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으로 풀어보는 교리] 마리아에 대한 신앙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심을 저는 믿나이다.”
마리아에 대한 교리는 우선적으로 그리스도에 대한 교리
우리가 신경에서 마리아를 언급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수 그리스도님께 대한 신앙고백 안에서입니다. 왜냐하면 마리아에 관한 교리는 마리아 자신에 대한 교리 이전에 주 예수 그리스도님께 대한 교리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전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삶을 살았던 분 아니십니까? 마리아가 어떤 분이신지를 제대로 알려면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가톨릭교회가 마리아에 대하여 믿는 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마리아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또한 그리스도 신앙을 밝혀 준다.”(가톨릭교회교리서 487항)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성모무염시태, 곧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에 관한 교리가 그러합니다.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
마리아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교리는 오랜 신학적 논쟁을 거쳐 반포된 교리입니다. 마리아가 잉태되어 나실 당시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아직 세상에 오시지도 않으셨는데, 어떻게 마리아께 원죄의 사함이라는 은혜가 주어질 수 있단 말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결국 ‘마리아는 자신이 낳게 되실 구세주의 은총을 미리 앞당겨 입으실 수 있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비오 9세 교황 때인 1854년에 가서야 이 교리가 반포될 수 있었습니다.
이 교리는 마리아의 전 존재가 그 시작부터 구세주이신 그 아들 예수님께 속한 것이었음을, 그리고 마리아의 마음은 늘 그분께 향해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즉 하느님께서는 마리아가 잉태된 그 순간부터 마리아와 함께 계셨고, 당신의 아들을 잉태하게 될 그 몸을 원죄에 물들지 않게 하셨으며, 마리아를 은총 속에 자라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때가 되어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하신 그 순간부터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가슴에 품고 사셨고, 자신의 전 삶을 그분을 위하여 헌신하셨는데, 이를 우리는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를 통해 잘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마리아의 칭호와 승천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3세기부터였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는 기도문으로 ‘일을 마치고 바치는 기도’인 “천주의 성모님 당신 보호하심에”(Sub tuum praesidium)에 잘 나타나는데,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선언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교리는 무엇보다도 마리아가 낳으신 그 아들 예수님께서 참으로 신성을 가진 하느님이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즉 예수님이 하느님이시니까 성령에 의해서 그분을 낳으신 어머니 마리아께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를 드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마리아의 ‘승천’(Assumptio) 교리는 1950년 교황 비오 12세 때 선포되었습니다. 이 교리는 무엇보다도 ‘마리아의 무죄한 잉태’ 교의의 선포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잉태되는 순간부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은총을 충만히 받은 분임을 드러냅니다. 또한 이는 곧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영이신 성령의 은혜를 입어 하느님 곁으로 오르셨다는 것(蒙召昇天)에 대한 고백이기도 합니다.
마리아 동정성과 모성의 의미
마리아의 동정성이란 개념은 하느님의 아들이신 구세주의 강생에 있어서 하느님께서 갖고 계시는 절대적인 주도권을 잘 드러냅니다.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내려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는 결코 사람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뿐이시라는 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신성과 인성 두 본성을 지니신 분이신데, 그분은 신성으로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인성으로는 어머니 마리아의 아들이신 분이시지만, 인간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 성부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밝혀 보여 주는 것이 바로 마리아의 동정성 교리인 것입니다.
마리아의 동정 잉태는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들의 새로운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즉 우리도 성령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는데,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에게서 잉태되어 나심으로써 이러한 일이 시작된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들 성자 예수님을 낳으신 마리아께서는 또한 예수님의 형제들인 우리 신자들의 어머니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상에서 요한에게 “이 분은 네 어머니시다” 하시고, 마리아께는 요한을 가리키며 “당신의 아들입니다” 라고 하신 것입니다.
마리아의 영적인 모성은 예수님께서 구원하러 오신 모든 사람들에게 미치는 것으로, 마리아께서는 하느님께서 많은 형제 가운데 맏이로 삼으신 성자를 낳으셨으며, 그 형제들인 우리들을 낳아 기르는 데 모성애로 협력하고 계십니다. 곧 마리아께서는 어머니다운 사랑으로 우리들을 낳으시고, 또 사랑으로 길러주고 계십니다.
‘성령의 궁전’이라는 마리아 칭호
마리아가 성령의 궁전이라는 표현은 마리아와 성령의 관련성을 잘 말해줍니다. 이 표현은 마리아께서 이 세상에 있게 되는 그 첫 순간부터 성령과 함께 하는 거룩하신 분이시라는 고백입니다. 그렇다면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이란 호칭은 결국 ‘성령으로 가득하신 마리아님’에 대한 고백인 것입니다. 마리아께서는 처음부터 생명의 원천이신 성령과 연결되어 계셨던 분이셨으니, 그녀의 삶은 성령과 함께 하는 삶이었던 것입니다. 성령과 함께 하셨기에 그분은 거룩한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마리아의 성성은 결코 수동적으로, 그냥 주어진 그대로의 상태에서가 아니라 의식적으로 능동적으로 거룩한 삶을 사시고, 성령과 함께 하셨기에 나온 것이겠습니다.
성부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성령을 모신 분으로, 자신의 거처로 만드셨습니다. 마리아께서는 자신이 성령으로 가득 차서 전적으로 변화되셨기에 그리스도를 세상에 내셨습니다. 그리고 마리아께서는 성령의 도구로써 다른 이로 하여금 그 성령을 모시게 하시는 ‘성령의 전달자’(Pneumatophorin)이십니다. 벌써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이 최초의 성령강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도구인 마리아를 통하여 세상에 성령을 전달하신 것이고, 그것은 성령이 강림하시는 첫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마리아가 성령을 전달하시는 분이기에 그분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인간의 변화’를 위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즉 마리아는 인간이 ‘그리스도화(化)’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람인 것입니다.
마리아의 전구에 힘입어 조금씩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레지오 단원들이시기를 소망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5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대교구 계산주교좌성당 주임, CBCK 교리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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