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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학 산책8: 교회는 무엇인가? → 교회는 누구인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25 조회수2,355 추천수0

신학 산책 (8) 교회는 무엇인가? → 교회는 누구인가?



주일 아침, 한 교우가 길을 나선다. 가는 길에 만난 이웃 아주머니가 아는 체를 하며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라고 묻는다. 교우는 “예, 교회(성당)가는 길이예요.”라고 대답한다. 교회에 도착했다.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은 붉은 색 벽돌 건물, 고딕식으로 멋있게 잘 지어진 종탑, 교회 마당에 있는 성모님 상 앞에 고개 숙여 잠시 기도하고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 교회 주위의 장미꽃이 유난히도 아름답다. ... 그런데, 교회는 이렇게 아름다운 건물을 말하는 것일까?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아름다운 교회가 있었다. 그런데 신자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몇 사람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재정이 어려워져 교회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자 결국 그 교회는 시(市)에 넘어갔다. 시에서는 교회를 도서관으로 바꾸어 운영했으나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도서관 역시 문을 닫게 되었다. 도서관은 다시 어느 상인에게 팔렸고, 그 건물은(도서관은) 술을 파는 식당이 되었다. 자, 교회가 건물을 말한다면 그 건물로 향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가냐?”는 질문 앞에 변함없이 “교회에 갑니다.”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 그 대답은 바뀌지 않는가? “교회에 갑니다.” → “도서관에 갑니다.” → “술 마시러 식당에 갑니다.” 식당에 가면서 교회에 간다고 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건물이 곧 교회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교회란 말인가?

국어로 교회(敎會)는 가르칠 교(敎)와 모일 회(會)를 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원래 교회는 단순한 “모임”이라기보다는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교회는 라틴 말 Ecclesia(에클레시아)를 번역한 것인데, 이 단어는 그리스 말 ek-kalein(에크-칼레인) ‘밖으로 부른다’에서 나온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751항). 즉, 밖으로(밖에서) 불러 모은 사람들을 교회라 한 것이다. 그럼 누가 밖에서 부른 것인가?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불러 모으셨고, 이 모인 백성을 다름 아닌 교회라 부르는 것이다(참조: 에페 4,4; 히브 3,1). 즉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어 고백하는 사람들의 모임(공동체)인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교회를 이루는 것이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 교회를 이루고 우리 자신이 교회의 일원이 되는데 있어서, 주도권을 가지며 먼저 부르시는 분은 하느님이라는 사실이다. 자칫 내 결정으로, 내 의지에 따라 교회에 나오고, 세례를 받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교회는 일반 사교적인 모임과 달리 하느님의 부르심이 먼저 있었고, 이에 맞갖게 응답한 이들의 모임인 것이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권고한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에페 4,1-3).

[2015년 4월 12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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