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67) 주님의 기도 (8 · 끝) : 일곱 가지 청원 ⑥
악에서의 해방과 하느님 자비 바라는 청원
주님의 기도에 나오는 마지막 일곱째 청원은 “악에서 구하소서”입니다. 이 마지막 청원과 마침 영광송에 대해 살펴봅니다(2850~2856항)
악에서 구하소서
악에서 구해 달라는 청원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직접 가르쳐 주신 기도, 곧 주님의 기도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 친히 아버지께 하신 청원에도 나옵니다. “이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악에서 지켜 주십사고 빕니다”(요한 17,5).
여기서 악은 추상적인 어떤 것이 아닌 구체적인 인격체, 곧 하느님의 계획을 가로막는 자, 그리스도를 통해 이룩된 하느님의 구원 사업을 가로막는 자를 가리킵니다. 교회는 성경과 성전을 토대로 이를 전통적으로 사탄, 악마, 혹은 하느님께 대항하는 천사라고 불러왔습니다. 이 악마는 처음부터 살인자로서 진리 편에 서 본 적이 없고 거짓말쟁이일 뿐 아니라 거짓의 아비입니다(요한 8,44). 그는 죄와 죽음이 세상에 들어오게 한 바로 그 자입니다.
이 악은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하느님의 아들,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결정적으로 패합니다. 악의 패배는 역설적으로 악이 초래한 그 죽음에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내맡기심으로써 이뤄집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죽음에 자신을 내맡기신 것은 악에 굴복해서가 아니라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였습니다. 첫 조상인 아담이 악에 굴복함으로써 세상에 죄와 죽음이 왔지만,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순명하심으로써 세상에 생명과 구원을 가져다주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된 공동체인 교회는 지상의 나그네살이를 하는 현세에서 여전히 악과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청원은 지상의 나그네살이를 그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악과의 싸움에서 패하지 않도록 지켜달라는 청원입니다. 우리를 악에서 구해주실 분은 주님뿐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요한 묵시록의 저자가 기록하듯이, “오십시오, 주 예수님”(묵시 22,20) 하고 기도합니다.
악에서 구해주시기를 청하는 이 마지막 청원은 현재의 악만이 아니라 과거에 우리를 짓눌렀던 악, 미래에 우리에게 닥칠 악 등 과거와 미래의 악까지 모든 악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시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이 청원은 또한 세상의 모든 괴로움에 대해 호소하면서 평화의 선물을 주시도록 그리고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꿋꿋한 인내의 은총을 주시도록 청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사 중 영성체 예식에서 주님의 기도를 바친 후에 사제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저희를 모든 악에서 구하시고, 한평생 평화롭게 하소서. 주님의 자비로 저희를 언제나 죄에서 구원하시고 모든 시련에서 보호하시어, 복된 희망을 품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게 하소서.”
마침 영광송
마침 영광송이란 주님의 기도를 바친 후 사제가 바치는 위의 기도에 이어 모든 신자가 바치는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 하고 바치는 기도를 말합니다.
이 마침 영광송은 주님의 기도 전반부에 나오는 첫 세 청원, 곧 △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고 △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다시 말해 아버지의 구원 의지가 힘차게 드러나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침 영광송은 단순히 첫 세 청원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흠숭과 감사의 형태를 취합니다. 나라와 권능과 영광의 참된 주인은 오로지 하느님이심을 고백하며 감사와 흠숭을 드리는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 마지막은 “아멘”입니다. 아멘이란 “그대로 이루어지소서”라는 뜻입니다. 주님의 기도를 통해 바친 청원이 그대로 다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동의하는 것입니다.
정리합시다
- 주님의 기도에 나오는 일곱 청원 중 첫 세 청원은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 목적이고, 나머지 네 청원은 우리의 소망을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이 네 청원은 생명 유지를 위한 양식을 얻고 죄를 치유 받으며 악에 대한 승리를 위한 우리의 싸움과 관련됩니다(2857항).
-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마지막 청원에서 우리 그리스도인은 교회와 더불어, 하느님과 그분의 구원 계획에 직접 반대한 천사, 사탄, 이 세상의 권력자를 쳐 이기신 그리스도의 승리를 드러내 주시도록 하느님께 청합니다(2964항).
- 마침의 “아멘”으로, 우리는 주님의 기도 일곱 청원이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비는 것입니다(2965항)
[평화신문, 2014년 10월 26일, 정리=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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