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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20: 어린이의 존엄과 권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6-21 조회수1,779 추천수0

[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 (20) 어린이의 존엄과 권리

가정에 사랑이 넘쳐야 사회가 행복하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못된 의붓어머니와 의붓자매들의 손에서 온갖 핍박을 받고 자란다. 새엄마는 친딸들만 편애했고, 신데렐라는 집안 허드렛일을 하면서 하녀와 같은 모진 삶을 살아간다. 동화의 결말은 신데렐라가 고생 끝에 왕자님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사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조금 다른 결말을 나타내는 것 같다.


사랑의 빈 자리를 채운 폭력

2013년 말, 사회 면을 떠들썩하게 했던 칠곡과 울산의 아동 학대 살인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칠곡의 새엄마는 아이가 너무 시끄럽게 TV를 틀어 놓았다고 해서 홧김에 8살 난 여자아이를 20여 차례 발로 짓밟는 폭행을 가했고 아이는 이틀 뒤에 복막염으로 사망했다. 또한, 울산의 새엄마는 소풍 가고 싶다고 조르는 8살 아이를 55분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그들은 아이가 너무 말을 잘 듣지 않아 훈육차원에서 때렸는데 그만 죽었다고 주장한다. 결국 법원은 이들에게 상해치상죄를 적용해 각각 징역 10년과 15년을 선고했다.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라야 할 어린이들이 사랑받지 못하고 학대당하는 사회가 오늘날 우리 가정의 일그러진 단면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프고 안타깝다.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매를 맞은 기억이 거의 없다. 내 실수와 잘못에 대한 어머니의 훈육 방법은 회초리로 종아리를 치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매를 들고서도 울고 계셨고 그런 모습을 보며 어린 나이였지만 같은 잘못은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아버지의 훈육 방법은 조금 다른 말로써 훈계하는 방식이었다. 한 번은 형에게 대들고 치받고 싸운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퇴근하던 순간 나는 잘못을 인정하고 미리 자수했다. 아버지는 나를 2시간 동안 무릎을 꿇게하고 왜 형제는 우애 있게 지내야 하는지, 동생은 형을 어떻게 존경하고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해 훈계하셨다. 기나긴 아버지의 훈육을 들으며 다시는 같은 잘못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나는 가정 안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도 어느 정도의 규칙이 존재하고 있음을 부모님의 훈육을 통해 배울 수 있었고, 이런 과정에서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부모님께서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동 문제, 사회 전체의 책임

요즘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 중 가정 폭력의 심각성은 우리가 가정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 주고 있다. 모든 가정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점차 핵가족화하는 가정 속에서 부모들은 맞벌이하며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시간조차 부족하다. 이혼 가정이 늘며 조손 가정이 늘고 있고, 많은 아이가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고 성장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교회의 사회교리는 가정 내에서 자녀의 존엄을 존중할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부모와 자녀들로 구성된 가정 공동체 안에서는 특별한 관심이 자녀에게 집중되고 있다. 또한 부모들은 자녀들의 존엄성을 깊이 존중하고 그들의 권리에 큰 존중과 관심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아동 존중과 권리 보호는 모든 자녀에게 해당되지만, 자녀가 어릴수록 그 요청은 더욱 절실하며, 병들어 고통을 받거나 장애를 지니고 있을수록 모든 면에 더욱 세심한 배려를 기울여야만 하는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244항 참조)

가정 내 아동 폭력의 위험성을 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세계 곳곳에서는 수많은 어린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린이 권리 보호를 위해 국제 공동체의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이를 충족시킬 만한 조건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보건과 음식 부족, 학교 교육에서 제외되는 상황, 부적합한 거주지 등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 인류 공동체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어린이 인신매매, 어린이 노동, 거리로 내몰리는 아이들 문제, 어린이 조혼, 분쟁 지역의 소년 병사문제, 성 착취나 소아 성애, 아동 성추행, 아동 포르노 문제 등 어린이의 존엄과 인권이 침해되는 예는 아직도 수없이 존재한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가정 공동체의 회복을 통해 아직도 만연하고 있는 어린이 문제에 대해 단호한 조치로 효과적으로 이를 퇴치되어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245항 참조)

어린이는 우리 삶의 미래다.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사회야말로 우리 한국 사회가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해맑게 웃는 아이들로 가득한 교실 안 풍경을 기대하고, 부모와 함께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집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한국 사회를 꿈꾸는 것이 과연 비현실적인 망상일까?

[평화신문, 2014년 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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