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39) ‘우리 안의 우리’로 이주민 받아들여야
전인류 일치의 첫걸음 ‘다문화사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갈수록 늘어나는 사람들의 이동 현상으로 이주는 이미 ‘시대의 징표’로 떠오른 지 오래입니다.
전체 인구 대비 이주민 비율이 2.5%가 넘으면 다문화국가로 분류됩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08년 이주민 인구가 2.5%를 넘어서면서 다문화사회가 되었습니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2012년 12월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등록 외국인만 93만여 명에 이르고 단기 체류 외국인 32만여 명, 거소신고 외국인 19만여 명 등 총 144만여 명(2.8%)으로 다문화가 일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2010년, 우리나라의 총 혼인 건수(32만 6104건) 대비 국제결혼(3만 4235건) 비율은 10.5%로 결혼한 10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이라는 점이 이 같은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수적인 현상으로만 볼 때 우리 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 성숙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대하는 의식 수준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인 듯합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가 다문화국가들을 대상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등급을 7단계로 나누었는데, 우리나라는 6등급에 해당한다고 할 정도로 한국인들의 다문화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낮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100명 가운데 36명이 이웃 삼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외국인을 꼽았다는 것입니다.
실제 일상에서도 이주민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주민에 대한 이러한 잘못된 이해들은 곳곳에서 사회 문제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집단 따돌림과 정체성 혼란, 경제적 이유로 인한 가정 불화, 3D 업종에 종사하면서도 여러 불이익을 당하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교회 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와 각 교구 이주사목 관련 부서 및 기관 등에서 이주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의 신앙생활을 돕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지만, 아직 일선 본당이나 신자들의 삶에까지 뿌리 내리지는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주민들을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도움을 베풀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시각이 여전합니다. 이 때문에 하느님 안에서 한 형제인 그리스도인들조차 피부색이 다르거나 쓰는 말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경원시하는 경우도 적잖게 보게 됩니다.
교회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나자렛의 성가정도 이민이었음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기 예수를 노리는 죽음의 손길을 피해 이집트로 피신한 성가정이 다시 무사히 귀환해 하느님의 역사를 펼쳐나갈 수 있었던 데는 하느님을 대신한 사랑의 손길이 늘 따라다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회는 하느님 백성이 이민 문제 해결에 헌신적으로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해오고 있습니다. 특별히 평신도들에게 사회의 모든 분야에 협력함으로써(평신도교령 10항) 이주민들에게 ‘이웃’이 되어 주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사목헌장 27항)
다문화가 인류를 하나로 일치시키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은총임을 깨닫고 이주민을 ‘우리’로 받아들일 때 하느님 나라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4월 27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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