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52) 십계명 : 다섯째 계명 "사람을 죽이지 마라" (하)
평화는 정의의 결과이며, 사랑의 열매
다섯째 계명은 다른 사람의 영혼을 존중하고, 육체의 완전성을 존중하며 죽은 이들을 존중하고 평화를 보호하는 일까지도 포함합니다. 이 측면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2284~2317항).
인간 존엄성 존중(2284~2301항)
타인의 영혼 존중 : 다른 사람이 악행을 저지르도록 부추기거나 태도나 행위를 악한 표양(스캔들)이라고 합니다. 악한 표양을 보이는 사람은 덕과 정의에 해를 끼침으로써 이웃을 영적 죽음으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일부러 악한 표양을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이 심각한 과실을 저지르게 한다면, 중죄가 됩니다.
특히 다른 이들을 가르치고 교육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 악한 표양을 보이는 것은 매우 심각한 악이 됩니다.
그런데 법이나 제도, 유행이나 여론도 악한 표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다운 행동을 어렵게 하거나 실제로 불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조건들을 만들어내는 법이나 사회 구조, 부정행위를 조장하는 규정을 정하는 기업주, 여론을 조작해 도덕적 가치에서 벗어나게 하는 사람들도 악한 표양의 죄를 짓는 것입니다.
건강 존중 : 생명뿐 아니라 신체의 건강도 하느님께서 맡겨 주신 값진 재산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필요와 공동선을 고려하면서 건강이라는 재산을 분별 있게 돌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육신 생명이 절대적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닙니다. 육신 숭배를 촉진하는 것, 완벽한 육체와 스포츠의 성공을 우상화하는 것은 새로운 이교도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인간관계를 타락시킬 수 있습니다.
술이나 음식, 담배, 약물 등에서 절제의 덕을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음주 운전 또는 과속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사람 또한 중죄를 짓는 것입니다.
인간 존중과 과학 연구 :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과학·의학·심리학적 실험은 질병의 치료나 공중 보건의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존엄성과 도덕률에 어긋나는 연구와 실험은, 비록 피실험자들의 동의를 얻는다더라도, 그 자체로 결코 정당하지 않습니다.
장기 이식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장기를 제공하는 사람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손상과 위험이 장기를 받는 사람이 얻게 되는 선익과 균형을 이룬다면 도덕적으로 정당합니다. 그러나 장기 이식은 제공자나 그 보호자의 분명한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습니다.
납치하고 인질로 삼는 것. 폭력 행위, 고문, 치료 목적이 아닌 의도적인 수족 절단, 신체 상해, 불임 수술도 도덕률에 어긋납니다.
죽은 이들에 대한 존경 : “죽은 이들의 시신은 부활에 대한 신앙과 희망 안에서 존경과 사랑으로 다뤄야 한다”(2300항)고 교회는 강조합니다. 교회는 육신 부활의 신앙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화장을 허락합니다.
평화의 보호(2302~2317항)
인간 생명을 존중하고 증진하려면 평화가 필요합니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만도 아니고, 적대 세력들 사이의 균형을 보장하는 데 그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의 선익 보호, 사람들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소통, 사람들과 민족의 존엄성 중시, 형제애의 끊임없는 실천 등이 없이는 평화는 지상에서 실현될 수 없습니다. 평화는 ‘질서의 고요함’입니다. 평화는 정의의 결과이며 사랑의 결실입니다”(2305항).
전쟁을 피함 : 평화를 보호하려면 전쟁을 피해야 합니다. 모든 시민과 모든 위정자는 전쟁을 피하고자 진력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평화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온갖 노력을 다 쓰고 난 다음에는 정당방위를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무력을 통한 정당방위에는 엄격한 조건이 따릅니다. 이른바 ‘정당한 전쟁’이 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모두 다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통적 교회 가르침입니다. △공격자가 국가나 국제 공동체에 가한 피해가 계속적이고 심각하고 확실해야 한다. △이를 제지할 다른 모든 방법이 실행 불가능하거나 효력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야 한다. △성공한다는 조건들이 수립돼야 한다. △무력 사용이 제거돼야 할 악보다 더 큰 악과 폐해를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조건이 모두 충족될 경우에 공권력은 국민들에게 국가 방위에 필요한 의무를 부과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 중이라 하더라도 모든 행동이 다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전투원과 부상병과 포로들을 존중하고 인간답게 대우해야 합니다. 또 어떤 민족이나 국민에 대한 집단학살은 죽을죄로 단죄돼야 합니다. 나아가 ‘종족 말살’의 명령을 받았을 때는 항거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습니다.
군 복무는 그 임무를 올바로 수행한다면 국가의 공동선과 평화유지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는 양심상의 이유로 무기 사용을 거부하며 다른 방법으로 공동체에 봉사하려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공정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군비 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또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무기의 생산과 거래는 공동선에 영향을 미치기에 공권력은 이를 규제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개인들 사이에 또는 국가들 사이에 만연하는 불의와 경제 사회 분야의 지나친 불공평과 불평등, 시기와 불신과 교만 등은 평화를 위협하며 전쟁의 원인이 됩니다. 이런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평화 활동이 필요합니다.
[평화신문, 2014년 6월 1일, 정리=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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