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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39: 인간과 세계, 그리고 과학 기술 발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01 조회수1,854 추천수0

[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 (39) 인간과 세계, 그리고 과학 기술 발전

생명 존중 빠진 기술 발전은 위험하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삶에서 과학적인 삶은 인간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이동 수단의 발달과 통신수단의 발달을 가져왔으며 온 인류를 일일생활권으로 묶어 지구 가족의 구성원이 되기에 충분하게 했다. 지난해 연구 안식년을 맞아, 세상의 곳곳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가까이는 중국의 동북 3성 지역으로부터 가장 멀리는 남미의 브라질과 페루를 다녀왔다. 세계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것은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었다. 비록 문화와 언어가 달라도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은 대체로 비슷했다. 다시 말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인류의 문명을 꽃피우는 인간의 삶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 본질적인 모습에서 거의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과거에는 꿈꿔 보지도 못했던 비행기 여행은 한국과 반대 끝에 자리하고 있는 브라질이란 나라도 24시간이면 도착 가능하게 만들었다. 통신 수단의 발전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 통신선만 제대로 설치되어있는 곳이라면 얼마든지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다시 말해 인간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삶의 방식이나 형태에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인간은 이제 다시는 혼자 살 수 없는 존재가 됐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만 하는 환경 속에 놓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 사회의 발전 중심에는 바로 과학과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남미 여행 중에 만났던 마추픽추 유적은 지금도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 일부분에 고대 잉카인들은 고유한 자신의 삶의 방식을 녹여내고 있었다. 페루의 마추픽추에서 본 고대 잉카족의 ‘잃어버린 도시’는 한마디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해발 2400m에 자리한 이 고대 문명의 유적은 오늘날과 같이 과학 기술이 발전한 세계에서도 불가사의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1450년쯤 스페인 침공을 피해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이 도시는 잉카의 계획 도시로 가장 큰 돌이 8.53m에 그 무게가 361t이나 나간다고 한다. 오늘날과 같이 과학이 발달하고 건축 기술이 향상된 세상에서도 이처럼 어마어마한 무게의 돌로 건물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수십 t에 이르는 돌을 바위산에서 잘라내어 수십㎞ 떨어진 가파른 산 위로 옮겨 신전과 집을 지었다고 하니 고대 잉카인들의 놀라운 건축 기술에 감탄할 따름이었다. 맑은 하늘과 뭉게구름 속에 자리한 마추픽추 모습을 바라보면서 인류의 기술과 자연의 조화가 어떠한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들은 어쩌면 오늘날보다 더 자연과 가깝게 사는 사람들이었으며 친환경적인 사람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과학 발전도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가톨릭 사회교리에서는 인간과 피조물의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간추린 사회교리」는 「사목헌장」을 인용하면서 인간이 이용하는 피조물의 세계가 인류의 과학 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음을 지적한다. “개인적 집단적 인간 활동, 곧 인간이 여러 세기를 거쳐 자신의 생활 조건을 개선하려는 저 거대한 노력 그 자체가 하느님의 계획에 부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을 믿는 이들에게는 분명한 일이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은 땅과 그 안에 담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세상을 정의와 성덕으로 다스리며, 하느님을 만물의 창조주로 알고 자기 자신과 모든 사물을 하느님께 다시 바치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간은 만물을 다스려 하느님의 이름이 온 땅에 빛나게 하여야 한다”(「사목헌장」 34항).

따라서 가톨릭 교회는 인류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그 자체로 긍정적인 결과로 바라보고 있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인들은 인간이 자신의 재능과 힘으로 만들어낸 작품들을 하느님의 권능에 배치된다거나 이성적 피조물을 창조주의 경쟁자로 여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인류의 창작품들을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드러내는 징표이자 하느님의 헤아릴 수 없는 계획의 결실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교리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마치 가톨릭교회가 인류의 과학이나 기술 발전에 반대하는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회교리에 따르면 과학과 기술은 우리 인류에게 놀라운 가능성을 제공해 주었고, 우리 모두 감사히 그 혜택을 입고 있으므로 교회는 그것들을 하느님께서 주신 인간의 놀라운 창조적 능력의 산물로 여기고 있다고 본다(「간추린 사회교리」 457항 참조).

그러나 모든 과학적 기술의 적용에는 핵심이 되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존중과 함께 모든 생명체에 대한 존중이다. 만일 이러한 존중이 동반되지 않는 과학 기술의 발전이 있다면 그러한 발전은 오히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을 죽음으로 이끌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간과 함께 모든 피조물에 대한 존중이 반드시 선행되는 발전이어야 한다.

[평화신문, 201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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