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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21: 인간 노동과 성경의 가르침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6-29 조회수1,869 추천수0

[황창의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 (21) 인간 노동과 성경의 가르침

노동, 삶을 더욱 소중히 살게 돕는 도구



노동 하면 쉽게 떠오르는 말은 무엇일까? ‘힘들다’, ‘어렵다’, ‘하기 싫다’ 등일 것이다. 사실 전통적인 사고 안에서 육체적인 노동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을 위해 육체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본다.


가족 부양을 위한 노동

교육방송에서 즐겨 보는 것 중 하나가 극한의 직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 “어떻게 이리도 어려운 일을 계속할 수 있느냐”는 것이고, 출연자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아버지의 모습은 평생 가족을 위해서 어떤 힘든 일도 마다지 않는 모습으로 비친다. 육체적으로 힘든 극한의 일이지만 그 육체 노동을 이겨내는 힘은 아버지를 응원하는 사랑하는 가족이다.

어린 시절 내 아버지 역시 베트남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하셨다. 모두 힘들었던 60년대 말,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를 고향에 남겨두고 4년여 동안 전쟁이 한창이던 이국 땅에서 가족을 위해 일하셨다. 그리고 귀국 후 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당뇨병이란 지병을 얻으셨다. 자신의 건강까지 해치면서 벌어온 외화는 아버지와 가족은 물론 우리나라 살림에도 큰 보탬이 됐다. 우리 아버지들은 70~80년대에 가족을 위해 독일의 광부로, 베트남의 기술자로, 중동의 건설 노동자로 나가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노동, 사랑 실천의 도구

성경에서는 노동에 대해 어떻게 가르칠까? 누군가가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셨냐고 묻는다면, 예수님께서 양부였던 목수 요셉의 아들로 사셨기에 지상 생활의 대부분을 목수의 작업대에서 노동하면서 사셨던 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마태 13,55; 마르 6,3 참조) 예수님께서도 인간과 똑같이 육체적인 노동을 하셨으며, 이를 통해 노동의 중요성을 몸소 알려주셨다.(「간추린 사회교리」 259항 참조)

또한 공생활 이후 예수님의 설교에 나타난 다양한 비유는 노동하는 인간의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준다. 예수님께서는 당시 시대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가장 보편적인 일상의 삶을 예로 드셨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탈렌트의 비유’ 등 수 많은 성경 속 비유는 예수님께서 지상 생활 동안 경험하셨던 노동하는 인간의 모습을 비유로 사용한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지상 생활 동안 끊임없이 일하셨으며, 인간을 병과 고통, 죽음에서 해방하는 놀라운 일을 이루셨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노동의 중요성을 가르치셨지만, 인간으로 하여금 일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신다.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간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일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간추린 사회교리」 260항 참조)

예수님의 이러한 노동 이해는 구약성경에서부터 시작된다.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인간을 창조하셨고, 땅을 지배하고 온갖 생물을 다스리라는 임무를 맡기셨다.(창세 1,28 참조) 그러나 인간은 하느님 말씀을 거역함으로써 하느님의 축복으로부터 멀어졌다.

과거의 일부 신학자들은 죄에 대한 형벌과 저주의 결과로 인간이 노동하게 됐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가톨릭 사회교리는 인간 노동에 대한 이러한 해석이 분명히 잘못된 것임을 지적한다. 사회교리에 따르면, 인간 노동은 인간의 본래 상태에 속하는 것이고, 인간이 타락하기 전부터 있었으므로 형벌이나 저주가 아니다. 가톨릭교회는 인간 노동은 그 자체로 선한 것이며 명예로운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노동은 부의 원천이고 적어도 품위 있는 생활을 위한 조건이기 때문에 명예로운 것이며 원칙적으로 빈곤을 막는 효과적인 도구가 되는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256~257항 참조)

사회교리는 이러한 노동의 긍정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동시에 인간이 노동 자체를 숭배하려는 유혹에 빠져 일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에게 노동은 필수적이지만, 생명의 기원과 인간의 최종 목적이 하느님께 달려 있기에 인간은 노동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노동이 안식일 계명과 깊이 연관됨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비록 노동의 숙명에 묶여 있지만, 안식일 규정은 더 충만한 자유와 영원한 안식의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으며, 인간으로 하여금 일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하고, 모든 종류의 착취로부터 인간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안식일은 모든 사람을 하느님 예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난한 이들을 돌보기 위한 것으로 모든 사람을 인간 노동의 반사회적 타락에서 벗어나도록 이끄는 계명이다.(「간추린 사회교리」 258항 참조) 오늘날 사회에서 인간 노동이 중요한 것은 이렇게 인간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인간은 노동의 소중함을 깨닫고 노동으로 얻은 소중한 재화로 주변의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평화신문, 2014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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