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 (8) 역사 안에서 본 사회교리
초대 공동체부터 시작된 사회적 가르침
사회교리의 출발은 과연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교회가 사회문제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가르침을 준 것은 초기 교회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초대 교회 때부터 이미 '보편적 형제애'라는 그리스도교 가치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 교부들은 사회 여러 영역에 깊숙이 관여했으며, 그리스도교적 인본주의의 기초를 닦았다. 그들은 복음을 전파하면서 세상 여러 문화를 복음화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었다.
사회교리의 등장
중세에 들어 그리스도교 정신은 법률의 집행, 재판, 법제에 큰 영향을 미쳤고, 유스티누스 법전(529년), 그라시아누스 칙령(1140년경), 그레고리오 9세 법령집(1338년)과 같은 법전에도 그리스도교적 정신을 불어넣었다. 수공업, 상업과 같은 직업에서도 계약, 임금, 부채, 이자, 가격 등의 문제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았다. 또한, 미술, 건축, 문학, 연극에서는 종교적 주제가 주류를 이뤘고, 전쟁, 평화 등 국제 관계 내지는 국제 문제들이 그리스도교 관점에서 고찰됐다.
중세 후기에는 재화의 생산과 함께 상업과 국제 교류에서 중대한 발전이 이뤄졌는데, 이러한 발전은 은행의 설립과 함께 자본의 이전, 강력한 도시화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도시화 현상은 대규모 인구 이동을 수반했다. 이처럼 변화된 사회 안에서 새로운 사회ㆍ경제적인 문제들이 발생했다.
교회가 사회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가르침을 준 것은 19세기 말의 일이다. 교황 레오 13세는 1891년 노동 문제에 대한 회칙 「새로운 사태」를 발표했고, 직접 노동 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교회는 이런 회칙의 발표를 사회교리의 시작으로 보지 않는다. 회칙 발간 이전부터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늘 관심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간추린 사회교리」 78항 참조).
물론 '사회교리'란 용어는 그 이전 시대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이 용어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교황 비오 11세가 1931년에 발표한 회칙 「사십 주년」에서다. 그는 「새로운 사태」 발표 사십 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문헌에서 처음으로 '사회교리'란 용어를 사용했다. 그 이후 역대 교황들은 자신들의 문헌에 '교회의 사회교리', '그리스도교 사회교리', '가톨릭 사회교리' 등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사회교리'가 교회 안에서 공식적인 용어가 됐다.
오늘날 교회의 사회 문제에 대한 가르침은 교황 자신과 교황과 일치를 이루는 주교들의 교도권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2004년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는 이러한 사회교리를 집대성해 「간추린 사회교리」를 발간했고, 이 책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사랑 실천과 관련해 명확한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과 같은 가르침이 됐다.
사회 문제에 대한 교회의 응답
역사적으로 19세기 유럽의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바로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생산체제의 변화다. 세상을 변화시킨 이 산업혁명은 새로운 사회 문제를 야기했다. 새로운 시대에서 자본과 노동이 충돌한 것이다. 곧 분배정의 문제가 사회 구조 전체를 뒤흔들었다.
사회적 문제에 교회는 침묵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중대한 사회 문제에 대한 응답으로 교황 레오 13세는 회칙 「새로운 사태」를 발표했다. 그는 「새로운 사태」에서 사회악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오류를 열거하고, 당시 유행하던 사회주의를 치유책으로 삼기를 거부했다. 또한, 노동, 사유재산권, 사회 개혁의 기본 방법으로 계급투쟁이 아닌 협력의 원칙, 약한 이들의 권리 보호, 가난한 사람들의 존엄성, 부유한 이들의 의무, 사랑을 통한 정의의 완성 같은 의제들을 가톨릭적 가르침을 통해 명확히 설명했다.
회칙은 사회 분야에서 그리스도인의 활동에 영감을 불어넣는 문서였고, 그리스도인 활동의 기준이 됐다. 그리고 이 회칙은 모든 사회교리 문헌의 가장 기본적인 문헌이 됐다. 그러나 동시에 이 회칙은 당대의 자본주의 지지자들과 사회주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모두 배척을 받았다.
자본주의의 측면에서 보면 너무 급진적인 사고를 지녔고, 사회주의자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기득권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듯한 성격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이 회칙을 통해 자본가와 노동자들의 관계에서 통합과 소통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일러주고 있다.
교회는 왜 사회 문제에 대한 가르침으로 사회교리를 가르치는가? 그 목적은 사회교리의 역사적인 발전 과정에 그대로 나타난다. 교회는 이론적인 동기에서가 아니라 사목적 관점에서 사회교리를 가르치고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104항 참조). 교회는 이론적인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새롭게 변화된 사회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보편적 형제애'를 실현하고, 진정한 의미의 인간 발전을 이루기 위한 사목적 필요성에서 사회교리를 발전시켰다. 사회교리는 시대적 요청으로 형성된 시의적절한 교리 체계다.
우리는 교회의 과거를 살펴보면서 시대가 요청하는 교회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우리가 사회교리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평화신문, 2014년 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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