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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학 산책9: 그리스도인(교회)은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25 조회수2,304 추천수0

신학 산책 (9) 그리스도인(교회)은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이들이 바로 그리스도인이며, 이들의 모임이 곧 교회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실제로 이 질문은 교회의 본성, 교회의 역할, 교회의 사명 등을 암시 하고 있기에, 한 두 문장으로 모든 것을 포괄하는 대답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핵심이 되고, 가장 교회의 모습을 잘 표현해 주는 답은 무엇일까?

현대 가톨릭교회의 나아갈 길을 제시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의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에서 이 답을 찾을 수 있다. 교회헌장 첫 항은 교회의 본질과 사명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다. “인류의 빛은 그리스도이시다. 그러므로 성령 안에 모인 이 거룩한 공의회는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며(마르 16,15 참조), 모든 사람을 교회의 얼굴에서 빛나는 그리스도의 빛으로 비추어 주기를 간절히 염원한다”(교회헌장, 1항).

변함없는 진리! 그리스도는 인류의 빛이시며, 교회는 그리스도의 빛으로 인류를 비추어야 한다! 이 빛을 세상에 어떻게 비추는가? 공의회 교부들은 두 가지를 제안하고 희망한다. 첫째, 교회는 모든 이에게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둘째, 교회의 얼굴(모습)은 그리스도의 빛을 받아 빛나야 하고, 이 빛으로 세상의 모든 이들을 비추어야 한다.

필자는 지난 시간에 ‘교회를 이루는데 있어서 주도권은 하느님께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는데 공의회 교부들 역시 분명하고 정확하게 이 점을 짚어주고 있다. 즉, 교회는 그 스스로는 절대로 빛을 낼 수 없으며, 또한 스스로 빛을 내려고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빛을 낸다는 것은 다름 아닌 교회와 함께 하시는 그리스도의 빛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도께서 먼저 빛을 비추어 주신다. 교회는 그 빛을 안고 살아가며, 그 빛을 세상에 비추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라고 당부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여 각자 올바르고 성실한 삶을 통해 다른 이의 모범이 되라는 말씀이 아니다. 이 말씀은 오히려, 우리 자신이 예수님의 말씀에 얼마나 귀 기울이며 그분의 빛을 받으려 노력하고 있는지, 예수님의 마음과 행위를 얼마나 닮으려고 하였는지에 대한 물음이며 이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말씀인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무엇보다도 먼저 그리스도의 빛을 각자의 마음 안에 지니고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하 여 우리의 삶이 그리스도의 빛을 지닌 삶이 된다면, 그 때에 비로소 우리가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는 삶인가, 아니면 그 빛을 어두운 함지 속에 넣어 두고 빛이 새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삶인가!

예수님의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

[2015년 4월 19일 부활 제3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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