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서 DOCTRINE

교리 자료실

제목 사회교리 아카데미: 높아만가는 취업 문턱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03 조회수2,177 추천수0

[사회교리 아카데미] 높아만가는 취업 문턱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청년 교사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을 기념하는 2015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축일부터 2016년 11월 20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까지를 자비의 특별희년으로 선포하셨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우리 교회 안에서 새롭게 하자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그리스도인 교육에 관한 선언」(Gravissimum Educationis)에서 교회는 인간의 구원을 위해서 인간의 지상생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함을 재확인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진보와 확대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별히 가톨릭 학교와 관련하여서는 “가톨릭 학교의 고유한 사명은 자유와 사랑의 복음 정신으로 활력에 넘치는 학교 공동체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 모든 인간 문화를 궁극적으로 구원의 소식과 결부시키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대부분이 대학생이자 청년인 각 본당의 주일학교 교사들을 생각해보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이미 4년제 대학의 1학년부터 학생들은 두꺼운 파일에 자기소개서와 각종 자격증 혹은 공무원 시험정보를 들고 다닙니다. 대학교 방학 프로그램으로 기업탐방을 다니면서 매일 다른 기업에 가서, 어떤 기업이 돈을 더 많이 주는지, 내가 무슨 스펙을 더 쌓아야 하는지를 고민합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자격증과 입사시험을 위한 사교육은 끝나지 않습니다. 늘어가는 학비부담 때문에 아르바이트도 해야 합니다. 돈을 주고 자기소개서를 대필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기업에서 실시하는 직무 적성검사에서도, 솔직하게 답을 하기보다 합격하기 위해서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학원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학교도 취업학원으로 변해가는 요즘, 가톨릭 학교조차 사회의 분위기만 따라가고 있을 뿐, 자유와 사랑의 복음 정신은 찾기 힘듭니다.

이런 사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뒤처지기로 결심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여름행사 준비를 위해 아르바이트 하는 시간도 포기하고, 자격증과 시험공부를 할 시간도 없고, 시험은 물론 기업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도 없습니다. 교사를 하면서 느꼈던 체험을 담은 담백한 자기소개서는 전문적인 글쟁이들에게서 받아온 대필 자기소개서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적성검사마저 찍어주는 학원이 있는지도 모르고, 다닐 돈도 없고 그저 솔직하게 직무 적성평가에 응했더니 돌아오는 답은 낙방입니다.

이 모든 것은 누구 한 사람이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교회와 기업, 대학교와 정치권 모두의 잘못된 선택으로 생긴 결과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교회의 미래라고 말하는 청년들은 신앙을 배우고 살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청년인 주일학교 교사들로부터 신앙교육을 받는 우리의 청소년들의 신앙도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의 세속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가톨릭학교와 교회가 고용인으로 있는 일터, 신자 기업인이 소유한 기업부터 무엇을 기준으로 인재를 채용하는지 재고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사회의 분위기를 따라 살지 않고, 우리부터 교회의 미래인 청소년들과 그들을 가르치는 청년 교사들을 위해서 반성하고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김성수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현재 고덕동본당에서 사목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8월 2일, 김성수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