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66) 주님의 기도 (7) 일곱 가지 청원 ⑤
시련 극복 못 하고 포기할 때 유혹에 빠져
주님의 기도에 나오는 여섯째 청원은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입니다. 이 청원에 대해 살펴봅니다(2846~2849항).
우리는 살아가면서 갖가지 유혹을 받습니다. 유혹이란 쉽게 말해서 사람을 혹하게 하는 것,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유혹을 받으면 혹해서 빠져들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마음이 약한 사람은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반면에 심지가 굳은 사람은 좀처럼 유혹에 빠지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유혹 자체는 선하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가치 중립적이지요. 내 마음이 혹해서 선을 행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좋은 일입니다. 반면에 마음이 혹해서 하는 일이 악한 것이라면 그것은 죄를 짓는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에서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 달라는 청원은 바로 이 후자와 관련된 청원 곧 유혹에 빠져 죄를 짓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는 청원입니다.
이 유혹과 관련해서 흔히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는 유혹의 근원이 하느님이시라는 그릇된 생각입니다. 야고보 서간은 이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유혹을 받을 때에 ‘나는 하느님께 유혹을 받고 있다’ 하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악의 유혹을 받으실 분도 아니시고, 또 아무도 유혹하지 않으십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욕망에 사로잡혀 꼬임에 넘어가는 바람에 유혹을 받는 것입니다”(야고 1,13-14).
유혹과 관련해서 잘못 생각하기 쉬운 또 다른 한 가지는 시련과 유혹을 잘 분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시련을 겪는 것과 유혹에 빠지는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예컨대 사랑하는 남편이나 자식이 뜻밖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면, 그것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시련일 것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시련을 이겨내는 힘입니다. 이런 점에서 시련은 우리의 내적 성장, 영적 성장을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포자기에 빠져 폐인이 돼 버린다면, 그것은 유혹에 떨어지는 것이 됩니다. 유혹은 이렇게 우리를 죄와 죽음으로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이 시련과 유혹을 분별하기 위해서는 성령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시련을 이겨내는 힘을 다지기 위하여 인간의 내적 성장에 필요한 ‘시련’과, 죄와 죽음으로 이끌어가는 ‘유혹’을 분별하도록 하신다”(2847항).
유혹과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유혹을 당하는 것과 유혹에 동의하는 것을 분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유혹을 받는 것 자체는 죄를 짓는 것이 아닙니다. 죄는 그 유혹에 내가 동의할 때에 성립됩니다.
이런 분별력을 이용하면, 우리는 유혹의 그릇된 가면을 벗길 수 있습니다. 때로는 나를 유혹하는 그것이 그럴듯해 보입니다. 뱀의 꼬임에 빠진 하와에게 하느님께서 먹지 말라고 금하신 그 열매가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창세 3,6) 보였지만 실상 그 열매는 죽음이었습니다.
이렇게 유혹에 빠지면 죄와 죽음이 오지만 반대로 유혹을 떨쳐낼 때 오히려 유혹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험한 세상, 속된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우리는 유혹을 겪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유혹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래서 유혹을 겪을 때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유혹을 떨쳐 버리려는 단호한 마음의 결단입니다.
이렇게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는 단호한 마음 자세로 살아가려면 성령의 지도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성령의 지도를 따라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유혹과 시련을 구별하는 분별력과 함께 유혹을 물리치고 시련을 극복하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우리에게 큰 격려가 됩니다. “여러분에게 닥친 시련은 인간으로서 이겨내지 못할 시련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성실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에게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게 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시련과 함께 그것을 벗어날 길도 마련해 주십니다”(1코린 10,13).
유혹에 빠지지 않고 유혹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일은 “기도로만 가능”(2849항)합니다. 우리의 스승이시며 구세주이신 주님께서 기도를 통해 유혹자에 대항해 승리하셨듯이, 우리 또한 하느님 아버지께 드리는 간절한 기도로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하고 항구하게, 간절하게 기도합시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19일, 정리=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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