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70)
75. 여섯째 계명
간음하지 못한다(탈출 20,14). “간음하지 마라.”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이렇게 말한다. 누구든지 여자를 보고 음란한 생각을 품는 사람은 벌써 마음으로 그 여자를 범했다(마태 5,27-28).
1)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지어 내셨다
오늘날 우리는 성의 문란으로 말미암아 신음하고 있습니다. 혼전 동거, 불륜, 이혼, 성폭력, 성매매, 동성애, 낙태 등의 행태가 우리 삶을 뿌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성에서 비롯된 문제들은 부부 관계와 가정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 문제를 올바로 정립시키는 일은 인간의 삶에 핵심적인 과제이며, 신앙인의 소명이기도 합니다.
십계명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간음하지 말라”고 간략하게 선언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하십니다.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은 마땅히 우리가 따라야 할 바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성 문제에서 올바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먼저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가져야 함을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그 올바른 시각이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인격체”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인류의 수천 년 역사 안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인격적으로 대우받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현재에도 그렇습니다. 남성이 상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다시 말해 나의 어머니와 누이요 딸로 생각하지 않기에, 성폭력이나 성매매, 불륜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인류를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실 때에, 하느님께서는 남자와 여자에게 인격적 품위를 동등하게 주셨다.” “인간은 인격체인데, 이 점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동등하다. 왜냐하면 둘 다 인격적인 하느님의 모습으로 하느님과 비슷하게 창조되었기 때문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2334항).
2) 정결의 소명
정결은, 성이 인격 안에 훌륭히 통합되어 있음과 그 때문에 육적이고 영적인 실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내적 통합을 뜻한다. 인간이 육체적이고 생물학적인 세계에 속해 있음을 표현하는 성은, 인격 대 인격의 관계 안에서, 남녀가 온전히 또 시간의 제한 없이 서로를 내어 줄 때 참으로 인격적이고 인간다운 것이 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337항).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당신을 닮은 모습으로 존엄하게 창조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넣어 주신 존엄성을 보존하고 키워 나가는 것이 우리의 소명입니다. 인간이 지닌 존엄성의 본질은 자유입니다(이것에 대해서는 25과 “인간” 항목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인간 안에는 성에 대한 충동도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성 충동은 인간이 자손을 낳고 번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동시에 잘못 사용하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본능에 따라서 사는 동물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이 성 충동을 잘 다스릴 때(창세 1,28), 다시 말해 정결의 덕을 길러 나갈 때, 인간은 동물 수준을 넘어서 하느님을 닮은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소명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정결의 삶을 살도록 불리운 것입니다.
정결은 자제력의 훈련을 요구한다. 이 훈련은 인간의 자유를 배우는 교육이다. 인간이 정욕을 지배하여 평화를 얻느냐, 아니면 그 정욕에 자신을 맡겨 불행하게 되느냐 하는 것은 인간의 선택에 달렸다. “인간의 존엄성은 의식적이고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행동하도록 요구한다. 곧 맹목적인 내부 충동이나 순전한 외부 강박 아래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적 동기와 권고에 따라 인격적으로 행동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인간이 스스로 온갖 욕정의 예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선을 선택하여 자기 목적을 추구하고 적절한 도움을 받아 효과적으로 슬기롭게 행동할 때에 인간은 이러한 존엄성을 얻는다”(가톨릭교회교리서 2339항).
정결의 소명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희생·노력이 필요합니다. 한 순간에 이것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인생의 모든 시기와 단계에 따라 늘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인내가 요청됩니다. 아동기 · 청년기 · 중년기 · 노년기 등을 맞아 끊임없이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의 세례 서약을 충실히 지키고 유혹에 대항하고자 하는 사람은 그것을 실현하는 수단들을 선택하는 데 신중하여야 한다. 그 수단들이란 자아 인식, 상황에 따른 적절한 금욕 실천, 하느님 계명에 대한 순종, 윤리덕의 실천과 기도에 충실함 등이다. “자제로써 우리는 한데 모아진다. 우리의 산만한 정신 때문에 잃어버렸던 통일성을 되찾게 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340항).
[2014년 4월 27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의정부주보 6-7면, 강신모 프란치스코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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