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으로 풀어보는 교리] 신앙의 요약인 신경(信經)
신앙이란?
우리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단순히 무엇인가를 믿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하느님의 계시를 믿고 있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신앙은 하느님께서 자신을 알려주시는 계시를 받아들이고, 또 그 계시에 인간으로서 인격적인 응답을 드리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하느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하느님과 일치를 맺기 위하여 갖추어야하는 기본적인 자세를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 향하는, 하느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신앙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세에 당연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선물이요 은총인 신앙
믿는다는 것이 결국 우리 신앙인을 결정짓도록 하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 대한 신앙은 근본적으로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게 우리 교회의 가르침이지요.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자기 자신에 대하여 알려주시기 때문에 우리가 하느님을 믿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 유한한 인간이 무한하신 하느님을 알 수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먼저 손길을 뻗치시고,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알려주시기 때문이지요. 이런 의미에서 결국 신앙은 은총인 것입니다!
신앙과 계시
하느님과 우리 인간 사이에 길이 있다면, 그 길은 두 가지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즉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시는 계시의 길과, 우리 인간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신앙의 길입니다. 계시에 대한 응답이 신앙이므로, 우리 인간은 하느님께서 먼저 다가오시는 그 계시의 길을 신앙으로 따라 걷는다고 할 것입니다.
계시중의 계시가 바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을 만나고, 또 그분을 믿음으로써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주시고, 그분을 우리에게 계시하심으로써 우리 인간에게 다가오십니다. 그러므로 우리 인간은 결국 하느님의 계시에 응답하는 신앙, 곧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통해서 당신 자신을 알려주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신앙의 과제적인 측면
하느님께 대한 신앙은 우리 인간에게 은총으로 주어집니다. 그러나 그냥 무의미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하나의 과제로 주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신앙은 우리에게 주어진 그 상태 그대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계속 키워나가야 하는 성격의 것이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받아들인 그 신앙을 정말 살아야하는 것이고, 또 더 키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번 받았다고 다 된 것이 신앙은 아닙니다. 끊임없이 응답해 나가야 하는 것이 신앙이지요. 신앙은 선물이지만, 그러면서도 그것은 일종의 숙제요 과제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신앙의 이러한 과제적인 측면에 주목해야겠습니다!
우리들은 결국 하느님의 은총에 대하여 끊임없는 응답으로 구원을 받게 될 것이고, 반대로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끊임없는 거절로 멸망하게 될 것이니까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은 꾸준히 성장하게 됩니다. 우리가 신앙 안에서 살고 성장하고 마지막까지 한결같으려면 하느님의 말씀으로 신앙을 키워야 하고, 신앙의 시련 가운데 주님께 기도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살면서 숱한 어려움과 시련의 시간을 겪게 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신앙의 힘으로 극복할 수가 있습니다. 이 지상에서부터 천상의 기쁨을 미리 맛보게 하는 것이 신앙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요약인 신경
그리스도인들이 고백하는 신앙을 요약해 놓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신경이라고 하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세례를 원하는 예비신자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를 ‘크레도’라고도 부르는데, 그것은 신경의 첫 마디가 라틴어로 ‘크레도’(Credo), 곧 ‘나는 믿는다’라는 말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인의 징표인 신경
신경을 또한 ‘심볼라 피데이’(Symbola fidei), 곧 ‘신앙의 징표(상징, 특징)들’이라고도 부릅니다. 여기서 ‘심볼라’(Symboa)란 원래 그리스어로 ‘깨뜨린 물건의 반쪽’, 즉 ‘신원확인을 위한 증표’로 제시되던 것을 말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신경은 ‘신앙인들 사이의 확신과 일치를 표시’하는 것으로서, 교회가 믿는 ‘신앙의 핵심과 진수’를 다 담아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신경은 우리 신앙과 교리 교육에서 첫째가는 근본기준이 됩니다.
신경의 유래
가장 오래된 신경은 세례 때 문답식으로 주고받던 신앙의 요약문으로, “천지의 창조주, 전능하신 하느님을 믿습니까?”라는 물음에 “믿습니다!”라는 대답으로 시작한 신앙고백문이었습니다. 이것이 차츰 세련되게 개작되어 5세기 말에는 미사 중에도 사용되었는데, 이를 ‘로마신경’이라고 합니다.
이 신경은 신앙을 확증하는 근거로 사용되었고, 예비신자들의 교육을 위한 기준으로도 쓰이게 되었습니다. 곧 예비신자들은 신경의 내용을 반드시 암기하고 그러면서도 그에 대한 비밀을 지켜야 했는데, 그것은 신경이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그리스도교의 핵심신비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로마신경은 후기에 나타나는 사도신경을 비롯한 모든 신경의 원형과 같은 구실을 하게 됩니다.
이단과의 논쟁에서 발전한 신경
교회 안에 여러 신경들이 전해져 오고 있는데, 이렇게 다양한 신경들은 각기 그 시대의 이단으로부터 그리스도교를 보호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입니다. 신경은 이렇게 이단에 대한 논쟁의 과정에서 비롯한 것이기에, 그 이단을 반박하는 신앙의 참된 내용들을 요약해서 담은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가 믿고 있는 교리도 이단과의 논쟁 속에서 발전해왔음이 사실이고, 그런 면에서 교리를 요약한 신경도 역시 이단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전해 온 측면이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1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대교구 산격성당 주임, CBCK 교리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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