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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13: 사회교리의 기초원리로서 인간 존엄성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4-27 조회수2,146 추천수0

[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 (13) 사회교리의 기초원리로서 인간 존엄성

인간 존엄성, 어디에서 왔나?



교회는 다양한 교회 문헌들 안에서 인간 공동생활의 발전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강조해 왔다. 이러한 인간 존엄성의 원리는 사회교리의 기본 원리로 인격 형성과 더 나은 사회 실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가톨릭 사회교리의 기본 원리는 네 가지로 '인간 존엄성의 원리', '공동선의 원리', '연대성의 원리', '보조성의 원리'이다. 이 가운데 가장 기초가 되는 원리는 '인간 존엄성의 원리'이며, 나머지 세 가지 원리는 이러한 '인간 존엄성의 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 말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는 늘 인간의 존엄성을 옹호하는 것을 사회교리의 기본 신조로 삼아왔다. 또한 이 원리들을 사회 문제를 판단하고 실천하는 근거로 삼았다. 따라서 교회가 새로 발생한 사회 문제에 대해 어떠한 가르침을 주었을 때, 이러한 사회적 가르침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회 문헌 안에 녹아 있는 사회교리의 기본원리들을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이 원리들을 올바르게 알지 못한다면 가톨릭교회가 전하는 의도를 벗어나 그릇된 해석과 잘못된 평가를 가져올 것은 분명한 일이다. 따라서 사회교리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그 기본 원리들을 충분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사회교리의 기본 원리들은 서로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통일성, 연계성, 명료성의 틀 안에서 평가해야 한다. 만일 하나의 원리를 다른 원리와 연관이 없이 따로 인용하거나, 각각의 원리들을 개별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이 원리들의 일부만 사용하는 것처럼 잘못 사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간추린 사회교리」 162항 참조).

가톨릭교회는 이 원리 중 가장 기초가 되는 원리인 인간의 존엄성을 논증하기 위해 두 가지 접근 방법을 사용해 왔다. 첫째 방법은 인간의 본성과 본질적 구성 요소에 토대를 두고 존엄성을 주장하는 자연법적 접근 방법이며, 둘째 방법은 그리스도교 신앙과 신앙 체계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끌어내는 신학적 접근 방법이다.

우선 자연법적인 접근 방법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사목헌장」에 가장 잘 드러난다. 「사목헌장」에 의하면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으로 창조됐고, 다른 피조물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인 지성, 자유, 그리고 양심을 소유하고 있기에 존엄하다. 이러한 특별한 능력으로 인간은 물질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고, 자연의 일부로만 남는 한계성을 극복한다. 인간은 하느님에게서 받은 이 능력들을 통해 고유한 인격체가 되며, 그 자체로 존엄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사목헌장」 12-17항 참조). 다시 말해 우리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됐으며, 자신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본성에 따라 그 존엄성을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자연법적 논증 방법이다.

한편, 신학적 논증 방법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더욱 발전된 논증 방법이다. 요한 23세 교황과 이전 교황들은 자연법적 논증 방법을 따랐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톨릭교회는 새로운 논증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방법이 바로 신학적 논증 방법이다.

특히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자신의 회칙 「인간의 구원자」에서 신학적 논증 방법을 사용했다. 그는 인간이 하느님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하느님의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고, 영원한 생명으로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에 존엄하다고 가르친다(「인간의 구원자」 7-12항 참조). 인간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 안에서 창조된 존재이지만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더욱 소중한 존재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논증 방법은 인간이 그 존엄성에 대해 말할 때 어떠한 근거로 증명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 방법들이다. 사실 가톨릭교회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말하면서 어떤 외부 요소들을 강조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가톨릭교회는 신분이나 계급, 성별, 인종과 같은 인간의 외적 요소들이 인간 존엄성을 증명하는 데 어떠한 조건도 되지 않음을 강조한다. 종합해 보면,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 안에서 인간은 이미 자연법적 근거 안에서 존엄하며, 하느님과의 관계성이라는 신학적 근거 안에서 그 존엄성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70억의 인구가 함께 사는 오늘날 아직도 인간 존엄성이 무시되거나 기본적 인권이 유린되는 곳이 있다. 복잡하고 다변화된 세상을 살아가는 신앙인으로서 다시 한 번 우리 자신의 존엄성이 어디에서부터 유래하는 것인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신앙인으로서 자기 자신의 존엄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어렵고, 소외된 우리 이웃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다시 한 번 노력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평화신문, 201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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