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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32: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10-12 조회수1,837 추천수0

[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 (32)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행복한 나라 건설은 국민 모두의 의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헌법 제1조의 내용이다. 일제 강점기 쓰디쓴 고통의 36년이 지나고 해방을 맞이한 우리나라는 정치제도에서 ‘민주주의(Democracy)’와 ‘공화정(Republic)’ 제도를 근간으로 시작했다.

민주주의란 말 그대로 그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정치 제도며,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Polis)에서 유래했다. 고대 그리스어의 데모스(Demos, 인민)와 크라씨아(Kratia, 권력 또는 지배)의 합성어인 데모크라씨아(democratia, 인민에 의한 지배)가 그 어원이다.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

사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오늘날의 형태와는 많이 다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각 폴리스에 한정된 자유 시민에게만 참정권을 인정했는데, 예를 들면 여성이나 노예는 자유 시민으로 인정되지 못했고 또 그리스인이라 하여도 다른 폴리스에서 온 이주민에게는 시민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아테네를 비롯한 민주제 국가는 군주제, 과두제 국가에 패하여 붕괴했다. 시대를 거듭하여 발전된 이 민주주의 제도의 대표적인 체제는 순수 민주주의라는 용어로 불리는 직접 민주주의를 뜻한다. 이는 다양한 법률에 대한 승인과 거부, 즉 정부 정책을 국민의 투표로 결정하는 정치체제로서 중간 매개자나 대표자 없이, 의사 결정을 하는 권력을 국민들이 직접 행사하기 때문에 직접 민주주의로 불리기도 한다.

한편 ‘공화정’이란 주권이 여러 사람의 합의로 행사되는 정치 체제다. ‘공화(共和)’란 중국 주(周)나라 시대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주나라 려()왕의 폭정이 심해지자 각 제후가 연합해 반란을 일으켰고, 려왕을 축출했다. 이들은 황제를 다시 세우지 않고 여러 제후가 힘을 합쳐 나라를 다스렸는데 여기에서 ‘공화’란 단어가 사용됐다.

실질적인 공화정의 기원은 서구에서 시작됐는데 대표적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귀족정치에 기원한다. 로마 공화정은 300명으로 구성된 원로원 의원들에 의해 정책이 결정되고 실행됐다. 원로원 출신 중 두 명의 집정관을 대표로 선출했으며, 임기는 1년으로 원로원의 지지를 받아 선출됐다. 원로원은 오늘날의 국회와 비슷하지만 국회의원처럼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원로원의 지지를 받아 선출됐다. 또한 초기에는 귀족 출신만이 원로원이 될 수 있었으나 후기로 가면서 평민 출신도 원로원이 되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란 말은 나라를 운영하는 정치 체제에 관한 것이다. 국가 운영에 권한을 지닌 한두 사람의 결정으로 정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주권을 지닌 모든 국민에 의해 의사가 결정되는 나라가 바로 민주주의 국가다. 이처럼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 개개인은 대한민국의 주인이며, 그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국가를 통치하게 된다. 따라서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지역 자치단체장이든 간에 선거를 통해 선출된 공직자들은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고 봉사하며, 국민 전체의 공동선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의 주인

가톨릭 교회는 여러 정치 체제 중 민주주의 제도를 가장 높은 정치 체제로 평가한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진정한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되려면 법치주의 정신 아래서 실현되고 올바른 인간관의 기초 위에 성립되어야 함을 강조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06항 참조). 사실 참된 민주주의는 일련의 규범들을 형식적으로 준수한 결과물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존엄, 인권 존중, 정치 생활의 목적이며 통치 기준인 공동선에 대한 투신과 같이 민주주의 발전에 영감을 주는 가치들을 확신 있게 수용한 열매다. 따라서 이러한 윤리적 가치들에 대한 일반적인 합의가 없다면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는 상실되고 그 안정성도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사회교리는 경고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07항 참조).

또한 교회 교도권은 국가의 권력 분립 원칙을 인정하고 그 정치 권위가 국민에 대한 책임에서부터 비롯됨을 강조한다. 선출된 공직자들은 각자의 특정 영역인 입법, 행정, 사법의 영역에서 국민 생활이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영위되도록 이바지해야 한다. 통치자들은 피통치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통치자들의 정치적 권위는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목적의 하나인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중재와 통합의 역할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408-409항 참조).

여기에서 정치 책임자들의 도덕적 차원이 강조되며 그들은 책임 있는 권위를 지니고 직분을 수행할 것을 요청받는다. 인내, 겸손, 온건, 애덕, 함께하려는 노력 등으로 행사되는 정치인들의 덕목은 공동선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행사하는 정치적 권위와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민주주의 제도를 가장 위협하는 결함 중 하나인 정치적 부패는 민주주의 국가의 올바른 통치를 위협하며, 통치자와 피통치자 사이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공공기관의 역할에 대한 불신을 증대시키고,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을 야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공직자들이 정치적 부패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10-412항 참조).

대한민국 헌법 1조는 민주주의 제도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조항이다.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 일은 일부 정치인들이나 일부 공직자들에게만 주어진 사명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인 우리 국민 모두에게 이러한 사명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정치적 무관심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있게 될 것이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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