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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학 산책13: 하느님의 보여주심 - 계시(啓示)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25 조회수2,608 추천수0

신학 산책 (13) 하느님의 보여주심 - 계시(啓示)



지난 시간에 우리는 교회가 구원의 보편성사이며, 교회의 구성원인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고 표현해야 함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드러내거나 줄 수는 없다!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보면 이렇다. 1)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있어야 한다. 2) 그 은총과 사랑을 그리스도인이 받아들인다. 3) 받아들인 그 은총과 사랑을 세상에 드러낸다.

첫 번째 명제 :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이 세상에 있는가?

교회에서는 하느님께서 세상에 당신의 은총과 사랑을 베풀어 주시고, 더 나아가 인간에게 이를 알려주시는 것, 이를 계시(啓示, Revelation)라 가르친다. 간략히 말한다면, 계시란 인간을 만나러 오시는 하느님의 사랑의 표현이다. “계시로써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넘치는 사랑으로 마치 친구를 대하시듯이 인간에게 말씀하시고, 인간과 사귀시며, 당신과 친교를 이루도록 인간을 부르시고 받아들이신다”(가톨릭교회교리서, 142항).

계시의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밝혀주는 것은 라틴어 어원에서 나온다. 계시는 라틴어 re-velare(레-벨라레)에서 나왔는데, 이는 베일을 벗기는 것(re: 반대로; velare: 베일)을 의미한다. 즉, 커튼을 열어젖히는 것을 뜻한다. 커튼 뒤에 하느님께서 계신다. 하느님과 우리 인간 사이에 커튼이 가려져 있어 우리는 하느님을 직접 뵙지 못한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그 커튼을 열어젖히신다. 열려진 커튼 사이로 우리 인간은 비로소 하느님께서 그곳에 계심을 깨닫게 되고, 우리에게 오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당신을 드러내실 때,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보다 훨씬 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드러내신다. 커튼이 열어 젖혀졌을 때,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이 놀랍게도 이 세상이라면? 즉 산, 들, 강, 나무, 동물 등이 보인다면 그것이 계시인가? 물론이다.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우연한 세상이며 당연한 세상이지만, 그리스도인에게 세상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보존하시며, 창조물을 통하여 당신에 관한 영원한 증거를 사람들에게 보여주신다”(가톨릭교회교리서, 54항).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했던 구약의 여러 예언자들의 말씀도 계시인가? 물론이다. 그 말씀은 하느님께서 보내시는 인간과 세상을 향한 사랑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완전한 계시, 즉, 하느님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완전한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하느님께서는 영원한 말씀이신 당신 아드님을 파견하셨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인간 가운데 사시며 인간에게 하느님의 내면을 알려 주심으로 모든 인간을 비추셨다”(계시헌장, 4항).

하느님께서 어떠한 분이신지 궁금한가?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어떠한지 궁금한가? 하느님을 만나고 싶은가? 하느님께서 커튼을 열고 우리를 위해 보내주신 예수님을 만나고 믿을 때, 우리는 그분을 통해 하느님을 깨닫고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

[2015년 5월 24일 성령 강림 대축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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