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쳇바퀴에서 벗어나기
인간을 중심에 놓지 않는 사회
예전에 어떤 신부님께서 담배 끊는 법에 대해 말씀해주신 것이 기억납니다. 담배를 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그냥 끊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참으로 맞는 말씀이었습니다. 그것 말고는 담배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고 술을 많이 마십니다. 다음날 숙취에 고생하면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합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인간관계 때문에, 상황이 어쩔 수 없다 하며 다시 술잔을 잡습니다.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하고선 고해소에 들어갑니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저 사람 때문에, 이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하며 다시 죄를 짓습니다.
사회문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선거가 끝나고 나서야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된 다음에야 후회합니다. ‘내가 잘못 선택했구나.’ 하지만 곧이어 다시 잊어버리고 같은 선택을 합니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경쟁에서 살아남은 지도층은 경쟁을 강요하는 교육제도를 만들고, 그 안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상황이 그렇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받아들이고 경쟁하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그리고 또 다시 경쟁을 강화하고, 사람을 큰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보다 효율적인 도구로 만드는 사회를 만들어 갑니다.
우리가 이 상황에서, 이런 쳇바퀴 같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는 길은 단 하나입니다. 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아무런 행동 없이 그저 비판만 하고, 속상해만 한다면 변화하는 것은 없습니다. 획일화된 사회, 경쟁을 강요하고 효율만을 찾느라 인간을 중심에 놓지 않는 사회가 틀렸다면, 스스로가 큰 기계의 톱니바퀴가 되기를 거부해야 합니다. 그런 선택에는 다수로부터 외면당하고 손가락질 당하는 박해가 따릅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나의 이기심보다 공동선을, 내 욕심보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이 없다면 변하는 것도 없습니다. 좋든 싫든 우리 모두는 이미 쳇바퀴 위에 서있고, 그 쳇바퀴는 굴러가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멈추지 않을 때, 우리는 왜 내가 이 쳇바퀴를 굴려야 하는가라고 생각만 할뿐 아무 것도 바꿀 수가 없습니다. 성직자와 수도자는 물론이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쳇바퀴를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얼마 전 복자로 선포되신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는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현대인들은 진정한 것에 굶주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젊은이들은 가짜나 거짓을 싫어하고 진실과 정직을 찾고 있다. 이 시대의 표지에 대해서 우리는 주목해야 하겠다. “당신은 당신이 가르치고 있는 것을 참으로 믿고 있습니까?” 당신은 믿고 있는 것을 실천하고 있는가? 당신이 행하고 있는 것을 말로 알리고 있는가? 생활의 증거는 선교의 참된 효과를 거두는 데 중요한 조건이 된다.”
이제 여름휴가와 여름 방학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추수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쳇바퀴를 돌릴 것인지, 나의 삶, 우리의 세상을 진정한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행동할 것인지 생각해봅시다.
* 김성수 신부 -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현재 고덕동본당에서 사목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8월 30일, 김성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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