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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71: 일곱째 계명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12 조회수1,622 추천수0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71)



76. 일곱째 계명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탈출 20,15).

1) 사유 재산의 중요성

왜 도둑질을 하면 안되나요? 타인의 재물은 그 사람에게 참으로 소중한 것이고, 그 사람이 생존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물리적인 생명 유지와 다른 사람에게 종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적정 수준의 재물을 필요로 합니다. 상대방의 육체를 괴롭히면서 “너의 영혼을 존중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상대방의 재물을 침범하면서 인간 존중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타인의 소유물을 침범하는 도둑질은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인 것입니다.

인간은 사회관계 안에서 살아야 합니다. 사회관계는 인간 상호간의 신뢰가 있을 때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내가 애써서 마련한 재산을 타인이 도둑질해 간다면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도둑질은 인간 사회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기에 중대한 범죄입니다.

일곱째 계명은 이웃의 재산을 부당하게 빼앗거나 차지하거나 어떠한 형태로든 이웃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끼치는 것을 금한다. 이 계명은 현세의 재물과 인간 노동의 결실에 대한 관리에서 정의와 사랑을 명한다. 그리고 이 계명은 공동선을 위해서 재산의 보편적인 용도와 사유 재산권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스도인은 현세의 재물을 하느님과 형제적 사랑을 위해 사용하면서 살도록 힘써야 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401항).

2) 재물의 보편적 목적과 사유 재산

사유재산이 이처럼 중요한 것이므로 사유 재산권은 인간의 천부적 권리입니다. 7계명은 이 천부적 권리를 보호할 사명을 우리에게 명령합니다. 그러나 사유 재산권보다 더 우선적인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생존권입니다. 나의 소유물은 보호되어야 마땅하지만, 자신의 소유 중에서 다른 사람이 생존을 위하여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하여 더 이상 권리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내 이웃이 최소한의 물질적 필요(의식주, 교육, 의료)를 갖지 못했는데, 나는 여분의 것까지 잔뜩 갖고 있으면서, “내 것에 손대지 말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소유를 위하여 주어진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하여 주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사유 재산에 대한 권리를 획득한다 하여도, 그 시초부터 인류가 받은 땅은 여전히 공동의 선물이다. 비록 공동선의 증진을 위해 사유 재산을 존중하고 사유 재산권과 그 재산권의 행사를 존중해야 하더라도, 재물의 보편적 목적이 무엇보다 우선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403항).

3)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

7계명은 누구나 지켜야 할 계명이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탐욕스러운 부자들의 재산을 정당화시켜 주는 원칙으로 오용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것은 십계명의 원정신이 아닙니다.

“긴급하고 필수적인 것(의식주)을 조달하기 위해서 타인의 재물을 차지하고 사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 되는 분명한 위급 상황”(가톨릭교회교리서 2408항)에서 가난한 이들이 생존을 위한 물건을 훔치는 행위는 7계명 위반으로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표면적으로는 도둑질이 아니지만, 가난한 이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행위야말로 우리가 걱정해야 할 7계명 위반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부자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집을 여러 채 사는 투기 행위를 합니다. 그러면 집값이 올라갑니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열심히 돈을 모았던 중산층들은 내 집 마련을 못하고 전세로 가야 합니다. 그러면 전세값과 월세값이 폭등합니다. 결국 가장 가난한 사람은 거리에 나앉게 됩니다. “내 돈 가지고 내가 뭘 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며 부동산 투기를 하는 부자들의 탐욕으로 말미암아, 가난한 이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게 됩니다. 마트에서 분유 하나 도둑질을 하는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7계명은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계명이지만, 우선적으로는 부자들이 지켜야 할 계명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촉구하는 계명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어 갖지 않는 것은 그들의 것을 훔치는 것이며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재물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것입니다.”(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2014년 5월 4일 부활 제3주일(생명주일) 의정부주보 6-7면, 강신모 프란치스코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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