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64)
69. 첫째 계명을 거스르는 행위
너의 하느님은 나 주님이다. 바로 내가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하느님이다. 너는 내 앞에서 다른 신을 모시지 못한다. 너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어떤 것이든지 그 모양을 본떠 새긴 우상을 섬기지 못한다. 그 앞에 절하며 섬기지 못한다(탈출 20,2-5).
[가톨릭 기도서]의 십계명에는 첫째 계명이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반면에 탈출기의 첫째 계명은 길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또한 [가톨릭 기도서]의 십계명에서는 긍정적으로 표현되어 있지만(…하여라), 탈출기의 십계명에서는 부정적 표현으로 되어 있습니다(…하지 말아라). 우리는 여기서 탈출기의 본문에 따라서 첫째 계명을 거스르는 2가지 잘못된 신앙 태도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다른 신을 모시지 못한다
첫째 계명은 다신교를 단죄한다. 첫째 계명은 인간에게 하느님 밖에 다른 신들을 믿지 말 것과,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 밖에 다른 신들을 공경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112항).
하느님은 오직 한 분이시고, 그러므로 다른 신을 섬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상식과도 같은 말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이 십계명을 받던 시절에는 혁명적인 선언이었습니다. 당시 주변 국가들은 모두 다신교를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변 민족들의 다신교 신앙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끊임없는 유혹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이 유일신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힘든 싸움을 해 나가야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신자들 대부분은 노골적으로 하느님을 등지고 다른 신을 찾아 나서지는 않지만, 게 중에는 성당도 다니면서 점집도 들락날락 하는 식으로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첫째 계명 위반 행위는 단지 다른 종교들을 기웃거리는 것만이 문제되는 것이 아닙니다. 첫째 계명 위반의 본질은 하느님이 아닌 것을 신격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권력, 쾌락, 인종, 조상, 국가, 재물 등 인간이 하느님 대신에 다른 어떤 것을 숭배하고 공경한다면 이는 첫째 계명 위반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마태 6,24)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날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첫째 계명 위반 행위는 무신론(또는 종교적 무관심)입니다. 하느님이 계신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일상 생활에서 하느님께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사는 모습입니다.
2) 모양을 본떠 새긴 우상을 섬기지 못한다
하느님 이외의 다른 신이나 피조물을 섬기는 것이 첫째 계명의 위반이지만, 하느님을 섬기기는 하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섬기는 것”도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탈출기의 십계명에서는 이것을 “야훼 하느님의 형상을 만들지 말라”고 표현합니다.
왜 하느님의 형상을 만들면 안될까요? 하느님은 본질상 형상으로 표현될 수 없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영이십니다. 인간조차도 형상으로 그릴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의 초상화를 그렸을 때, 그 초상화가 그 사람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의 외면적인 모습은 그릴 수 있겠지만 그 사람의 내면을 완벽하게 그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과 몇 번 만난 후에, “아무개는 어떤 사람이다” 하고 판단을 내립니다. 상대방을 규정짓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더 이상 그 사람을 깊이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식의 태도로 사람을 대한다면 상대방은 올바로 이해받지 못했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고, 두 사람의 관계는 안 좋아질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과의 관계도 하느님을 형상으로 만들어 규정지어 버릴 때 왜곡되는 것입니다. 올바른 신앙이란, 하느님을 형상으로 규정지어서는 안 되고, 대신 끊임없이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성부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 성령, 성모님, 성인성녀들의 그림이나 조각을 만들고 그것을 묵상하는 것은 십계명의 형상 금지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교의 성화상 공경은 우상을 금지하는 첫째 계명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과연 “성화에 대한 공경은 그 본래의 대상에게 소급되며” “성화를 공경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 성화에 그려진 분을 공경하는 것이다.” 성화에 표하는 공경은 존경을 표하는 공경이지 하느님께만 드려야 하는 흠숭이 아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2132항).
[2014년 2월 23일 연중 제7주일 의정부주보 6-7면, 강신모 프란치스코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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