해 인류 전체에 대한 보편적이고 완전한 구원을 이루신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33, 38항 참조).

하느님께서는 당신 피조물인 우리 인간을 사랑하셨다. 그래서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주셨고, 예수님께서는 우리 인간의 구원을 위해 대신 죽으셨다. 그러나 그분의 죽음은 죽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부활 사건으로 완성됐다. 인간의 역사 안에 구체적으로 하느님 사랑의 모습이 실현된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록 인간의 한계성 때문에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 신앙인들은 세상 안에서 하느님을 찾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14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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